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그랜플루언서
세계를 향해 자연스럽게 나이 듦을 보여주고 노하우를 나누는 프로에이징(Pro-aging)을 살펴봤다.
인생은 70부터
메이 머스크
모델업계의 나이 차별을 극복하고 국제적 슈퍼모델로 활동하는 메이 머스크는 유수의 패션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70살을 앞두고 버진 아메리카 항공 광고 모델이 됐고,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 광고 모델로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1989년 캐나다로 이주해 31살에 싱글맘이 된 그녀는 가난 속에서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세 아이를 길렀다. 모델 일과 대학 공부를 병행해 2개의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5개의 직업을 갖고 닥치는 대로 돈을 벌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둘째 아들 킴벌 머스크는 벤처 캐피털리스트이자 식당 8개를 경영하는 CEO고, 막내 토스카 머스크는 주목받는 영화감독이다. 커리어와 육아 모두 놓치지 않은 그녀는 그야말로 전 세계 워킹맘의 롤 모델이다.
불굴의 정신력과 현실적인 태도로 역경을 이겨낸 그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인생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지만 어떤 나이에든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다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녀는 나이에 얽매여 만든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라고 조언한다.
세탁소 패셔니스타
창완지·허슈어 부부
대만에서 6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하는 노부부인 창완지와 허슈어는 손님들이 찾아가지 않는 옷 수백 벌을 어우러지게 맞춰 입고 찍은 사진을 원트쇼워즈영(@wantshowasyoung) 계정에 올려 유명 인사가 됐다. 시작은 손자 리프 창의 제안이었다. 세탁소에 쌓인 수백 벌의 세탁물을 두고 고민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주인 잃은 옷을 요즘 트렌드에 맞게 코디해 입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자”고 한 것. 80대인 조부모가 권태로움과 싸우며 세월을 보내지 않도록 돕기 위해 계획한 일이었다.
그는 패션 감각이 뛰어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셔츠, 반바지, 블라우스, 스커트 등을 믹스매치하고 조부모를 오래된 세탁기와 건조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게 했다. 손자의 제안에 따라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한 달 만에 35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게 됐다. 노부부는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의 반응을 전해 듣는 게 하나의 낙이 됐다고. 한 매체를 통해 창완지는 “요즘은 나이가 든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허슈어는 “손자의 창의력으로 우리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행복해졌다”는 소감을 전했다.
102살 최고령 모델
아이리스 아펠
아이리스 아펠은 말 그대로 ‘뉴욕 멋쟁이 할머니’다.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 러플 장식의 아우터, 볼드한 네크리스, 컬러풀한 의상은 그녀의 시그너처 스타일이며, 백발의 쇼트커트와 새빨간 레드 립스틱은 아펠을 에너제틱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녀는 트렌드를 좇지 말고 남과 같아 보이지 않으면서 나에게 어울리는 독창성 있는 스타일을 강조한다.
80살 이후부터 패션 셀렙으로 조명받은 그녀는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9년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해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에는 글로벌 SPA 브랜드 H&M과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출시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3에서 여주인공 릴리 콜린스가 해당 컬렉션 의상을 입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또 영국 뷰티 브랜드 시아테 런던과 협업해 메이크업 키트를 내놓기도 했다.
100살 생일에 그녀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틴에이저”라는 말을 남겼다. 몸은 나이 들었지만 10대 같은 마인드로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
리한나의 롤 모델
헬렌 루스 윙클
일명 ‘베디 윙클’로 불리는 헬렌 루스 윙클은 85살에 유명해지기 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다. 작은 농장을 운영하면서 정원을 가꾸거나 증손주를 돌보는 조용한 일상을 보냈다. 교통사고로 남편이 떠나고, 암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먼저 간 아들 때문에 침울한 나날을 보내던 그녀는 우연히 증손녀의 분홍색 원피스를 입어봤다. 그 모습을 본 증손녀가 이를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고, 이를 계기로 패션 아이콘에 등극했다. 그 후 인기를 얻은 그녀는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다임 피스와 미스가이디드, 화장품 브랜드 어반디케이의 모델로 활동하기도.
컬러풀하면서 과감한 베디 윙클의 스타일링은 보는 사람마저 에너지를 샘솟게 한다. 그녀는 강렬한 원색을 조합한 룩에 플랫폼 슈즈와 퍼 코트, 볼드한 액세서리를 믹스매치하고 아찔한 슬립이나 수영복 등 과감한 노출도 꺼리지 않는다.
독보적인 패션 센스를 뒷받침하는 그녀의 자신감은 그야말로 쿨하다. 거침없는 패션 소화력에 미국 팝스타 리한나, 마일리 사이러스도 그녀를 우리 모두의 롤 모델이라고 소개했을 정도. 패션을 온몸으로 즐기는 그녀의 생기 넘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간호사 출신 모델
주디스 보이드
대형 병원 응급실의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다 은퇴 후 평범한 할머니로 지냈던 주디스 보이드는 2011년 암 투병을 하던 남편의 권유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 타이틀은 ‘스타일 크론(Style Crone)’. ‘크론’은 본래 전통문화에서 존경받는 나이 든 여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의미였는데, 오늘날에는 ‘추한 노파’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녀는 단어의 본래 의미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나이 든 사람이 찬양받도록 도우려고 크론이란 단어를 사용했다고.
블로그엔 남편이 찍은 스타일리시한 주디스 보이드의 사진이 업로드됐다. 그러나 블로그를 개설한 지 9개월 만에 남편이 죽었고, 그녀는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패션 철학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남편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블로그 활동을 했다. 남편의 화학요법 치료가 시작되기 전 나는 무엇을 입을지 결정하고 단둘이 있을 때 사진을 찍었다. 죽어가는 남편을 위해 스타일에 대한 글을 게시했다”며 “결국 그는 그가 죽은 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왔다”고 밝혔다.
그녀는 모자를 시그너처 아이템으로 활용해 인기를 얻으며 73살에 모델로 정식 데뷔했다. 현재 그녀는 모델 활동뿐만 아니라 노인 차별 반대 운동 같은 사회운동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