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SATURDAY
조식을 먹고 수영장에 앉아 오렌지빛 태양을 쬐며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면서 호캉스의 묘미를 만끽하길 적극 추천한다. 여기에 맥주 한잔은 필수! 필리핀이 산 미겔의 홈구장이란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토요일 오후 느지막이 두 번째 추천하는 부촌 보니파시오를 가보자. 보니파시오 샹그릴라 호텔부터 하이스트리트 쪽을 지나 SM 아우라까지 걷다 보면 입이 벌어질 정도의 발전된 모습에 ‘이곳이 동남아가 맞나’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친구가 떠오른다. 과소평가된 마닐라의 완벽한 명예 회복이랄까?
코로나19 팬데믹을 치르고 난 뒤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 에너지가 넘친다. 데이트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 먹는 세련된 술 같던 와인도 이곳에선 일상적이다.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도 참 재밌다. 실제로 헤밍웨이가 소설 <노인과 바다>를 쓰는 데 영감을 줬다는 마닐라 베이까지 갈 필요 없을 정도로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의 보라색 하늘은 아늑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해가 지고 나면 보니파시오의 불고스 서클에 위치한 포브스타운 로드를 추천한다. 필리핀의 힙한 사람들이 모이는 최고의 핫 플레이스인데, 그중 닥터와인(Dr. Wine)과 이썸(Eesome), 치맥(Chimac)은 주말에 들어갈 자리도 없다. 닥터와인을 제외한 2곳은 한국인이 만든 곳으로 세련된 인테리어와 맛있는 칵테일은 여행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카페&레스토랑 추천
THE FAT SEED CAFE ROASTERY 더 팻 시드 카페
요즘 가장 핫한 브런치 카페로 사교적이고 느긋한 분위기에 음식 맛까지 일품이다. 보니파시오에 사는 외국인이 모이는 곳.
주소 9th Avenue, corner 27th Street, Taguig, 1634 Metro Manila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 ARABICA MANILA BGC ROASTERY 아라비카 커피
일명 ‘응커피’라고도 불리는 카페. 세련된 커피 맛과 핫플에 모이는 사람 구경하기에 최고. 이곳에서 판매하는 로스팅한 커피 원두는 지인들에게 선물하면 누구나 좋아하는 아이템.
주소 GF, Shangri-La at The Fort, 5th Avenue, Taguig, 1634 Metro Manila
영업시간 오전 7시~오후 10시
ST. LOUIS 세인트 루인스
주말이나 연휴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붐비는 브런치 카페로, 커피와 요거트볼,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주소 Unit 104-A, Lower ground, C3 Bonifacio High Street Central, Taguig, 1630 Metro Manila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
CHAO SHAN BEEF HOTPOT 차오산 소고기 핫포트
1인당 999페소(약 2만 3,000원)에 원하는 소고기 부위를 모두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 특히 한국에서는 고급 재료로 쓰이는 우설이 무제한 메뉴에 포함돼 있어 우설만 10번 시켜 먹어도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로 기억될 곳.
주소 NAC Tower, 32nd Street, Taguig, Metro Manila
영업시간 오전 11시~다음 날 오전 3시
DAY 3 SUNDAY
마카티 레가스피 선데이 마켓(Legazpi Sunday Market)을 들러보자. 일요일 오전 7시부터 낮 12시까지 열린다. 가판대 위의 색깔이 참 예쁜 음식들과 신선한 과일들을 보고 있자면 동남아시아에 온 게 실감 난다. 특히 선데이 마켓에서는 비빙카(Bibingka)를 꼭 먹어볼 것. 바나나 잎에 싸서 오븐에 구운 떡으로 필리핀에서는 일반적으로 아침 식사 또는 오후 간식으로 먹는다. 농부가 직접 물건을 들고 나와 파는 한국의 오일장 같은 이 선데이 마켓은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초심자의 행운’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특정 활동을 할 때 이제 막 시작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 기대하지 못한 성공을 하는 걸 말하는데, 흔히 주식이나 스포츠 게임을 할 때 많이 쓰이지만 여행도 마찬가지다. 미리 뭘 할지 너무 많이 고민하고 계획을 짜서 여행하면 피로감만 쌓이다 끝나버린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여행가들은 가장 단순한 길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본다. 힘을 뺀 여행자의 눈은 그제야 여러 가지를 담아갈 힘이 생긴다. 가령 이 샌드위치는 거친 호밀빵을 썼지만 토핑이 겹겹이 얹혀 있어 풍부한 맛이 난다든가, 생선 옆에 입맛대로 뿌리라고 레몬과 소금을 놓은 테이블 세팅을 우리 집 식탁에서도 적용해 본다든가. 외국 여행의 즐거움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고, 이런 경험들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앞으로의 일상에 대한 동기부여를 높여주는 것이다. 다양한 음식을 체험함으로써 입맛의 경계가 확장되고, 언어를 통해 소통하는 경험은 그 나라와 그 지역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