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사회성이 조금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자기중심적일 수 있겠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안한 엄마는 늘 아이에게 잔소리를 달고 살았지만, 관대한 아빠는 ‘유별나게 굴지 말라’고 엄마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이가 3학년이 되고 4학년이 돼도 여전히 자기중심적이고 산만한 모습을 보이자 아빠도 그제야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찾은 병원에서 ADHD라는 진단을 받은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랄 수는 없는 걸까? 왜 우리 아이만 ADHD인 걸까? 상황이 너무나 야속하고,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고, 아이도 불쌍하게 느껴져 마음이 복잡했다. 사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ADHD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이가 자라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나 행동 등을 보고 판단하게 되는데, ADHD 증상은 아이의 성향 문제라기보다 대뇌에 있는 전두엽이 더디게 발달해 나타나는 것으로 아이 본인의 의지로는 조절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ADHD, 그것이 알고 싶다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신윤미 교수는 “우리 뇌는 크게 신체 기능을 조절하는 ‘파충류 뇌’와 놀이 같은 사회적 행동을 하는 ‘포유류 뇌’, 계획 실행·충동 억제·집중력·판단력 등을 담당하는 ‘인간 뇌’로 나뉜다”라고 설명한다. 이 3개의 뇌는 복잡한 신경 회로로 연결돼 있고 각각의 고유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 ADHD는 ‘인간 뇌’로 표현되는 전두엽이 보통 아이들보다 2~3년 늦게 발달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ADHD의 원인은 양육 태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유전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DHD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4만 4,741명(2018년)에서 8만 1,512명(2022년)으로 4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그렇다면 최근 ADHD가 갑자기 급증한 것일까? 답은 ‘NO’다. 신윤미 교수는 “전 세계 유병률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다만 ADHD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을 뿐이다”라고 설명한다. 미디어의 영향으로 ADHD가 무조건 숨길 것이 아닌,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증상이라는 의식의 전환은 분명히 긍정적인 시그널일 것이다. 세상에서 누구보다 내 편이어야 할 부모에게 스스로 의지나 노력으로 조절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야단맞는 것만큼 서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ADHD인 아이는 집 밖에서도 ‘쟤는 왜 저러는 거야?’라는 눈총을 많이 받는다. 아이가 설명을 잘 못해서 그렇지, 아무리 어려도 자신을 향한 못마땅한 시선은 충분히 알아차린다. 꾸지람과 냉소적인 시선을 받으며 자라는 아이의 마음은 한없이 작아지고 자존감도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뉴턴, 에디슨, 모차르트처럼 천재성으로 이름을 알린 세계적인 위인들도 ADHD를 앓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ADHD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 창의적이고 예술에 소질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칭찬과 이해, 격려로 누구보다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