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준의 아들TV> 최민준 소장 인터뷰
“사춘기 아들과 소통이 가능하긴 한가요?”
약 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최민준의 아들TV>의 최민준 소장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육아와 교육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한다. 8살 딸과 5살 아들을 둔 그는 자신의 사례를 바탕으로 아들을 키우는 데 있어 부모가 해야 할 역할과 마음가짐에 대해 유쾌하게 풀어내면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과연 그는 사춘기 아들과의 찐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할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춘기 아들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가능하죠. 요즘 많은 엄마가 사춘기 아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친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엄마에게 더 매달리는 경향이 생겼는데,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엄마들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공감해주고, 많이 공유하는 것만큼 좋은 소통법도 없습니다. 엄마가 게임을 함께 하고, 아들의 이성 친구에 대한 고민을 함께 이야기한다면 아들은 아무리 심한 사춘기가 찾아오더라도 엄마에게 마음을 열 겁니다.
게임을 같이 해야 한다고요?
단순히 게임을 하는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아들이 좋아하는 것, 아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거든요. ‘어? 엄마가 게임을 하네?’, ‘엄마는 무슨 아이템이 있지?’, ‘엄마도 나랑 똑같네?’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돼요. 엄마가 적대자가 아니라 자기편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거죠. 아들이 빠져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합니다.
게임 말고 다른 활동은 없을까요?
제가 공식적으로 권하는 활동이 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나 활동을 종이에 같이 그려보세요. 아들의 충동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있으면서도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됩니다.
쉽지 않네요.
맞아요. 사춘기 아들을 키우는 건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아요. 엄마는 CEO, 아들은 직원. 자기가 다니는 회사의 CEO가 트렌드를 모르고 불통이라면 직원은 그를 신뢰할 수 없잖아요.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이라는 회사를 잘 키워내려면 CEO인 부모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그중에서도 가사에 더 밀접한 엄마의 리더십이 핵심이죠. 엄마가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는 가정이라는 기업을 탄탄하게 키워내는 밑거름이 될 수 있어요.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뭔가요?
아들의 독립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사춘기가 되면 전에 나오지 않던 호르몬이 나와요. 그래서 애가 못돼져요. 싸가지가 없어지고 이상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변하고 있는 아들의 마음은 두 갈래예요.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존재해요. 초등학교 고학년, 그러니까 사춘기에 접어들면 아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왜 안 믿어주냐고!”, “문 좀 닫으라고!” 엄마에게는 상처가 되는 말이지만 이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아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아들이 지금 반항하고 있다면, 그건 아주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다는 걸 의미해요. 방문을 직접 닫아주세요. 아들이 열고 나올 거예요. 반항하는 아들에게 상처받으면서도 아들이 밖에 나가지 않으면 이렇게 말하죠. “너 좀 나가서 놀아.” 신기하죠. 그러니까 이제는 아들을 놔주어야 합니다.
어떤 말로 아들을 놔주는 게 좋을까요?
“아들아, 이제 너도 10살이 넘었으니 이 정도는 네가 결정해보자”라고 말해보세요. 엄마가 통제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줘야 해요. 엄마가 제지하고 통제하려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아들, 아직도 게임하니?”라는 말은 “아직도 일 안 하니?”라고 말하는 CEO와 같아요. 어떤 직원이 일하고 싶겠어요. 명심하세요. 아들과 대립하는 순간, 풀 수 없는 자물쇠가 돼버립니다.
딸과는 또 다르죠?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친구와 친해지는 방식도 조금 다릅니다. 여자아이들은 서로 만나면 “안녕! 너 몇 살이야”, “너 이 옷 있어?”, “친구 누구 알아?” 하면서 서서히 알아가죠. 반면에 남자아이들은 관심사 하나로 급격하게 친해집니다. 이름이나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너 그 아이템 있어?”, “너 레벨 몇이야?” 이거 하나면 끝입니다. 엄마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OO맘’, ‘OO아지매’ 이런 거잖아요. 아빠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중에 ‘OO파파’ 같은 건 없습니다. ‘자동차 갤러리’, ‘이종격투기 카페’ 이런 겁니다. 아들에게 “오늘 기분이 어땠어?”라고 묻지 마세요. “아들아, 이야기 좀 할까?”라고 제안하지 마세요. 엄마가 갑자기 싫어지는 대표적인 말입니다.
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하나요?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면 끝납니다. “아들아, 엄마는 네가 잘할 수 있다는 걸 믿어”라고 해보세요. 관심을 끊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관심한 척 거리를 두고 멀리서 지켜보세요. ‘믿음의 효과’가 엄청나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은 뭔가요?
“너 진짜 양심이 없니?”라는 말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자 사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실망했다”는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하면 안 됩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인정의 욕구’가 있어요. 그런데 실망했다니요.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이 요동치는 사춘기 아들에게 실망했다는 말은 지구가 무너지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합니다.
사춘기 아들과의 소통으로 고민인가요? 여러분의 아들은 지극히 정상입니다.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들의 독립을 인정해주고 지지해준다면 대화도 술술 풀릴 겁니다.
엄마의 분리불안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소통에서 엄마들은 종종 분리불안을 경험한다. 단순한 변화로서의 접근보다는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감정의 표현인데, 최민준 소장은 이러한 심리가 강해지는 현상을 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설명한다. 엄마에게서 독립하고자 하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급격히 외로움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고. 세상의 전부였던 아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현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리불안에 시달린다고 한다.
“엄마들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알아야 해요. 재잘재잘 이야기를 잘하던 아들이 갑자기 소통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가 나고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게 사실은 불안인 경우가 많습니다. 분리불안은 원래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건데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죠. 불과 3년 전만 해도 나 없으면 질질 짜고 울던 아이가 엄마를 향해 소리 지르면 혼란스럽죠. ‘내가 없으면 아들이 못 사는 게 아니라 아들이 없으면 못 사는 게 나였구나’라는 걸 직면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향한 분노가 대체적으로 불안이라는 것을 인지하기만 해도 좀 더 단초가 빨리 풀리는 것 같습니다.”
‘아들과 멀어지는 과정에 대한 분리불안’을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름길인 셈이다. 불안하면 집착하게 되는데, 아들에 대한 집착은 오히려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세요. ‘드디어 자립할 준비가 됐구나’라고요. 엄마가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고, 자유를 존중하고, 자율을 인정한다는 생각이 들면 아들은 어긋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에게 다시 도움을 요청하죠. 이때가 바로 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들과의 관계에서 싸움 없이 소통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엄마와 자녀 모두에게 유익할 겁니다. 엄마는 자신의 생각의 전환점을 찾고, 아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면 긍정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