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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조기 교육, 엄마표 영어는 괜찮을까?

수학 놓치면 끝장이라는 한국 교육의 입시 속에서 적어도 영어만큼은 공부가 아닌 언어로 인식하면 좋겠다는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자녀들의 영어 노출 시기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출생률 감소로 유치원, 어린이집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영어 유치원의 확장세는 가파르다.

On January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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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영어’ 괜찮을까

유정임(이하 ‘유’) 어린 자녀의 영어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질문은 어떤 내용이 많은가요?
배성기(이하 ‘배’)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건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엄마표 영어’에 대해 좀 알아본 부모들은 3~4년 전만 해도 파닉스는 언제 하면 좋을지, 어떤 영어책부터 읽어줘야 하는지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어떤 영어 영상을 보여주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도 많아졌습니다. 특히 요즘은 엄마가 영어를 못하는데 엄마표로 할 수 있을지 굉장히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엄마가 영어를 못하면 오히려 엄마표 영어에서는 장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엄마가 영어를 좀 알면 자꾸 학습으로 가게 되고 선생님이 되다 보니 아이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반면에 엄마가 영어를 못하면 아이의 작은 성장에도 충분한 리액션과 칭찬을 해줘 아이가 자신감을 갖고 더 재밌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어려운 영어 영상을 봐도 괜찮은지 많이 물어봐요. 물론 아이 영어 수준에 맞는 영상을 보여주면 효과가 더 좋겠지만, 취향을 저격하는 흥미 위주의 영상을 보는 것도 영어라는 언어 자체의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좋다고 말합니다.

이미 세상은 글로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직도 유치원생의 영어 교육은 학원으로 인가돼 있죠. 영어 조기 교육을 사교육 광풍이라고만 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영유는 유치부 영어 학원이죠. 그래서 교육부 등의 관리를 받지 않다 보니 유아교육을 전공하지 않은 원어민 교사의 자질이나 지나치게 비싼 교육비 등이 이슈가 되기도 해요. 하지만 그만큼 부모들이 영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많은데 대안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입시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우리나라에서는 최대한 일찍 준비를 시키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고, 수학이나 과학 같은 과목에 비해 영어는 언어다 보니 일찍 시작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훨씬 적다고 생각하는 거죠. 시대 변화에 따라 영어 교육의 목표도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배운 것이 아니었잖아요. 그냥 교과목으로,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고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을 익혀온 거죠.
그렇죠. 우리가 학창 시절을 보낸 1980~1990년대 대한민국은 제조업 기반의 수출 주도형 산업 성장 사회다 보니 영어가 중요하긴 했지만 요즘 흔히 말하는 글로벌 인재의 필수 역량은 아니었죠.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태어나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려요. 부모가 살았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아야 하는 세대입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로 전 세계 시민들과 소통하며 서로의 콘텐츠를 소비합니다. 단순히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생산자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세계 공용어인 영어에 능통한 만큼 개인의 세상도 커지는 거죠. 그래서 영어에 대한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모국어를 습득하듯이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게 해야 하죠. 비싼 사교육을 이용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도 많습니다.

아이의 감정과 마음을 바라봐주는 게 중요하다

비싼 사교육을 이용하지 않고 효과를 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아이가 우리말을 어떻게 습득했는지 생각해보면 답은 간단해요. 엄마가 한국어 교수법을 공부하거나 자격증이 있어 가르친 것은 아니잖아요. 한글 책을 부지런히 읽어주거나 일상에서 많은 상호작용을 하고, TV 등의 매체를 통해 꾸준히 언어에 노출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사실 조기 유학을 보내거나 영유를 보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플랫폼을 활용해 집 안에서도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미디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살짝 접고, 긍정적인 면을 잘 활용한다면 정말 쉽고 경제적으로 영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할 수 있어요.

미디어 노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모가 많지 않나요?
미국 소아과의사협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생후 24개월 이전 미디어 노출은 아이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금지합니다. 하지만 생후 25개월 이후엔 엄선된 영상을 부모와 함께 하루 1시간 정도 보는 것은 괜찮습니다. 6세 이후엔 시간도 제한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떤 영상을 보는지 부모가 컨트롤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는 분명 자극적이어서 지나치게 노출된 아이는 독서나 학습을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낄 수밖에 없어요. 디지털 네이티브인 아이에게 미디어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디지털 문해력)는 우리 세대의 문해력만큼이나 핵심적인 역량입니다.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녀의 영어 실력을 직접 원어민 수준으로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처음부터 아이가 영어를 잘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었던 점은 없었습니다. 단지 영어에 대한 거부감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해 매일 1~2시간씩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영상을 보여줬어요. 엄마한테도 너무나 편한 방법이었죠. 아웃풋이 없어도 꾸준히 보여줬고, 3년 동안 1,000시간 정도 보여주고 나니 아웃풋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1년쯤 꾸준히 보여줬는데도 별다른 아웃풋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안한 마음을 참기 힘들잖아요.
그 인내심이 포인트입니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이란 책으로 유명한 언어 습득 이론의 대가 스티브 크라센 박사도 언어 습득에는 침묵기(Silent Period)라는 것이 있고, 아웃풋이 아니라 인풋이라고 할 만큼 의미 있는 인풋(Comprehensible Input)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영유에서 원어민 교사와 자연스럽게 자신이 습득한 단어나 표현으로 의사소통을 했다면 분명 효과는 더 커졌겠지만 저는 온라인에서 더없이 좋은 대안을 찾았던 거죠. 집 안 환경을 영어 영상으로 1시간씩 노출시키는 것은 꼭 한번 해보길 권유합니다.

영어 유치원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각자의 상황이 다르니 영유를 보내는 것이 어떻다는 얘기는 문제의 소지가 많을 듯합니다. 영유를 보내려는 부모라면 집 주변 영유들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면서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는지 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유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아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아이가 뭘 원하고 어떨 때 스트레스받는지 꼭 살펴봐야 합니다. 엄마가 원하는 것은 잠시 뒤로하고 아이의 감정과 마음을 바라봐주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배성기 교수

배성기 교수

글로벌 사이버대학 실용영어과 교수로 영국 멘체스터대학 교육공학 석사.
<현서네 유튜브 영어> 학습법의 저자.


유정임 작가

유정임 작가

<말과 태도 사이>, <아이가 공부에 빠져드는 순간> 저자로 유튜브 <유정임채널 ‘리스펙에듀’> 운영.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4년 01월호
2024년 01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유정임(교육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