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로서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가는 3명의 주부를 만났다. 퇴사 3년 만에 공모전 마스터가 된 주부 김명은 씨(가명, 38세), 진로 취업 전문가 자격증 취득 후 학교 강사로 활동 중인 이연주 씨(가명, 39세), 그리고 AI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박지혜 씨(가명, 38세)가 그 주인공이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직장에 다닐 때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더 많은 수입을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면서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고, 무엇보다 수익도 높아 만족도가 큰 세 주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직장 퇴사 후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요?
김명은(이하 ‘김’) 왜 없었겠어요.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가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아이와 가정이 우선이라 회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퇴사 우울증’과 ‘육아 우울증’이 동시에 와서 6개월 정도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방황했던 것 같아요.
박지혜(이하 ‘박’) 저도 그랬어요. ‘내가 아이나 키우려고 그 어려운 공부를 했나?’ 싶은 생각에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전공을 살려 AI로 영상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죠. 지금은 경력이 단절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제 경력은 쭈욱 이어지고 있습니다.
Q 가사와 육아, 일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수익은 어떻습니까?
이연주(이하 ‘이’) 쉽지 않지만 직장에 얽매여 출퇴근해야 하는 때보다는 낫습니다. 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진로 강사로 활동하는데 강의가 없는 날엔 가사에 집중할 수 있고, 강의 스케줄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합니다. 시간당 5만원 정도의 페이를 받는데, 하루에 보통 4시간 정도 강의하니까 한 달이면 적어도 300만원 이상 벌고 있습니다. 시간 투자 대비 수익이 높은 편이라 만족합니다.
김 저도 비슷합니다. 공모전 사이트에서 제가 도전할 만한 공모전을 발견하면 바로 도전합니다. 직장에서 디자인 일을 했었기 때문에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할 수 있죠. 한 달에 3~4개의 공모전에 지원하는데 그중 1~2개는 당선되는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받았던 상금이 300만원이었으니까 이 정도면 가정경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직장 출퇴근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집에서 2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영상 10개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영상 10개를 업로드하면 적어도 하루에 10만원 이상은 벌 수 있죠. 이렇게 번 돈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왔어요. 지금은 오히려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Q 하루 루틴이 궁금합니다.
박 모든 업무는 아이를 등원시킨 후부터 시작해 아이의 하원 시간 전에 마칩니다. 하루 2시간은 집중 업무 시간으로 정해두고 일하고 있어요. 점심시간 전에 모든 영상을 다 만들어두고, 점심 식사 후 유튜브에 업로드하죠. 그리고 살림을 조금 한 후에 아이를 데리러 갑니다. 처음엔 주말에도 일했었는데,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고 난 후부터는 주말은 쉬고 있어요.
김 저는 공모전 일정에 따라 스케줄이 유동적입니다. 공모전 제출 기한에 임박해서는 초집중 모드가 되죠. 평소에는 아이가 오후 4시쯤 하원하는데, 출품 직전에는 오후 5시쯤 하원합니다. 공모전 출품 기간 후에는 조금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죠.
이 학교 강의는 대부분 오전에 진행됩니다. 오전 8시 30분까지 배정받은 학교에 출근해 점심 전까지 강의하고 퇴근하는 식이죠. 그래서 아이 등원시키는 일은 주로 남편이 하는 편입니다. 저는 강의 후 집에 돌아와 살림을 마치고 아이를 데리러 가죠. 강의가 없는 날엔 운동을 하기도 하고, 더 좋은 강의를 위해 공부를 하기도 해요. 직장에 다닐 때보다 여유로워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다시 회사에 복직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김 얼마 전 다니던 회사에서 복직 제안을 받았어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원하는 보직이라 고민했지만 고사했습니다. 지금의 일상에 많이 적응했는데, 다시 회사로 돌아가 짜인 틀 안에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신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지금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에 다시 회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박 저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제 사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AI 프로그래밍은 경력 개발의 일환이죠. 저는 지금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사에 복직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학교 강의에서 얻는 즐거움과 보람이 큽니다. 무엇보다 주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지금은 초·중·고등학교에서 강의하지만, 점차적으로 대학교 강의에도 도전할 계획이에요. 저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만족합니다.
Q 가족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이 미안하고 고마워요. 때때로 엄마와 아내 노릇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저의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줘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힘내려고 해요.
박 이제는 남편이 제게 고맙다고 합니다.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남편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내로서, 엄마로서 멋진 여자가 되겠습니다.
김 왜 나만 포기해야 하나 싶어서 미웠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다 괜찮아졌습니다. 오히려 당당한 여성이 됐죠. 남편과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게요. 응원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