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부진과 함께 패션계 슈퍼 인플루언서
이서현의 스타일은 ‘아방가르드’
재벌가 여성들의 패션은 언제나 주목받지만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패션은 특히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단 그녀를 바라보는 기준 자체가 다르다. 단순 재벌가의 며느리나 딸들은 이른바 명품을 걸치는 럭셔리 룩으로 주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그녀는 의상이 아니라 ‘패션을 업으로 삼는 전문가’로서 주목받는다. 그녀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이서현 이사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디자인학을 전공했다. 파슨스 디자인 스쿨은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 벨기에의 안트베르펜 왕립예술학교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자인 스쿨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대중은 이서현 이사장의 패션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하지만 그녀는 대외적 노출이 많은 편이 아니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주로 홍라희 여사, 이부진 사장과 함께 가족으로서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서다. 특히 2010~2014년은 호암상 시상식과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에 참여한 홍라희 여사,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등 세 모녀의 패션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기였다.
2010년 6월 호암상 시상식장에서 이서현 이사장은 화이트 더블 벨트로 포인트를 살린 화려한 스타일의 원피스에 블랙 레깅스와 킬 힐을 매치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원피스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가 1982년에 만든 알라이아 브랜드였다. 알라이아는 여성 특유의 체형을 자연 그대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으로, 미셸 오바마 등 미국 퍼스트레이디를 비롯해 나오미 캠벨 같은 수많은 유명 인사가 알라이아의 드레스를 입으며 유명해졌다. 알라이아는 당시 국내에서 무척 생소한 브랜드였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제일모직이 운영하는 이탈리아 멀티숍 10 꼬르소 꼬모를 통해 수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손에 들고 있던 토트백도 화제였다. 토트백은 ‘이탈리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100% 수공예 가죽 전문 브랜드 발렉스트라 제품이었다. 2009년 10월부터 신라호텔 아케이드에 입점한 발렉스트라는 브랜드 로고가 없기로 유명한데, 브랜드가 드러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부유층을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배우 고소영과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 길에 오른 배우 장동건이 출국 당시 메고 등장해 국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알라이아와 발렉스트라는 이서현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국내에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알라이아 사랑은 이후에도 지속돼 2011년 이건희 선대회장 칠순 기념 만찬 때도 알라이아의 부츠를 신었고, 2021년 신년 하례식 당시에 신었던 신발도 알라이아 제품이었다.
지난해 10월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 참석 당시에도 그녀는 샤넬 재킷과 알라이아 펀칭 백을 들고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샤넬 재킷은 700만원대, 알라이아 펀칭 백은 250만원대로 추정되는 제품이었다.
스타일 면에서 바라보면 그녀의 패션은 상당히 아방가르드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부진 사장이 블랙&화이트를 즐겨 입으며 단정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강조하는 반면, 그녀는 말 그대로 패셔니스타라는 명성에 걸맞게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선호한다.
새로운 옷을 입거나 개성을 표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기에 스펙트럼도 넓다. 슈트에서부터 커다란 금색 버튼이 여러 개 달린 재킷이나 벨트 2개로 허리를 한껏 강조한 원피스형 재킷은 물론 흰색 바탕에 검은색 원형 무늬가 들어가 쉽게 소화하기 힘든 지암바티스타 발리 코트까지 그녀는 다양한 스타일을 자유자재로 선보이고 있다. 다만 스커트보다는 와이드 팬츠, 블랙 팬츠 슈트를 자주 입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녀는 자신이 입는 의상과 액세서리를 주로 10 꼬르소 꼬모 청담점에서 직접 고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