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많이 사지 않는다. 좋은 걸 산다
정리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는 정리가 힘들다”는 사람을 위한 처방은 없을까요?
정리하기 싫으면 재고를 줄여야 합니다. 저는 주방 가위를 하나만 사용해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사용하고 나면 바로 씻어 제자리에 꽂아두니까 정리할 것도 없어요. 칼도 결혼할 때 산 거 하나만 거의 사용해요. 그런데 사람들은 용도별로 그릇을 다양하게 갖고 있는데 또 사요. 정작 집에 손님도 잘 안 오고, 요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물건에 대한 갈증이 계속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비싼 그릇을 안 사니 알뜰하다고 생각해요. 부자들의 집에 가보면 그들은 달라요. 물론 부자들은 다 명품을 씁니다. 그런데 의외로 물건이 많이 없어요. 대신 하나를 사도 제대로 된 좋은 것을 사는데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알고 있어요. 우리는 사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잖아요. 부자들의 집에는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서 우드면 우드, 유리면 유리, 메탈이면 메탈 등 집 안 분위기와 소품들이 통일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림 작품도 비싼 거라고 아무거나 갖다 놓는 게 아니라 과일 그림이면 과일 그림, 풍경화면 풍경화, 자신이 좋아하는 콘셉트가 확실하다는 거죠.
성공한 사람들, 부자들의 정리는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최고의 인테리어가 정리라고 생각해요. 부자들의 집에 가면 그게 느껴집니다. 명품관에 가보면 넓은 매장에 비해 진열된 가방이나 물건의 숫자가 많지 않죠. 그런데 시장에 가보세요. 옷이든 가방이든 매대를 꽉 채운 것도 모자라 벽과 천장에 매달려 있고, 바닥에 깔려 있고 정말 많죠. 그런 상황을 ‘집’이라는 공간에 대입해보면 됩니다. 부자들의 집에는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또 그들은 공간 개념이 확실해요. 남편 공간, 아내 공간, 아이 공간 등 공간 구분이 확실합니다. 기업 회장 중에 자기 서재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잖아요. 개인 서재와 개인 드레스 룸을 만들고, 운동하는 공간이 따로 있고, 차를 마시는 다실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신의 취향과 자신의 생활 패턴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겁니다. 부자들은 가치 있는 곳에 돈을 쓸 줄 압니다.
그렇게 공간 분리가 가능한 게 아무래도 집이 넓어서 아닐까요?
물론 그런 점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아요. 우리는 아이 방은 물론 거실도 아이 공간, 안방도 아이 공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공간 분리가 안 돼 여기저기 아이 물건이 널려 있죠. 아이가 거실에서 잘 노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아이 방 정리가 안 돼 있으니 아이가 놀 곳이 없어 거실로 나오는 겁니다. 반드시 아이의 공간을 따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아이 방만큼 중요한 것이 남편의 공간입니다. 방이 부족해 남편 서재를 따로 만들 수 없다면 거실 한편에 책상과 의자나 작은 책장과 선반 한 개만 두어도 남편의 공간이 됩니다. 남편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없으니 매일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누워 있을 수밖에요. 남편을 탓하기 전에 남편이 아끼는 물건으로 정리된 남편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세요. 남편이 달라질 겁니다.(웃음)
유명인들의 집 정리도 많이 했죠? 어떤 이들이 기억에 남나요?
개그맨 박명수, 가수 화사, 배우 정우,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웹툰 작가 이말년, 유튜버 대도서관, 전 LG트윈스 박용택 선수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배우 정우·김유미 부부의 집이 인상 깊었어요. 각자의 공간에 대한 콘셉트가 확실했죠. 정우 씨 아버지가 서점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우 씨가 책을 좋아하고 책이 되게 많더라고요. 물건을 쌓아두고 살지 않으려고 정리와 공간에 집중하는 부부였어요. 또 배우이자 교수로 활동하는 황인영 씨는 일반인보다 더 옷이 없을 정도로 정리를 잘하고 미니멀하게 살고 있었죠. 이 집 역시 아이 공간과 남편 공간, 아내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했어요. 가수 서인영 씨는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정리에 대한 마인드가 확실해진 경우예요. 처음에는 물건이 아주 많았는데 두 번째 정리할 때는 물건도 많이 비우고, 옷을 접어 수납하는 게 아니라 걸어놔야 잘 찾아 입을 수 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드레스 룸을 직접 정리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집 정리가 단순한 작업이 아닌 내 일상을 정리하는 것 같아요.
70대 노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식탁 의자에 발을 부딪쳐 갑자기 고관절 수술을 받고 6개월 동안 꼼짝없이 침대에만 누워 있었대요. ‘내가 수술받다가 혹시 잘못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자식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더랍니다. 남편이 피부과 의사고 아내는 기본적으로 깔끔할 뿐 아니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자기 나름대로 정리하면서 살았는데 저한테 의뢰를 한 거죠. 그분 첫마디가 “우리 집을 정리할 때는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해달라”는 거였어요. 앨범도 정리해줄 수 있냐고 해서 낡은 앨범에서 사진을 분리하고, 또 사진과 액자를 분리해 틀은 버리고 사진만 남겨 정리했죠. 그 사진들은 다시 사진을 찍어 남겨드렸고요. 부피가 거의 십분의 일로 줄었어요. 너무 개운하다고 고마워하면서 이제 남은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좀 뭉클했죠.
그분의 추억까지 정리해준 셈이군요.
사람들은 추억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창고나 구석의 먼지 쌓인 박스 속에 앨범이나 옛날 물건들을 방치합니다. 안 버리면 중요한 건가요? 그렇게 중요하다면 잘 정리하고 보관해야죠. 추억이 소중한 건 맞지만, 진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자기 스스로 정해야죠. 물건의 중요도에 따라 자꾸자꾸 추려가야 합니다. 옛날 편지를 다 모아두는 사람이 많은데 그 당시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아요. 가지고 있어봤자 언제 또 읽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도 추억입니다.
사람들은 추억이 중요하다고 말해요.
그런데 창고나 구석의 먼지 쌓인 박스 속에 앨범이나 옛날 물건들을 방치합니다.
안 버리면 중요한 건가요?
옛날 편지를 다 모아두는 사람이 많은데 당시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그 친구들을 만나지도 않아요.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도 추억입니다
“부자들은 의외로 물건이 많이 없어요. 대신 하나를 사도 제대로 된 좋은 것을 사는데 자신의 취향을 확실히 알아요. 또한 여백의 미가 있습니다. 공간 개념이 확실해요. 기업 회장 중에 자기 서재가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잖아요”
진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라
인생 후반기의 정리 역시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 부모님의 집만 봐도 그렇죠.
부모님 집을 정리해달라고 의뢰하는 자녀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방송이나 SNS를 통해 접한 정리는 ‘버리기’에 많이 집중한 경향이 있어 부모님들은 일단 정리에 반감을 갖고 있어요. 정리는 앞으로 쓸 물건에 집중하는 것이지, 버릴 물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부모님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무거운 도자기나 크리스털이 아닌 가벼운 그릇, 가볍고 짧고 따뜻한 의류 위주로 남기고 운동용품도 창고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거실에 두고 항상 오며 가며 조금씩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식이죠. 사시는 동안 조금 더 편리하고 가볍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금 있는 물건들이 나중에 쓰레기가 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드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고 보면 내 집, 내 공간이 주는 힘이 정말 크죠.
그런데 바쁜 직장인 중에 “저는 집에서 잠만 자고 나가기 때문에 정리할 시간도 없고, 정리할 필요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돈 많이 벌어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 해요. 어차피 잠만 자고 나간다면 비싸고 좋은 집이 무슨 소용이에요. 사실 기업 회장이나 성공한 CEO들이야말로 가장 일찍 출근하고 워낙 바빠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적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집이라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뭘까요? 풍수를 따지고 빛이 잘 들어오는 곳을 선호하고 집 안 조명과 향기에 신경 쓰는 이유는 집에서 좋은 에너지와 기운을 받아 재충전하고 다시 밖에 나가 일할 수 있는 힘을 얻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돈이 많아 좋은 물건을 사고 정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취향이 가득한 집으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잘하면 정말 우리 인생이 바뀔 수 있을까요?
정리는 한마디로 나를 돌보는 일입니다. 인테리어와 가구, 집의 구조와 내 생활 습관이 다 연결돼 있어요. 공간 정리를 삶의 우선순위로 두면 일단 내가 머무는 공간이 중요해집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게 되니 물질적인 부담이 줄어 경제적인 효과가 있죠. 또 시간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깨닫게 됩니다. 정리를 안 하면 물건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국 물건을 못 찾아 또 삽니다. 이런 과정이 사라지니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창의성과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사무실의 경우도 쾌적하고 잘 가꿔진 공간에서 업무 효율이 높아지죠. 집도 마찬가지예요. 더 중요한 가치와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새로운 에너지와 열정이 생깁니다. 내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하루 10분 집 정리’부터 시작하세요. 1년 후 삶이 놀랍도록 달라져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정희숙 대표는…
정희숙의 공간미학 대표이자 한국정리컨설팅협회 협회장.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 마흔 넘어 정리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발로 뛰며 5,000여 가구, 1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 정리 노하우를 쌓았다. <잘되는 집들의 비밀> <최고의 인테리어는 정리입니다> 등의 저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