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와 제일모직 디자이너 출신 두민지 대표는 결혼 6년 차인 2014년 반려동물을 위한 옷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이를 출산한 직후 산후조리원에 있으면서도 일을 했다는 그녀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출산 전후엔 더딘 신제품 출시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엄마인 그녀에게 응원을 보냈다.
2014년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펫데렐라 프로젝트를 창업했습니다.
2013년 크리스마스에 우연히 반려견 노엘을 만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어요. 12kg이 넘는 노엘은 긴 허리에 짧은 다리, 하트 엉덩이를 가진 매력적인 웰시 코기 중형견이에요. 당시엔 웰시 코기를 키우는 사람이 많지 않아 체형에 맞는 옷을 찾기 어려웠는데 디자이너인 제게 노엘에게 예쁜 옷을 입힐 수 없다는 건 굉장히 속상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죠. 막상 시작하고 나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대형견 보호자가 많더라고요. 중형견 의류 시장이 블루오션이라는 판단이 들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펫데렐라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펫데렐라는 ‘펫’과 ‘신데렐라’의 합성어예요. 모든 반려동물이 신데렐라의 인생 역전 스토리처럼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식구가 늘었어요. 2016년에 아들을 낳았죠. 창업과 육아를 동시에 하셨네요.
산후조리원에서도 계속 일을 했어요. 사실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죠. 육아는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소비자들은 더딘 신제품 출시를 이해해줬어요.
그 힘든 시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이 뭔가요?
제게 주어진 미션을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니 시간이 흘렀어요. 반려견 노엘과 아들이 너무 예뻐 가능한 일이었어요. 소비자들에게도 고마워요. 우리 브랜드 초창기부터 함께한 소비자들은 저의 임신과 출산 소식도 다 알거든요. 소비자들이 동지애로 저를 기다려준 것 같아요. 조금 느려도 저를 이해해준 소비자들에게 항상 고마워요.
동지애가 생기게 하는 펫데렐라 프로젝트의 인기 비결이 뭘까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사람 옷 같다”는 거예요. 패션 회사에서 일하던 방식을 펫 패션에 적용해 시즌 컬렉션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거든요. 반려동물의 옷이지만 결국 소비자는 보호자이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해요. 보호자의 취향에 맞는 트렌디한 옷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소재나 패턴 개발에 공을 들여 오랫동안 편안하게 입힐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나요?
반려인들의 의식과 반려동물 문화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펫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유기견 관련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왔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반려인들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펫 컬처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회사에서는 대표지만 집에 돌아가면 주부일 텐데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게 어렵진 않나요?
온·오프를 철저히 하는 편이에요. 온일 땐 두민지 대표이고, 오프일 땐 온전히 한 가정의 엄마죠. 일에 관한 생각을 온·오프하지 않으면 일도 가사도 모두 잘할 수 없더라고요. 두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잘하고 싶거든요. 물론 외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을지도 몰라요. 메이크업 전후가 많이 다르거든요.(웃음) 그래도 올해엔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더 만들려고 해요. 그동안 대표로, 주부로 사는 데 집중했거든요. 운동하면서 몸과 마음, 사업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보려고요.
창업을 준비하는 주부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여성’이라는 사회적 틀에 갇혀 생각과 행동을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창업이 대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해도 돼요. 큰 자본이 없어도 소소한 일을 즐기면서 꾸준히 해나갈 자신이 있다면 용기를 내세요. 우리가 모두 다 잘하는 슈퍼맘일 필요는 없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