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신옥은…
1남 5녀를 둔 손맛 좋은 엄마인 이신옥은 주변의 권유로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면서 인생이 확 달라졌다. 10여 년간 경북 영주와 서울을 오가며 궁중 요리, 폐백 음식, 전통 장, 김치, 술, 떡 등 거의 모든 한식의 교육 과정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게 시작한 공부에 재미와 열정이 더해져 공부의 범위를 점점 더 넓혀나간 것. 지금은 영주 향토 음식 전문가로 활동하며 잊혀가는 향토 음식을 지키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딸 박누리는…
‘데이지 셰프’로 불리는 박누리는 이탤리언 레스토랑 ‘갈리나데이지’의 오너 셰프다. 한식 전문가 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보듯 요리 재능을 알아본 엄마의 선견지명으로 중고등학생 때부터 한식, 중식, 일식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성인이 된 후 엄마의 권유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운 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탈리아 요리에 푹 빠진 그녀는 현재 10년째 갈리나데이지를 운영하며 제철 식재료로 한식의 터치가 가미된 특별한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모녀’s pick
간 해독을 도와줘 피로 해소에 좋은 피조개
3월에 가장 맛있는 제철 식재료 중 하나인 피조개는 4월이 되면 산란기에 접어들어 지방 함량이 높아져 기름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피조개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독성이 생기기 때문에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피조개는 맛도 맛이지만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 해독을 도와줘 피로 해소에 좋은 보양식으로도 빼놓을 수 없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좋고, 아이 영양식으로도 손색없다. 꼬막류에 속하지만 크기가 크고 육질이 연해서 회, 구이, 무침, 찜 등 다양한 요리가 가능하다.
Q 요리를 전문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저는 그냥 평범한 주부였어요. 이모가 요리 솜씨가 좋아서 동네에서 폐백 음식을 하셨는데 이모 일을 도와드리면서 어깨너머로 배우다 보니 저도 곧잘 하게 됐어요. 동네에 소문이 나서 저한테도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때 동네 평생학습센터에서 폐백 수업 의뢰가 들어왔어요. 덜컥 겁이 나기도 하면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을 앞세워 서울에 있는 궁중요리연구원에 찾아갔어요. 그때부터 제 배움의 세월이 시작됐죠. 10년 넘게 영주와 서울을 오가며 궁중 요리, 폐백 음식, 전통 병과, 약선 요리, 사찰 음식 등 한식은 모조리 배웠어요.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제2의 인생이 시작됐어요.
Q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10여 년 동안 배운 노하우로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요리 대회에 참여해 상도 많이 받았어요. 정과로 전시도 했고, 돼지고기로 만든 돈포로 상금도 받고 백화점 입점 제안도 받았어요. 영주에서 농가 맛집도 운영했었죠. 현재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영주의 향토 음식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잊혀가는 할머니들의 음식을 레시피로 정립하는 작업과 향토 음식으로 지역 상품을 개발하는 컨설팅 등 도시 재생을 위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어요. 뒤늦게 좋아하는 일을 찾아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나이 들고 있는 것에 새삼 감사하며 살고 있답니다.
Q 딸과 함께 요리하면 좋은 점이 있나요?
부모와 자식 간이라도 모두 이해할 수 없잖아요. 저는 1남 5녀를 두었는데, 요리로 소통하는 자식은 누리밖에 없어요. 음식을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육체적으로는 힘든 일이지만, 누리도 저만큼이나 이 일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 특히 요즘에는 누리가 제 레시피나 노하우, 식재료 등을 활용한 상품 개발에 열정을 쏟고 있는데 함께하는 저도 설레고 즐거워요.
Q 처음으로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저는 궁중 요리 중 하나인 ‘피조개찜’을 만들었어요. 알이 큰 피조개와 각종 채소를 다져 만두소처럼 만들어 피조개 껍데기 안쪽에 담고 달걀물을 입힌 다음 찜기에 쪄내는 요리인데, 궁중 요리답게 고급스러운 맛과 모양이 특징이랍니다. 하지만 만드는 과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간이 삼삼하고, 은근히 포만감이 있어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어요. 특히 피조개 껍데기를 그릇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손님 초대상에 올리면 근사한 요리가 되고, 아이들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온 가족의 기력 보충을 위해 피조개찜을 만들어보세요. 맛있게 먹고 나면 가족 모두의 피로가 싹 풀린답니다.
Q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엄마의 영향을 받아 요리를 좋아했고, 엄마가 요리로 활동이 바빠지면서 그 일을 곁에서 가장 많이 지켜봤어요. 중학생 때부터 한식, 중식, 일식 등 요리 관련 자격증을 차곡차곡 준비하기 시작했고요. 엄마는 뒤늦게 시작해 힘들었기 때문에 저한테는 미리미리 준비하기를 바랐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대학도 조리과에 갔고, 각종 요리 대회를 휩쓸면서 요리 신동(?)의 코스를 밟아나갔어요.(웃음) 남들은 악기나 공부를 조기교육 받는다는데, 저는 요리 조기교육을 받은 셈이죠.
Q 엄마와 같은 한식이 아닌 이탈리아 요리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다양한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한 상태로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이었어요. 엄마가 저한테 한식을 제외한 요리를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시더라고요. 한식은 엄마한테 언제든지 배울 수 있으니 다른 요리로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고요. 당장 유학을 가는 게 어려워 한국에 있는 산티노 셰프를 찾아가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소르티노스’에서 자그마치 9년을 일했어요. 중간중간 단기 코스로 이탈리아에 다녀오기도 하면서 그곳에서 수셰프까지 올라갔죠. 그곳을 나와 잠시 캐나다에 다녀온 후 곧장 한국에 ‘갈리나데이지’를 오픈했어요. 올해로 10년째 운영 중이랍니다.
Q 요리할 때 엄마를 닮은 점과 다른 점이 있나요?
끈기와 열정은 엄마를 닮았어요. 지금까지 이 일을 탄탄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다른 점이라기보다 좀 더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요리에서 끝나지 않고 늘 다양한 분야로 확장을 기획해요. 좋은 레시피가 있으면 밀키트 생산도 해보고, 좋은 식재료가 있으면 그로서리 제품으로도 만들어봐요. 주방에서 벗어나 확장되는 과정이 즐겁고 흥미롭더라고요. 요즘 엄마의 돈포를 카페 DOTT에서 판매하는데 고객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앞으로도 엄마의 레시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활동해볼 생각이에요.
Q 처음으로 <우먼센스>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보통 세비체는 흰살생선으로 만들어요. 그런데 저는 어려서부터 이맘때쯤이면 피조개를 많이 먹곤 했는데 그 쫀득한 식감을 잊을 수가 없더라고요. 요리를 시작하면서 늘 생각했어요. 언젠가 세비체를 피조개로 만들어보겠다고요. 엄마는 늘 한식 베이스의 요리를 해주시는데, 저는 엄마의 요리를 먹고 그 식재료를 보며 저만의 요리를 생각해내곤 해요. 이번엔 엄마의 피조개찜과 함께 선보일 요리로 피조개 세비체를 준비했어요. 새콤하면서도 신선한 맛과 향이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 그만이에요. 특히 샴페인이나 화이트와인과 곁들이면 미슐랭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답니다. 특별한 날에 꼭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