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원 공급하고 노폐물 배출 돕는 성분
약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피로 해소제가 있다. 드링크, 앰풀, 알약 등 제형도 다양하다. 드링크류는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어 누구나 한 번쯤 피로가 풀리길 기대하며 병뚜껑을 돌려본 기억이 있을 만큼 우리 생활과 밀접하다.
먼저 짚고 넘어갈 건 대부분의 피로 해소제가 ‘의약외품(醫藥外品)’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의약외품은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약품을,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을 말한다. 둘 다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하는 목적의 의약품과는 구분된다는 의미다. 약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특정 질병을 직접 치료하는 효과는 없지만 인체에 유용한 성분을 담았고, 까다로운 심사와 허가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생산된 제품이다. 사실 언뜻 생각해도 드링크제 한 병 마셨다고 쌓인 피로가 싹 사라질 것 같진 않다. 그렇다면 피로 해소제의 진짜 효능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피로 해소제의 효능을 인체의 대사(代謝) 기능을 돕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대사란 섭취한 물질을 분해·합성해 필요한 물질이나 에너지를 생성하고 그중 필요 없는 물질은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인체의 작용을 말한다. 김정은 신사 가나안약국 대표약사는 “피로 해소제의 주요 성분인 비타민, 아미노산 등은 인체의 에너지대사 활성화에 기여하는 물질이다”라며 “몸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공급하고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젖산 등 피로물질을 없애는 것을 도와 피로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피곤하니까 많이? 카페인·당류 과다 섭취 주의
당연히 피로 해소제를 한 번 복용한다고 피로가 싹 가시진 않는다. 단 대사 기능에 도움을 줘 안 먹는 것보다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이 활활 타오르게 하려면 땔감을 더 넣어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정은 약사는 “인체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려면 에너지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 필요한데, 피로 해소제가 그 원료가 돼 대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드링크나 앰풀과 함께 간 기능에 도움을 주는 간장약(肝臟藥)을 먹는 경우도 흔하다. 잘 알려진 ‘박카스에 우루사’ 조합이 대표적이다.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역시 대사 활성화다. 김 약사는 “우루사에 함유된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은 담즙 분비를 활발하게 해 간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피로 해소제를 복용한 뒤 즉각 ‘반짝’하는, 피로감이 덜해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 카페인이 함유된 피로 해소제인 경우다. 각성 물질인 카페인이 졸음을 쫓고 컨디션이 회복된 느낌을 준다. 단, 카페인 함유 제품은 과도한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성인의 하루 카페인 섭취 권고량은 400㎎ 이하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자칫 위장 장애나 신경과민, 불면증, 어지럼증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당류 함량도 살펴보는 것이 좋다. 단순히 당류와 카페인 성분만 담은 제품은 정작 인체에 필요한 양질의 땔감, 즉 영양소가 없어 대사 과정에서 원래 몸속에 있던 영양소를 소비하게 된다는 게 김 약사의 설명이다. 반짝할지는 몰라도 결국 더 피곤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청소년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당류 성분 제품을 자주 섭취해 몸속 당이 오르락내리락하면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피로 해소제나 고카페인 음료에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다.
지속되는 피로감… “정확한 원인 파악이 우선”
약사가 추천하는 피로 해소제는 무엇일까? 꾸준한 복용을 통해 피로 해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품으로 김정은 약사가 추천하는 건 태반 성분이 함유된 액상 제제다. 양질의 에너지원을 함유해 특히 중장년 여성, 왜소한 체구의 여성에게 좋다고 한다. 아르기닌제는 요즘 인기 있는 제품.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인 아르기닌(Arginine) 성분이 간 대사와 혈액순환을 도와 여성은 물론이고 남성도 많이 찾는다고. 입맛 없는 어르신 등 식사량이 부족한 경우라면 효소 제제도 좋다. 양질의 비타민과 아미노산이 에너지 생성을 돕는다. 마그네슘 앰풀도 추천한다. 경직된 근육을 풀어줘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감, 목덜미가 뻐근하고 근육통, 몸살기가 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피로 해소제가 도움이 되긴 한다지만 심한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다른 원인, 특히 질환에 의한 피로감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질환이 아니더라도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등 정확한 원인을 찾는 건 자칫 더 큰 건강상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다. 김 약사는 “최근엔 수면 부족이 피로감의 원인인 경우가 많고 코로나19·독감·노로바이러스 감염증 등을 앓고 난 뒤 후유증, 과도한 다이어트 등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라며 “혹시 놓치고 있는 건강상 문제는 없는지 병원에 가기 어렵다면 약국에라도 가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