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홈데코, 디자인 및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대표하는 전시회인 메종&오브제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파리 곳곳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축제가 펼쳐졌다. 본격적인 관람 전에 시내의 열기를 직접 느껴본 터라 기대감이 더 컸다.
페클러스 파리(Peclers Paris)가 정한 이번 메종&오브제의 테마는 ‘테크 에덴(TECH EDEN)’.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이슈가 많은 요즘 더없이 적절한 주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에 대해 좀 더 기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니까. 거대한 환경문제를 개개인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반문도 역시 존재하는 와중에 이번 페어의 주제는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다. 테크 에덴은 지속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연과 과학을 함께 고려할 때 만들어지는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이 상반된 단어가 하나로 느껴질 때 꿈꿔왔던 ‘아름다운 환경을 지키는 유토피아’가 실현된다는 것. 결국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자연과 과학을 심도 있게 연구하고, 최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할 때 새로운 미래 가치가 만들어진다.
이 대안적인 담론을 표현하는 특별관이 바로 레리치가 큐레이팅한 ‘What’s New? In Decor’ 공간이다. 대부분 전시 부스를 둘러본 후 마지막에 이곳을 들렀는데,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조화롭고 멋스럽게 연출돼 있었다. 결국 기저에는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자연이 기본이 된 재료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레리치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소재들을 신중하게 선택해 흙빛 사막의 따뜻한 색조도, 바다를 흐르는 고요함도, 열대 원시림의 활기찬 열기도 표현해냈다. 이런 조화로움을 보고 나니 어렵게 고민할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다다랐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인테리어 트렌드는 오히려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환경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나가는 것. 좀 더 지속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결론. 공간 중간에 전시된 조개껍데기들에서 짠 바다 냄새가 코를 확 찌르는데, 문득 이런 자연 소재들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소재의 가공 방식과 쓰임에 대한 기술적인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새삼 자각하게 된 뜻깊은 시간.
전시장 한쪽에는 올해의 디자이너인 마티외 르아뇌르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온통 노란색인 이곳은 각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맞는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만들었다고. 새로운 생활 방식뿐만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이 대안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싶은 의도를 담은 공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주제지만 공간으로 그것을 표현하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환경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결국 2024년에 제시하는 인테리어 트렌드의 화두는 환경이고, 소재는 굉장히 순수한 일차원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면 대리석, 석재, 우드, 진흙, 유리, 패브릭, 도자기 같은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로 이뤄졌다. 컬러감도 한결 편안해 보였다. 자연의 색을 가진 물건들은 공간에 배치했을 때 아늑함을 주기 마련. 많이 가공되지 않아 자연적인 모습을 지닌 소재에 더 친근함을 느끼는 방증이다. 너무 튀거나 화려함을 뽐내기보다 은은한 컬러, 완만한 곡선의 아름다움, 그리고 친환경적인 소재! 우리의 일상도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진지하게 수반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과 기술의 접목을 통해 진정으로 웰니스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 말이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지현(@dallstyle_designer)
달앤스타일 대표.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다양한 셀렙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인테리어 예능 <펫대로 하우스> <당신의 일상을 밝히는가> 등 방송 활동으로도 종횡무진 활약했음. 저서로 <365일 건축일기> <싱글부터 노년까지 인테리어 가이드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