‘채단탄’ 식사법을 지켜라
채소, 고기, 밥 순서 지켜 흡수 속도 늦춰야
효과적인 당뇨 대처법은 무엇인가요?
고혈당이 와도 내일 당장 합병증이 오지는 않아요. 그러므로 초기에 적절히 대응해야 합니다. 젊어서 생긴 당뇨병은 장기간 당뇨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특히 중요합니다.
디지털 기기도 도움이 되나요?
연속 혈당 측정기는 부착만 하고 있으면 5분마다 혈당 변화를 알려줍니다. 운동량을 측정해 칼로리를 얼마나 소모했는지, 운동을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등 생활 자체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기로 큰 도움을 줍니다.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잠을 잘 자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스트레스 수준과 수면 장애를 측정하는 기기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 신체 활동량 측정기, 수면 조절기, 스트레스 조절기뿐만 아니라 요즘은 사진만 찍으면 음식 성분과 칼로리를 자동으로 분석해주는 기기도 나오고 있어요.
혈당 관리를 위해 식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요?
1일 기준으로 채소는 실컷, 단백질은 자기 손바닥만큼, 탄수화물은 자기 주먹만큼, 기름은 손톱만큼만 먹는 겁니다. 채소부터 충분히 먹은 다음에 달걀, 우유, 두부, 생선, 육류 같은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을 여러 가지 반찬과 함께 천천히 먹는 거예요. ‘채단탄’ 순서를 기억하면 좋아요. 음식 종류와 먹는 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천천히 흡수시킬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 특히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분이 거의 없는 채소나 단백질로 위를 채운 다음에 당분이 들어와 서로 섞이면서 천천히 소화기관을 통과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혈당 스파이크를 피할 수 있어요.
오후 7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하는 ‘세븐 세븐 전략’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식을 피하기 위해선 배고프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아침을 일찍 먹고, 점심 후 저녁을 일찍 먹으면 허기가 없는 상태에서 적절한 양을 먹을 수 있어요. 저녁을 늦게 먹으면 허기로 과식을 하게 되고, 과식한 상태로 자면 혈당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운동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운동의 목표는 3가지입니다. 에너지를 써서 혈당을 낮추는 것, 심장을 활발하게 뛰게 해서 심장 훈련을 하는 것, 근육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 3가지 운동은 국영수처럼 서로 완전히 달라요. 에너지 사용과 대사는 그냥 걷기만 해도 됩니다. 심장 훈련은 최대 심장박동수의 70%에 도달하게 해야 하고, 근육 훈련은 따로 해야 합니다. 이 3가지 운동을 자신에게 적절하게 맞춰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장지방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방조직은 크게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나뉩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많이 있는 피하지방은 혈관 등의 구조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반면에 내장지방은 순전히 에너지 저장고의 역할만 해요. 쓰고 남은 에너지가 내장지방으로 쌓여 넘치면 이 지방조직이 분해돼 간으로 가서 지방간이나 지방간염을 일으켜요. 이것이 간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공복 혈당을 더 많이 올릴 수 있습니다.
내장지방을 효과적으로 빼는 방법이 있나요?
칼로리를 줄이는 거죠. 따라서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줄이고, 유산소운동을 해서 에너지 소모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이 나쁘다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탄수화물은 순도가 매우 높고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예요. 탄수화물 중심의 식생활이 문제라는 말입니다.
당뇨병은 병도 아니다
위축되지 말고 정상인과 같이 건강 습관 유지해야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을 사람은 어떤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습니까?
당뇨병 환자들은 “나는 괜히 당뇨병에 걸려 이것도 저것도 못한다”며 속상해하죠. 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정상인이나 당뇨병 환자나 똑같아요. 단지 약의 도움을 받는지 안 받는지 차이죠.
당뇨병에서 정상으로 회복될 수도 있나요?
당뇨병이 오래된 사람은 정상으로 회복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지만, 진단된 지 몇 년 안 된 사람은 상당수가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당뇨병약을 끊는 경우도 많아요. 비만인 사람이 체중을 10kg 이상 줄이면 당뇨병이 없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체중 감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당뇨병은 ( )이다’라고 정의한다면?
당뇨병은 병도 아니다.
윤건호 교수는 이렇게 설명을 보탰다. “만약 당뇨병이 와도 너무 위축되지 말고 ‘혈당이 올라갔나? 낮추면 되지’라며 좀 대범하게 대응하면 좋겠습니다.”
윤건호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성모병원 진료부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 가톨릭U헬스케어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내 디지털 헬스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을 정년 퇴임한 후 서울 서초동에 윤건호엔도내과의원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