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가장 많이 발생, 2월보다 2배나
발목염좌는 발목 인대에 손상이 생겨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발목염좌 환자 수는 5월에 20만 678명으로 가장 많았고, 2월에 10만 3,128명으로 가장 적었다. 성기선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엔 활동량이 줄면서 발목 주변 조직 유연성, 근력 등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태에서 봄이 돼 활동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발목이 꺾이기 쉬워 인대가 잘 손상된다”고 말했다.
발목염좌는 주로 발이 안쪽으로 꺾여 발목 바깥쪽 인대가 늘어나며 손상을 입는다. 이유는 뭘까? 성기선 교수는 “굽 높은 구두를 신는 등의 이유로 발 앞쪽이 아래로 처졌을 때 발목 관절을 이루는 뼈들이 가장 헐거운 상태로 맞물리게 돼 바깥쪽에서 오는 힘에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깜깜한 밤에 계단이 아래 더 있는 줄 모르고 발을 헛디딜 때, 달리기할 때, 구덩이에 빠졌을 때, 공을 밟고 넘어졌을 때, 비탈길에서 미끄러질 때 발목염좌가 잘 발생한다.
인대 파열 시 수술 금물… 합병증 위험 큰 탓
발목염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발목이 꺾였지만 크게 아프지 않고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상태다. 2단계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돼 통증, 부기가 발생하지만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닌 상태. 3단계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돼 통증, 부기가 심하고 걷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1단계에서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 2·3단계에서는 가장 먼저 PRICE 치료법을 실시해야 한다. ‘PRICE’란 ▲보호(Protection) ▲안정(Rest) ▲냉찜질(Icing) ▲압박(Compression) ▲들어 올리기(Elevation)의 약자다. 보호는 추가 부상 방지와 통증 조절을 위해 부목 등으로 발목을 고정하는 것이고, 안정은 더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압박은 깁스, 탄력붕대 등을 이용해 발목을 안정시키는 것이고, 들어 올리기는 발을 위로 올려 혈액이 손상 부위로 몰리지 않아 부기가 빨리 빠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발목 통증, 부종이 심해 발목염좌가 의심되면 PRICE 치료법 중 시행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며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성기선 교수는 “인대가 다친 염좌인지, 골절인지 구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라며 “엑스레이를 찍어 알 수도 있지만 경험 많은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진찰만으로 상당히 높은 정확도로 염좌와 골절을 구별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간혹 일부 병원에서 인대 파열 정도를 확인한다는 이유로 인대 손상 후 얼마 지나지 않은 급성기 단계에 발목을 당기고 꺾는 진찰을 하거나 발목에 힘을 가하는 스트레스 엑스레이를 촬영하는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행위다”라며 “환자도 이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단계 이상 발목염좌인 경우 발목을 석고 고정(캐스트)하거나 튼튼한 보조기로 일주일간 보호하고 안정시키는 치료를 한다. 이후에는 간단한 보조기로 바꾸고 다친 발에 체중을 실으면서 걷는다. 통증은 대부분 2주 이내에 좋아지는데 통증을 견딜 만하면 최대한 빨리 회복 운동을 시작한다. 3단계일 땐 어떤 치료를 할까? 성 교수는 “발목 바깥쪽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3단계 염좌에서도 수술은 금물이다”라며 “발목이 붓고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하면 관절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지속되며, 수술 부위 합병증이 생기는 등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초기 관리를 잘하고, 보조기 착용, 회복 운동 등을 적절하게 시행하면 수술 없이 대부분 회복된다”며 “급성 발목염좌는 수술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치료 후 뒤꿈치 들고 버틸 수 있어야 완치된 상태
발목염좌는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이 잘된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급성 발목염좌의 30%가 잔존 증상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위해 성기선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발목뿐 아니라 종아리, 허벅지, 고관절 외전근 등 다리 전체를 강화하는 운동이다. 성 교수는 “깁스를 풀고 더 이상 안 아프다고 모든 치료가 끝나는 게 절대 아니다”라며 “뒤꿈치 들고 버티기, 앞·뒤·옆으로 외발뛰기 등이 가능할 정도가 돼야 완전히 회복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발목을 다쳐 한쪽 발을 쓰지 못하면 3~4일만 지나도 다친 발목 주위뿐 아니라 그 다리 전체 근력이 빠진다. 성 교수는 “근력이 빠지는 건 금방이지만 다시 강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이 시기를 인내하고 꾸준히 근력 운동, 균형감각 운동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발목 근력 강화 운동과 균형감각 운동을 제대로 교육받은 후 스스로 꾸준히 해야 한다”며 “이후 다친 발로 외발 서기를 했을 때 뒤꿈치까지 들고 버틸 수 있을 정도가 돼야 이전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발목염좌 회복 운동 중 균형감각 운동 3가지는 다음과 같다. ▲한 발로 서서 균형잡기(10초) → ▲양발 발끝으로 서서 균형잡기(10초) → ▲한 발 발끝으로 서서 균형잡기(10초). 성공하는 대로 순서에 맞춰 시도하면 된다.
발목염좌는 아킬레스건이 선천적으로 짧은 사람에게 잘 생긴다. 아킬레스건은 종아리근육에서 내려와 발꿈치뼈에 붙는 힘줄이다. 성 교수는 “아킬레스건이 짧거나 유연성이 없으면 자신도 모르게 발등이 아래로 처지는 경향이 있다”며 “이 상태에선 발목 바깥쪽 인대가 쉽게 손상받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평소에 아킬레스건을 늘이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발목염좌 발생 위험을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벽을 밀며 종아리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이다. 약 30cm 간격을 두고 벽과 마주 선 뒤 통증이 있는 발을 뒤로 최대한 빼고 양손으로 벽을 밀며 10~15초간 자세를 유지하면 된다. 단, 발바닥 전체가 바닥에 닿아야 하며 발바닥이 땅기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계단 끝에 발의 앞부분을 디디고 선 상태에서 뒤꿈치를 계단 아래로 최대한 쭉 내리는 것도 방법이다. 뒤꿈치를 내린 상태를 10~20초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