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9단’ 박지원(전남 해남·완도·진도)
TV에서도, 라디오에서도 ‘팔팔하게 활동하는 정치 9단’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후보는 22대 총선에서 헌정사상 지역구 최고령 당선인이 됐다. 1942년 6월생인 그는 81세다. 임기가 종료되는 2028년엔 85세가 된다.
박 당선인은 국민의힘 곽봉근(79세) 후보를 큰 표 차이로 따돌리고 5선 고지에 올랐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처음 들어간 뒤 18·19·20대 총선 때 목포시 선거구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비록 21대 총선에서 정치 신인(김원이 의원)에게 석패했지만 방송 등에서 ‘정치 9단’이라는 별명답게 예리한 예측과 명확하고 시원시원한 평론 등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장으로 복귀했고, 이후 고향 진도에 끊임없이 구애를 보낸 끝에 금배지를 다시 한번 달게 됐다.
-
2 차기 국회의장 1순위 추미애(경기 하남갑)
윤석열 정부를 출범시킨 당사자라는 ‘오명’에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65세)은 경기 하남갑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22대 국회 최다선(6선) 의원으로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에 성큼 다가섰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추미애 당선인은 전 총선 개표 결과 득표율 50.58%(5만 1,428표)로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국민의힘 후보(49.41%·5만 229표)를 불과 1,199표 차로 제쳤다. 추 당선인은 “민생을 거부하고 불법과 비리, 특권 반칙을 옹호하고 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정권에 대한 혹독한 심판의 선거 결과”라고 당선 소감부터 날을 세웠다.
현재 국회의장 1순위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상황. 추 당선인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장직 도전과 관련해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하신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며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정부에선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윤석열 저격수’로 불렸지만, 거꾸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주목받게 해 ‘윤석열 정부를 낳은 인물’로 불리기도 했던 추미애 당선인. 정계 입문 전엔 1982년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하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정치에 입문했고, 이후 15~16대, 18~20대 서울 광진을 지역구 국회의원과 2016~2018년 민주당 대표, 67대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다. -
3 양두구육 내걸고 반전 드라마 쓴 이준석(경기 화성을)
가장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은 ‘당선인’을 꼽으라면 단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경기 화성을 당선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두구육’(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팜) 등의 표현을 썼다가 집권 여당 국민의힘에서 축출된 이준석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20% 가까운 격차가 나는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선거에서는 막판 반전 드라마를 쓰며 마침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198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학고와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이 당선인이 30대 끝자락에서 금배지를 달기까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1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한 뒤 비대위원으로 깜짝 영입된 후 남성 역차별론을 제기하며 2030 남성을 지지 기반으로 구축했다. 2021년 6월 치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선되며 거대 양당 역사에 ‘30대 대표’라는 기록을 최초로 썼고, 2022년 3월 대통령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하며 정권 교체도 이뤘다. 하지만 ‘마이너스 3선’이라는 치욕에 가까운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금배지와는 인연이 없었고, 윤석열 대통령과 각을 세운 끝에 탈당해 경기 화성을에서 출마해야 했다. 이 당선인은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개혁신당의 세 의원(이주영·천하람 비례대표 의원)과 차별화된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
4 지역구 탈환, 반전 드라마 쓴 나경원(서울 동작을)
전통적 보수 지지층에게 인기가 높은 나경원 당선인(서울 동작을)도 열세의 분위기를 딛고 승리했다.
판사 출신인 나 당선인은 17대 총선 때 한나라당 영입 인재로 비례대표로 처음 배지를 달았고, 18대 총선 서울 중구 의원을 지냈으며, 2014년 보궐선거부터 동작을에 자리 잡았다. 이번 선거에서는 한 위원장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도 맡았다. 나 당선인은 54.01%의 지지를 얻어, 류삼영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돌리고 금배지를 받는 데 성공했다. 나 당선인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판사 출신 정치 신인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한 후 4년간 절치부심하며 바닥을 닦았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돌입하기 전 류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조사가 이어졌으나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5선인 나 당선인은 국민의힘의 한강 벨트 참패 위기를 막으면서 자연스레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선거를 이끌었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총선 패배 후 당을 수습할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나경원 당선인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힘에서 커진 22대 국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
5 최연소 당선인 ‘30대 국회의원’ 김재섭(서울 도봉갑)
서울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에서 승리한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 당선인은 1987년생 청년 정치인으로서 진영에 국한되지 않는 현장 중심 민생 정치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김 당선인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1960년생인 윤석열 대통령의 27년 후배다. 스타트업 창업 등의 과정을 거쳐 청년 정치를 시작했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을 역임했다. 김 당선인은 서울 도봉갑 선거구에서 4만 6,374표를 얻어 4만 5,276표의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 당선인의 승리 비결은 기본에 충실했다는 점이 꼽힌다. 먼저 지역 기반이 확실하다. 곧 출산 예정인 딸을 포함하면 김 당선인 집안의 4대가 도봉구에 살게 된다. 소통은 적극적이되 낮은 자세로 임했다. 주로 아내와 함께 이동하는 형태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특별한 뒷배 없이 스스로 지역을 다져 값진 1승을 빚어낸 김 당선인이 제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주민분들의 선택에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