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실명 질환은 진행을 예방하는 데 초점
눈에 나타나는 증상은 시신경이나 망막 신경조직의 손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안과에 방문해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안 보이거나, 한쪽 시야가 가려지거나, 날파리가 떠다니는 것 같거나, 사물이 굴곡져 보이거나, 검은 암점(부분적 또는 전체적으로 생긴 불투명한 부분)이 보일 때는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는다.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받으면 대부분 수술을 받는다. 백내장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며, 수술 결과가 좋은 편이다.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근본적으로 신경변성 질환이므로 현재 상태보다 더 진행되는 걸 막는 치료가 주를 이룬다. 유형곤 원장은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으로 출혈이나 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병변을 치료함으로써 시력이 호전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여러 가지 안구 내 주사가 개발돼 관련 치료 결과가 많이 향상됐다”고 했다.
이들 질환의 예후는 좋지만은 않다. 유 원장은 “황반변성과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조기에 잘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며 “최근 녹내장과 황반변성 신약이 나오고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수술 기법이 향상되면서 치료 결과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받고 완치돼 암 사망률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이들 실명 질환으로 인한 실명률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40~50대가 눈 질환으로 치료받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유형곤 원장은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환자가 본인의 눈 상태를 알면서 주도적으로 치료받아야 하고, 평소 음식·운동·수면 등 생활 습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유 원장은 “눈 질환은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의지가 없으면 중간에 크게 악화되는 일이 흔하다”며 “진료 예약일 전이라도 시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껴지면 빨리 병원에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눈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30~40대부터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
평생 건강한 눈을 위한 생활 수칙 실천이 중요
눈 건강을 위해서는 일상 속에서 눈 건강에 좋은 생활 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형곤 원장은 “음식·운동·수면 등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며 “눈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 30~40대부터 몸에 익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눈 건강을 위한 생활 수칙은 첫째, 눈 건강에 이로운 식품 섭취다. 눈 건강에는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는 비타민 A·B·C·E와 베타카로틴, 루테인, 지아잔틴, 셀레늄 등이 좋다. 쇠고기, 간, 달걀노른자, 굴, 고등어, 삼치, 콩, 견과류, 녹황색 채소,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루테인, 지아잔틴과 같이 눈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 원장은 “이런 건강기능식품은 황반변성의 진행을 25% 정도 늦출 수 있다”며 “어느 한 가지 성분에 의존하지 말고 여러 성분이 적절하게 포함된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길 권한다”고 했다.
둘째,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이다. 운동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안압을 낮춘다. 또한 눈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질혈증 등 대사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비만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위험 인자로 알려졌으므로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금연이다. 각종 질환의 위험 인자로 작용하는 흡연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발생 위험 또한 2~4배 높인다고 보고된다. 흡연은 다른 여러 가지 위험 인자와 함께 상승작용을 나타내 후기 황반변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넷째, 충분한 수면이다. 불규칙적 생활과 스트레스 등으로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눈의 피로가 커지고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7시간 정도 충분히 자는 것이 좋다. 너무 바빠 잠잘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하루에 최소 5시간은 숙면하길 권한다.
다섯째, 눈의 피로를 줄이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TV, 책 등을 볼 때 조명의 밝기를 적절히 해서 눈부심을 방지하고 물체를 쉽게 볼 수 있게 한다. 스마트폰이나 TV, 책 등을 40~50분간 보면 10분 정도는 눈을 감거나 먼 곳을 응시하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도수에 맞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면 눈의 피로가 줄어든다.
여섯째, 눈 보호구 착용이다. 스포츠나 야외 활동 등으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될 때는 모자나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 안경 등을 착용해 눈을 보호한다. 강한 자외선은 수정체 조직을 파괴해 노안 등 눈 질환을 유발하고, 후기 황반변성의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
일곱째, 일상 속에서 눈이 건조해지지 않게 한다. 물을 충분히 섭취하고, 환기를 자주 해서 공기 중 유해 물질을 내보내며,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한다. 눈이 너무 건조할 땐 인공 눈물을 사용해 눈물양을 보충한다. 눈을 5초간 꾹 감았다가 3~5초간 크게 뜨는 식으로 눈을 깜빡이는 운동도 이롭다.
눈에 좋은 생활 수칙을 실천할 뿐 아니라 마음 건강을 챙겨야 한다. 유 원장은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의 원인 중 하나로 자율신경의 부조화가 보고되고 있다”며 “평소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이런 신경변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알려졌으므로 정신 건강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를 잘 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처음부터 잘되지 않으므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여덟째, 안과 검진을 통해 자신의 눈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살핀다. 특별히 눈이 건조하거나 침침하지 않더라도 40대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 원장은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은 40~50대에 시작되므로 그 시기부터 매년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한안과학회는 실명 질환을 조기에 발견·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안저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안저검사는 동공을 통해 눈 안쪽을 들여다보는 검사로, 시력에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신경 부분인 망막, 망막 혈관, 황반, 시신경유두 등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유형곤 원장의 ‘꼭 기억해야 할 눈 건강 지식’
유형곤 원장은…
하늘안과의원 망막센터장. 망막 질환 명의로 알려져 있다. 2001~2022년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교수로 중증 안과 질환 환자를 주로 진료했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주임교수를 지냈다. 한국망막변성협회 회장, 대한베체트병학회 회장, 대한검안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안과 전문 서적 11권을 펴냈고, 국내외 28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