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기본은 절세다. 집을 살 때도 팔 때도 물려줄 때도 세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세청의 레이더망이 촘촘해진 우리나라에서 이제 소득세는 절세할 수 있는 여력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 그러나 재산, 상속, 증여 관련 세금은 미리 계획을 세워놓는다면 소득세와 달리 합법적으로 세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꼼꼼한 절세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재산, 상속, 증여와 관련해 자산 유형별로 세금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원칙을 모아봤다.
부동산 세금 어떻게 줄여야 할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유한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오죽했으면 부동산 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하지만 부동산도 다 같은 부동산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은 주택과 오피스텔, 그리고 상가 및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나눌 수 있다. 재산 유형별로 과세 체계가 다르기에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a. 주택
주택 보유자가 내는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표적이다.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가 부과하는 지방세이고, 종부세는 세무서장이 부과하는 국세이다.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재산세는 강남구청에, 종부세는 국가(기획재정부)에 귀속된다.
재산세는 사람별로 합산하지 않고 주택별로 개별 과세한다. 반면 종부세는 사람별로 보유한 주택을 합산한 다음 총금액에 대해 과세한다. 재산세와 종부세 세금을 아끼기 위해서는 가구별로 보유한 주택 수에 따른 맞춤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1주택자의 경우 부부 공동명의로 해놓으면 1인당 보유 재산이 절반으로 낮아지기에 절세에 유리하다.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보유 재산이 많을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많이 쓸수록 누진세가 적용되는 전기 요금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종부세는 주택공시가격 기준 1인당 9억원까지 비과세다. 부부 공동명의라면 18억원까지 비과세인 셈. 웬만한 서울 아파트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고가 아파트라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의 경우 단독 명의 시 2023년 종부세로 약 210만원을 내야 하는 반면, 부부 공동명의라면 부부가 각각 36만원씩 총 72만원만 내면 된다.
단, 예외도 있다. 고가 주택을 보유했는데 나이가 60살 이상이고 주택 보유 기간이 5년 이상이라면 부부 공동명의보다 개인 단독 명의가 유리할 수 있다. 고령자 세액공제와 장기 보유자 세액공제를 중복으로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복 적용 시 최대 80%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종부세가 1,000만원인데 소유자 나이가 70세 이상이면서 주택을 15년 이상 보유했다면 80% 세액공제가 적용돼 종부세를 200만원만 납부하면 된다. 부부 공동명의로는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다주택자들은 보유세만큼 골치 아픈 것이 양도세다. 양도세는 1가구 1주택자일 경우 양도가액 12억원까지 비과세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최대 8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일시적 2주택자라면 종전 주택을 3년 내에 매도해야 1가구 1주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세 비과세가 없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폭도 최대 30%까지로 축소된다.
특히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중과세를 조심해야 한다. 2주택자 이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강남·서초·송파·용산구)의 주택(조합원 입주권 포함)을 매각하면 기본세율 6~45%에다 20%p(2주택)와 30%p(3주택 이상)씩 양도세가 가산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2024년 5월 9일까지 다주택자 중과세를 한시 배제해준다. 2024년 5월 9일까지는 다주택자가 규제 지역인 서울 강남 아파트를 팔아도 기본세율(6~45%)로 과세된다. 다만 유의할 것은 해당 주택을 최소 2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만 대상이라는 점이다. 1년 미만 보유하다 팔면 70%, 1~2년 보유하다 팔면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 배제 조치는 2024년 5월 추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총선 등 여러 변수가 있어 매각하려면 이전에 매각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보유 주택에서 임대 수입이 발생한다면 적정한 수준으로 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해야 세금을 아낄 수 있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보유 주택의 기준 시가가 12억원을 초과하면 국세청에 월세 수입을 신고해야 한다. 2주택자는 모든 월세 수입을 신고해야 하고, 3주택자는 월세와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소득 신고를 해야 한다. 주거용 임대소득에 한해 월세, 간주 임대료, 관리비 등 총수입 금액 합계가 연 2,000만원 이하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는 분리과세 15.4%가 적용된다. 2,000만원 이상이라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가 적용된다.
특히 문제는 건강보험료다. 직장 가입자는 근로소득 외 이자, 배당, 사업, 연금, 기타소득 금액 합계가 연 2,000만원을 초과하면 직장에서 납부하는 보험료와 별도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다른 근로소득이 없는 노령층의 경우 주택 임대소득이 발생한다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연간 총 임대 수입 1,000만원, 미등록일 경우 400만원까지는 주택임대 소득금액이 0원으로 간주된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과 월세 조정이 동시에 필요한 셈이다.
b. 오피스텔
오피스텔은 주택과 오피스의 중간 성격을 가진 부동산이다. 건축법상 업무시설이지만 사용자가 전입신고를 하면 주택이 된다. 오피스텔 취득세는 4.6%로 일반 주택 대비 월등히 높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을 때 토지는 비과세지만, 건물은 부가가치세 대상이고 분양가에 반영된다.
분양자가 오피스텔을 주택용이 아닌 업무용으로 사용하면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고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유의할 점은 계약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일반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10년간 업무용으로만 임대해야 한다. 업무용 임대 시 임차인으로부터 받는 임대료도 부가세 10%를 더해 산정한다. 세금 신고 납부는 매년 7월 25일과 1월 25일 두 차례다. 업무용 오피스텔 임차인을 그대로 승계하는 경우 포괄양수도계약서를 작성해 부가세 없이 거래할 수도 있다. 단, 이 경우 임차인 본인이 오피스텔을 매수하거나 임차인을 승계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가세가 발생할 수 있으니 계약서에 조건을 꼭 명시하는 게 좋다. 포괄양수도계약 시 매수인 또한 사업자등록을 완료해야 하고 매도인은 다음 달 25일까지 폐업 부가가치세 신고를 해야 한다.
오피스텔의 경우 사용자가 전입신고를 한다면 업무용이 아닌 주거용으로 분류되고 보유 주택 수에 포함된다. 무주택자, 1주택자로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통상 세입자를 상대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c. 상가 및 건물
상가 및 건물 등 수익형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 역시 각종 절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물 정도의 재산이 있다면 세무사에게 세무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 및 건물 관련 절세의 핵심은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다. 고소득 프리랜서나 연예인들이 부동산 투자에 법인을 활용하는 이유도 절세 때문이다.
개인의 경우 양도세 최고세율이 45%이지만 법인은 대부분 10~20% 수준이다. 임대 수입에 대한 세율도 다르다. 개인은 소득 구간에 따라 최대 소득세율이 45%까지 상승하지만 법인은 2억원 이하 9%, 2억~200억원 19%, 200억~3,000억 원 21%, 3,000억원 초과 24%에 불과하다. 또 개인보다 더 많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각종 비용 처리가 용이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배우자나 자녀를 법인 근로자로 취업시켜 직장 건강보험료를 납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인 통장에서 개인 명의 통장으로 돈을 자유롭게 이체하기가 어렵다는 불편함도 있다. 결국 배당이나 근로소득 등을 통해 개인 명의로 자금을 이동시켜야 하는데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취득세 중과도 유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도권은 과밀억제권역으로 해당 지역 내 설립 5년 이내 법인이 주택 외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율이 기존 4.6%에서 9.2%로 중과된다. 통상 이를 피하기 위해 지방에 법인을 설립하고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