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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셋째 이서현 풀스토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여동생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어머니 홍라희 여사가 맡아오던 ‘삼성가 안주인’ 역할을 이을 후임자로 차근차근 보폭을 넓히고 있다.

On March 2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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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하는 이재용·이부진과 달리
‘삼성가 안주인’ 홍라희 역할 물려받나

그동안 삼성가 안주인은 미술 관련 일과 봉사 활동 등 삼성그룹의 사회 공헌 활동을 맡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어머니 홍라희 여사가 그동안 그 역할을 맡아왔지만 1945년생인 홍 여사가 천년만년 계속할 수는 없는 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오빠 이재용 회장과 언니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경영자로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둘 다 ‘돌싱’으로 현재 배우자가 없다.

이서현 이사장은 2018년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직을 내려놓고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홍라희 여사와 함께 사회 공헌 활동에 주력해왔다. 자연스럽게 홍 여사의 역할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향후 삼성가 안주인 역할도 맡게 될 그녀에 대해 알아보자.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 이서현

삼성가 셋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1973년생으로 어려서부터 문화예술계와 밀접한 인생을 걸어왔다. 그녀는 경기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술중학교인 예원학교에 입학했다. 같은 재단인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세계 3대 디자인 스쿨 중 하나인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은 2002년 7월 제일모직 삼성패션연구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이후 꾸준히 승진해 2015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에 올랐고 2018년 12월까지 패션 사업을 이끌었다. 2019년부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1989년 공익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삼성그룹 내 사회적 책임(CSR)을 담당하고 있다.

리움미술관 운영은 삼성의 대표적 사회 공헌 활동 가운데 하나다. 삼성그룹 산하 미술관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호암미술관과 2004년 문을 연 리움미술관이 있는데, 현재는 리움미술관에서 호암미술관 운영도 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리모델링 및 재개관에 공을 들였다. 그녀는 삼성그룹의 사회 공헌을 총괄하는 복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리모델링 및 재개관에 공을 들였다. 그녀는 삼성그룹의 사회 공헌을 총괄하는 복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을 맡아 리모델링 및 재개관에 공을 들였다. 그녀는 삼성그룹의 사회 공헌을 총괄하는 복지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미술관 운영은 어머니 홍라희 여사가 담당해왔다. 홍 여사는 1995년 호암미술관 관장을 맡았고, 2004년부터는 리움미술관 관장도 맡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구속되면서 홍 여사는 미술관장직에서 사퇴했고,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미술관도 휴관에 들어갔다. 2019년 부임한 이서현 이사장은 휴관하는 동안 재개관 준비에 상당한 공을 쏟았다고 전해진다. 리움미술관 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등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이사장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동문인 정구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리움미술관 리모델링 총괄을 맡았다고 한다. 리움미술관은 2021년 10월 <인간, 일곱 개의 질문> 기획전을 통해 재개관했다. 원래 유료였던 상설전은 무료 개방으로 바꿔 대중의 접근성을 높였다. 이후 2022년에는 5개, 2023년에는 4개 기획전을 치러냈다. 리움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필립 파레노 작가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 <보이스(Voices)>를 개최한다.

이서현 이사장은 종종 미술관에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해 7월 개념미술가 김범 작가의 기획전 <바위가 되는 법> 개막 뒤풀이 행사에서는 리움미술관 내부에 포장마차가 차려지기도 했는데, 당시 이 이사장은 김범 작가 등과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미술관 운영뿐만 아니라 삼섬그룹의 대외 사회 공헌 활동 분야에서도 이 이사장의 보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 이사장은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이어 2022년 8월부터는 삼성글로벌리서치(전 삼성경제연구소) CSR연구실 고문도 겸임하고 있다. 삼성글로벌리서치 CSR연구실은 사회 공헌 이행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개발하는 부서다. 삼성그룹 사회 공헌 분야를 총괄하는 ‘복지 리더’ 역할을 맡은 셈이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이서현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사장이 글로벌전략실장으로 근무하는 곳이라 부부 동반으로 대외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았는데 삼성그룹에서는 후임자로 사위인 김재열 사장을 내세웠고, 김 사장은 지난해 10월 17일 역대 열두 번째 한국인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3월 남편과 함께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해 선수들을 응원하는 등 스포츠 분야 대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이사장은 홍라희 여사와 가까이 지내는 시간도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용인 소재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이건희 선대회장 3주기 추모 음악회에도 이재용 회장과 함께 홍라희 여사, 이서현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경영상 이유로 불참했다.

싱글인 이재용 회장으로서는 이서현 이사장이 고마울 수 있다. 안주인 역할을 맡은 홍라희 여사의 역할을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는데 여동생인 이 이사장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홍 여사가 맡아왔던 역할이 점차 시간을 두고 이 이사장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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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유니클로 도전했지만…
경영자보다는 현모양처

삼성은 남존여비 사상이 심했던 과거 한국 사회에서도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했던 기업이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의지가 컸다. 이병철 창업 회장은 삼성그룹 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당시 첫째 딸인 이인희를 두고 “쟤가 아들이라면 내가 지금 무슨 근심 걱정이겠나”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실제로 경영 수업을 받았던 맏딸 이인희는 한솔제지(옛 전주제지)를 들고 나갔고, 막내딸인 이명희 역시 신세계그룹을 물려받았다.

이건희 선대회장 역시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을 경영자로 키우고자 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2010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0>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으로 이동하면서 두 딸을 불러 양손에 잡고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실제로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부진 사장이 2011년부터 호텔신라 경영을 맡자 돌봐주기 위해 두 달 동안 신라호텔에 묵으며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출퇴근했다.

이서현 이사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사장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2002년 7월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로 승진했고 2009년 전무, 2010년 부사장, 2013년 사장에 올랐다. 2015년 12월부터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맡아 사실상 삼성그룹의 패션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통해 1956년 양복지 ‘골덴텍스’를 만든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섬유 및 패션 사업을 영위해왔다. 1989년 론칭한 빈폴은 삼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88년 내놓은 라피도 역시 한때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였다. 이건희 선대회장으로서는 이서현 이사장이 경영자로서 삼성그룹의 패션 사업을 물려받아 잘 키우기를 바랐던 것 같다.

삼성은 남존여비 사상이 심했던 과거에도 딸들의 경영 참여가 활발했던 기업이다.
이건희 선대회장 역시 딸인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을 경영자로 키우고자 했다.
두 딸을 불러 양손에 잡고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이서현 이사장이 당시 경영자로서 준비했던 프로젝트는 2012년 출시한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였다. 당시에는 유행 상품을 빠르고 저렴하게 내놓는 SPA 브랜드가 국내외 패션 시장의 대세였다. 국내 SPA 시장은 2005년 일본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2008년 스페인 자라, 2010년 미국 H&M 등 글로벌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급성장했다. 이에 맞서는 국내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에잇세컨즈를 내놓은 것이다.

에잇세컨즈는 2012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1호점을 열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론칭 첫해 매출이 600억원을 넘었고, 이듬해에는 1,200억원을 뛰어넘었다. 당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0년까지 에잇세컨즈 매출을 1조 5,000억원까지 키우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2015년 12월 이서현 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을 맡자 에잇세컨즈는 2016년 중국 상하이에 현지법인인 ‘에잇세컨즈 상하이’와 ‘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에잇세컨즈 상하이와 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 법인은 2016년부터 3년간 누적 매출이 290억원에 불과했고, 적자는 매출보다 많은 330억원에 달했다. 결국 2018년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사업을 접어야 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에잇세컨즈 부진으로 잇따라 영업 적자를 내는 등 정체가 지속됐고, 삼성물산의 직물 사업도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면서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했다.

사드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사실 SPA 브랜드 시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위기였다. 당시 저금리로 돈이 마구마구 풀렸던 상황에서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값싼 SPA 브랜드보다 명품, 고가 상품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소비를 주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SPA 브랜드가 ‘규모의 경제’에서 보여주는 원가 절감 경쟁력을 에잇세컨즈가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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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도와 리움미술관 운영과 사회 공헌 활동에 주력

삼성그룹은 2018년 말 인사에서 당시 이서현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서현 이사장은 향후 사회 공헌 활동에 전념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16년간의 패션 사업 경영자 수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서현 전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코로나19 등이 겹치며 한층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고강도 구조 조정을 통해 최근에는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2조 510억원, 영업이익 1,940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7.8% 성장한 것이다. 다른 패션 기업들은 영업이익 악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특히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냈다. 고금리로 물가가 오르면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가성비 좋은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로 소비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 수도 2022년 말 58개에서 지난해 말 71개로 늘어났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과거 실패했던 에잇세컨즈의 중국 시장 재진출 등 아시아권 매장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에서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20년 10월 고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막대한 유산과 상속세 때문에 지배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은 주식과 미술품, 부동산,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해 약 26조원으로 삼성 오너 일가가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했다. 홍라희 여사는 3조 1,000억원, 이재용 회장은 2조 9,000억원, 이부진 사장은 2조 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은 2조 4,000억원을 내야 했다.

유족들은 세금을 5년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 연납 방식을 택했고, 2021년 4월부터 6회에 걸쳐 분납 중이다. 이서현 이사장은 매년 4,000억원가량을 내야 한다. 이재용 회장은 배당금과 개인 신용 대출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으며, 나머지 세 모녀는 주식 매각과 담보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하고 있다.

싱글인 이재용 회장으로서는 이서현 이사장이 고마울 수 있다.
안주인 역할을 맡은 홍라희 여사의 역할을 누군가는 이어받아야 하는데
여동생인 이 이사장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홍 여사가 맡아왔던 역할이 점차 시간을 두고
이 이사장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이서현 이사장 역시 상속세 납부를 위해 그동안 주식 매각과 담보대출을 꾸준히 해왔다. 올해 1월에는 이재용 회장을 제외한 세 모녀가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 총 2조 1,691억원을 현금화했다. 처분한 주식 물량은 홍라희 여사 1,932만 4,106주(0.32%), 이부진 사장 240만 1,223주(0.04%), 이서현 이사장 810만 3,854주(0.14%)로 각각 1조 4,051억원, 1,746억원, 5,893억원을 현금화했다. 하지만 여섯 번의 상속세 분납 가운데 아직 세 번이 남아 있다. 따라서 추가 주식 담보대출과 주식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가운데 주식 담보대출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삼성 일가로 세 모녀가 1~3위를 차지했다.

홍라희 여사는 지난 1월 말 기준 주식 담보대출이 1조 7,500억원으로 2022년 말 8,500억원 대비 9,000억원 늘었다. 이부진 사장도 주식 담보대출이 1조 370억원으로 1년 만에 3,870억원 늘었고, 이서현 이사장의 주식 담보대출도 5,728억원으로 2,017억원 증가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일요신문·삼성전자 제공
2024년 03월호
2024년 03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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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