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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마지막 오너 경영인, 이재용 회장의 인생과 근황

‘완판남’, ‘재드래곤’, ‘웃수저 (노력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수식어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국내 30대 대기업 총수 가운데 지난 1분기 온라인 관심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포브스가 해마다 선정하는 대한민국 50대 부자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대민민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 이재용 회장에 관한 모든 것을 취재했다.

On June 07, 2024

 미국 경제지 포브스 선정 한국 자산가 1위 

알려진 바와 같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아들이다. 삼성그룹은 이병철과 이건희라는 불세출의 부자(父子) 경영인 덕분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하지만 삼성의 3대 회장인 이재용 회장은 경영인으로서 마땅히 뜻을 펼 시간이 많지 않았다. 특히 이건희 선대회장이 물려준 막대한 재산과 경영권은 불법 경영 승계 논란을 일으켰고, 이재용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이후 수감 생활과 출소가 번갈아 이어지면서 갖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삼성 역시 최근 절대 최강자라는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내부에서 위기감이 한층 높아진 상태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도 있다. 바로 대중의 용서와 호감이다. 이 회장은 삼성을 국민이 사랑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삼성의 마지막 오너 경영인이 되기로 선언한 이재용 회장의 인생과 근황을 살펴봤다.

2022년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만난 모습. 당시
이재용 회장은 빌 게이츠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4월 빌
게이츠는 자신의 SNS에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4’라고
밝히며 극찬한 바 있다.

2022년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만난 모습. 당시 이재용 회장은 빌 게이츠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4월 빌 게이츠는 자신의 SNS에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4’라고 밝히며 극찬한 바 있다.

2022년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를 만난 모습. 당시 이재용 회장은 빌 게이츠에게 스마트폰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4월 빌 게이츠는 자신의 SNS에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4’라고 밝히며 극찬한 바 있다.

2020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깜짝 방문한
이재용 회장.

2020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깜짝 방문한 이재용 회장.

2020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삼성디지털프라자 삼성대치점을 깜짝 방문한 이재용 회장.

삼성그룹 3대 회장이자 마지막 오너 경영자

이재용 회장은 1968년 6월 23일 이건희 선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여동생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그리고 고인이 된 이윤형 씨가 있다.

이재용 회장의 할아버지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다. 외할아버지는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으로 일제강점기에 판사를 거쳐 이승만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1980년 중앙일보 회장 자리에 올랐다. 홍진기 회장의 장남이 주미 대사를 역임했던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이고, 차남이 홍석조 BGF그룹(옛 보광그룹) 회장이다.

이재용 회장은 경기초등학교, 청운중학교,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7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입학 원서를 낼 당시 이병철 회장은 “경영학은 나중에도 금방 배울 수 있기에 인간을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는 인문학을 전공하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이재용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서울대 서양사학과에 입학한 것을 보면 실제로 이병철 회장의 인문학 권유가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자료를 살펴보면 동양사학과는 입학 경쟁률이 2 대 1로 타 학과 대비 높았고, 커트라인은 서울대 중위권에 해당했다.

1991년 12월 삼성전자에 입사했지만, 1993년 게이오기주쿠대학교 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회사를 잠시 떠나기도 했다. 일본 유학은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일본의 사립 명문 와세다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 같은 과정을 아들도 경험하길 바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유학을 앞둔 이재용 회장에게 “우리가 앞으로 배워야 하고 사업을 많이 해야 하는 나라는 일본과 미국이다”라며 “미국을 먼저 보고 나서 일본을 나중에 보면 일본 사회의 특성, 일본 문화의 섬세함과 일본인의 인내성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버지의 뜻대로 일본 유학을 마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대상그룹 맏딸인 임세령 대상 부회장과의 결혼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임세령 부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7년 어머니 박현주 여사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주선으로 이 회장을 알게 됐고, 1998년 1월 약혼을 발표했다. 결혼식은 5개월 뒤인 1998년 6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정원에서 열렸다.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결혼이 홍라희 전 관장의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불교도 모임인 불이회에서 박현주 여사와 친분을 쌓았던 홍라희 전 관장은 재계에 참하다고 알려진 임세령 부회장을 일찌감치 눈여겨봤다고 전해진다. 당시 21살이던 임세령 부회장은 1977년생으로 이재용 회장과는 9살의 나이 차가 있다. 말 그대로 ‘입도선매’한 셈.

결혼 후 이재용 회장은 아내와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공공정책 전문대학원)에서 1년간 수업을 받고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미국 유학 중인 2000년에 아들 이지호를 얻었다.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오르기까지

이 회장은 2001년 삼성전자로 돌아와 경영기획팀 상무보를 맡았고, 2년 뒤인 2003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4년 뒤인 2007년 전무로, 2009년 12월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1년 뒤에는 사장으로 승진했고, 2012년 부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 회장의 인생은 그렇게 원만하지 않았다. 2000년 이 회장이 직접 세운 e삼성은 막대한 손실을 냈고,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이 회장은 2009년 2월 임세령 대상 부회장과 합의이혼을 하면서 10년 8개월간의 결혼 생활을 끝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이건희 선대회장이 그룹을 아들에게 물려주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무거운 상속세가 근본 원인이라고 할지라도 삼성그룹의 경영 승계는 불법과 편법을 넘나드는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1996년 비상장 주식이던 삼성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이재용 회장 등 4남매에게 헐값에 배정한 사건부터 시작해 1999년 2월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4남매에게 헐값으로 발행하는 등 4남매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수조원의 재산을 손쉽게 물려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2008년 삼성 특검이 시작됐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는 계기가 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사면받아 복귀했지만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후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게 됐다.

202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30주년 사업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202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30주년 사업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202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열린 안내견 30주년 사업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

1972년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선대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재용 회장, 이병철 창업주,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

1972년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선대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재용 회장, 이병철 창업주,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

1972년 서울 장충동 자택에서 찍은 가족사진(시계 방향으로 이건희 선대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재용 회장, 이병철 창업주,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

삼성그룹 경영 승계는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로 2015년 5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경영 승계 작업이 얼추 마무리됐다. 하지만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이 회장은 또다시 위기를 겪는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구속됐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지만, 2021년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됐다.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고, 그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2022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이 회장은 수감과 출소를 반복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했고, 2021년 3월 급성 충수염으로 서울구치소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기도 했다.

심적으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구속됐던 시절 KBS2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묘사되는 재벌들의 모습을 보고 재벌을 향한 일반 국민의 부정적 인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17년 12월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지난 10개월 동안 그간 접해보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사회에서 접하지 못한 사람들 인생 이야기를 들으면서 평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은 혜택을 누린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신의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삼성그룹의 마지막 오너 경영인이 됐다. 선대의 유훈인 무노조 경영 역시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불거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보상 문제도 마무리했다. 2020년 12월 이 회장은 삼성을 ‘모든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2022년 10월 삼성전자 회장에 올랐다. 2012년 부회장 승진 후 10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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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삼성엔지니어링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의 모습.

2022년 삼성엔지니어링 멕시코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은 이재용 회장의 모습.

 ‘완판남’, ‘재드래곤’, ‘웃수저’… 주목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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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쉿’ 사진은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윤 대통령과 총수 일행은 부평깡통시장에서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 한 시민이 어묵을 먹고 있던 이재용 회장을 향해 “잘생겼어요”라고 말하자 이 회장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쉿’ 사진은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윤 대통령과 총수 일행은 부평깡통시장에서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 한 시민이 어묵을 먹고 있던 이재용 회장을 향해 “잘생겼어요”라고 말하자 이 회장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호감도는 역대 최고치

과거에는 불법 경영권 승계부터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중이 느끼는 이재용 회장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회장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가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이 수감과 출소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정도 누그러진 영향도 컸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부산 중구 부평깡통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이재용 회장의 이른바 ‘쉿’ 사진은 엄청난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윤 대통령과 총수 일행은 부평깡통시장에서 떡볶이, 빈대떡, 비빔당면 등 길거리 음식을 먹었는데 한 시민이 어묵을 먹고 있던 이재용 회장을 향해 “잘생겼어요”라고 말하자 이 회장은 입에 손가락을 대며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이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구가 찍은 실시간 이재용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면서 이른바 ‘밈(meme·온라인 유행물)’ 열풍을 일으켰다. 이를 통해 온라인 공간에서 이 회장은 단숨에 ‘국민 귀요미’가 됐다. 해당 어묵집은 이후 명소가 되면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어묵집 사장은 ‘이재용 회장님 서 계시던 자리’, ‘쓸어 담던 자리’를 표시해두고 손님들이 해당 공간을 즐길 수 있게끔 해 더욱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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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불법 경영권 승계부터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대중이 느끼는 이재용 회장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회장에 대한 국민의 호감도가 역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장의 다양한 사진은 온라인에서 밈 열풍을 일으키며, 입고 있는 옷은 ‘완판’된다.

실제로 이 회장은 재벌 총수 중 대중으로부터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뉴스·커뮤니티·카페·유튜브 등 12개 채널, 23만 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30대 대기업 총수 관련 지난 1분기(1~3월)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회장은 총 7만 1,089건의 온라인 정보량을 기록하며 온라인 관심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이 회장이 쪽방촌의 극빈 환자들을 무료 진료하는 요셉의원을 20년 넘게 후원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요셉의원은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고 선우경식 원장이 서울 영등포에 설립한 무료 의료 시설인데, 이 회장은 상무 시절인 2003년 6월 요셉의원을 방문해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이 하얗다”고 털어놨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후 매달 월급의 일정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 이런 선행은 이 회장의 당부로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다가 선우경식 원장의 삶을 담은 책이 출간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삼성의 봄날 다시 올까

이재용 회장이 구속과 출소를 반복하며 많은 고생을 겪는 동안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위상은 이전보다 많이 약화한 상태다. 당장 인공지능(AI) 분야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밀리게 됐다. 대만의 TSMC와 경쟁했던 파운드리 사업 역시 경쟁 열위에 빠져 있다. 더 이상 삼성이 1등이 아닌 세상이 됐다.

지난해 ‘반도체의 겨울’이 찾아오면서 삼성전자는 더욱 힘들었다. 별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조 5,262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14년째 삼성전자가 지켜온 영업이익 1등 자리는 현대차가 가져갔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텔에 내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오너 없는 동안 당시 실권을 잡았던 경영진이 회사 발전이나 투자보다는 실적에만 몰두한 결과, 배 밑에 구멍이 난지도 몰랐던 것”이라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발목을 잡던 사법 리스크는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올해 2월 1심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의 항소로 5월부터 2심이 시작되지만 이 회장은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 후 한층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4월 하순부터 5월 3일까지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을 방문하는 유럽 출장도 다녀왔다. 당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을 보유한 자이스 본사에서 카를 람프레히트 CEO와 반도체업계 ‘슈퍼 을’로 유명한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신임 CEO를 만났다. 또한 바티칸 사도궁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개인 알현하기도 했다.

지난 5월 3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취재진에게 “봄이 왔네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회장의 멘트는 날씨가 좋다는 의미인 동시에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끝나고 봄이 다시 왔다’는 뜻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의 성장 사이클도 다시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에서 5개 분기 만에 70조원대를 회복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영업이익 1조 9,000억원을 기록하면서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자산가 1위에 처음으로 올랐다. 포브스가 추산한 이 회장의 자산 가치는 115억 달러(약 15조 8,0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는 “인공지능 열풍이 삼성그룹의 핵심이자 매출 기준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주가를 밀어 올리면서 이재용 회장이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에게 남은 과제는 승어부(勝於父)다. 승어부는 아버지보다 뛰어난 자식을 칭찬하는 말이다. 승어부는 2020년 10월 28일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영결식에서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 추도사를 통해 이건희 선대회장을 치켜세운 말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2020년 말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를 다짐한 바 있다. 그는 “삼성을 국민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다른 의미의 승어부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서울문화사 DB, 삼성전자·일요신문 제공
2024년 06월호
202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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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정 기자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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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사 DB, 삼성전자·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