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혈관을 통해 포도당을 공급받으며 신경망을 통해 신체를 관장한다. 그러나 뇌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손상을 받으면, 뇌는 더 이상 사령탑으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졸중은 크게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뉜다. 뇌경색은 뇌혈관 안쪽에 혈전(피떡)이 쌓여 혈액 이동을 막은 상태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터져 쏟아져 나온 혈액으로 주변이 초토화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뇌경색과 뇌출혈 환자 비율이 약 8 대 2로 뇌경색 환자가 훨씬 더 많다. 과거에는 뇌출혈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에는 충분한 영양 섭취로 혈관이 튼튼해진 대신 동맥경화증이 많아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다행히 뇌경색은 2015년 혈전제거술이라는 치료법이 개발돼 사망률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뇌출혈은 아직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사망률이 매우 높다. 뇌졸중은 사망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로 고령의 여성 뇌졸중 환자가 급증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뇌출혈이 더 위험하다
뇌출혈 환자 수 적지만 사망률은 20~50%
이승훈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진료와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의대생을 위한 뇌졸중 교과서(전 6권)를 집필했고, 뇌출혈 신약 개발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승훈 교수는 책 출판(<병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과 방송 출연을 통해 일반인에게 뇌졸중을 쉽고 바르게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가 2022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가 400만을 넘었고,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_언더스탠딩>에 3회 출연해 뇌졸중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흥미진진하게 전했다.
뇌졸중은 무엇입니까?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갑자기 죽는 질환이에요.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라고 합니다.
뇌경색과 뇌출혈 중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요?
뇌출혈 사망률이 훨씬 높아요. 뇌출혈은 발병 후 30일 이내 사망률이 20~50%에 이릅니다. 뇌경색은 발병 후 30일 이내 사망률이 5% 이내입니다.
뇌출혈 사망률이 더 높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뇌경색이 발생하면 막힌 혈관 부위의 세포는 곧바로 죽지만 주변 세포는 서서히 죽어가고 효과적인 치료법도 개발돼 있어요. 그러나 뇌혈관이 터지면 작은 출혈이라도 넓게 파급되고, 뇌압이 높아져 정상 조직이 죽을 확률도 높아져요. 치료 수단 또한 마땅치 않습니다.
2년 전 배우 강수연 씨의 사망 원인으로 알려진 지주막하출혈은 무엇인가요?
유족이 사망 원인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어요. 뇌출혈은 2가지가 있는데 작은 혈관이 터지면 뇌실질출혈이라 하고, 큰 혈관이 터지면 지주막하출혈이라고 해요. 뇌에는 지주막(거미막)이라고 불리는 거미줄 모양의 막 아래 공간에 큰 동맥이 지나가요. 이 큰 동맥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동맥류) 터지는 것이 지주막하출혈입니다. 엄청난 혈액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손상 범위가 매우 넓고 사망률이 40~50%에 이릅니다.
뇌졸중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뇌졸중의 90%는 동맥경화증이 5~20년간 누적돼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뇌졸중은 동맥경화의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술, 담배입니다.
여성은 50대 이후에 급증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 때문으로 추정
여성 뇌졸중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여성 뇌졸중 발생은 나이와 폐경에 따라 급격한 변화가 있습니다. 폐경 전까지는 뇌졸중 비율이 남성보다 월등히 낮지만 50대 중반 폐경 이후에는 남성 평균보다 훨씬 높아요. 여성호르몬 감소 때문이라고 추정하지만 논란이 있죠.
여성 환자는 치료, 재활에서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예민하고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습니다. 그러나 너무 예민해 과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어요. 의사의 지침에 따라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만 명확하게 잘 구별하고, 질환에 대해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지럼증, 두통도 뇌졸중 증상일 수 있나요?
정답부터 말하면 간간이 나타나는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뇌졸중과 무관합니다. 만성적인 두통과 어지럼증도 마찬가지예요.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뇌졸중을 걱정하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99%는 뇌졸중과 관련이 없어요.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까?
언어장애, 한쪽 팔다리 장애, 발음장애가 갑자기 생기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해요. 드문 증상으로는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갑자기 세상이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심하게 나타나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이 생기면 뇌졸중으로 생각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
경미한 전조 증상은 없나요? ‘미니 뇌졸중’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언론에서 ‘미니 뇌졸중’ 같은 말을 쓰니까 뇌졸중 전조 증상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발생을 사전에 예고해주는 전조 증상은 없습니다. 뇌졸중 전조 증상은 뇌졸중이 왔다가 풀린 상태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뇌졸중이 생겨 한쪽 팔다리에 마비가 왔지만 운 좋게 회복된 경우를 전조 증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경우 회복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합니다.
2년 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맘마’, ‘랄라’, ‘가가’ 발음이 잘 안되면 뇌졸중을 의심하라는 등의 자가 진단법을 소개했지요?
녹화 때 그런 증상은 이미 뇌졸중이 온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강조했는데 그 전제가 빠진 채 방영돼 오해를 불러일으켰어요.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한가하게 자가 진단할 것이 아니라 당장 병원에 가야 합니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안전신고센터에 전화해야 합니다. 서울의 경우 119구조대가 도착하는 시간이 5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자가용으로 이동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아요. 119응급구조대원의 지시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빨리 이송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민간요법으로 손가락, 발가락을 따고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동은 뇌졸중 치료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승훈 교수의 ‘밑줄 쫙~ 뇌졸중 지식’
1 뇌졸중은 동맥경화 합병증이다.
2 뇌출혈 환자는 뇌경색 환자보다 적지만 사망률은 20~50%다.
3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치료하라.
4 여성은 50대 폐경 이후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5 뇌졸중을 미리 알려주는 전조 증상은 없다.
6 어지럼증, 두통의 99%는 뇌졸중이 아니다.
7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119에 전화하라.
8 뇌졸중센터가 있는 병원에 가라.
9 손가락, 발가락 따며 시간 지체하지 마라.
10 지나친 근력 운동과 스트레칭을 주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