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 120세까지 살 수 있을까?
불과 1990년대만 해도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특히 100세가 될 때까지 스스로 걷고, 밥을 먹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지 않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라면 기적이라고 여겼을 정도니까.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100세까지 산다고 해도 예전처럼 놀라는 분위기는 아니다. 아직도 정정한 80대나 90대를 보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100세는 몰라도 90세까지 사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장수를 연구해온 일본 안티에이징 의학회 이사인 시라사와 다쿠지 박사는 한때 “인간의 세포 안에 있는 염색체인 텔로미어의 최장 수명이 120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이 120년 동안 살 수 있다고 단언하는 건 성급하다”고 말한 바 있으나 최근에는 “텔로미어를 잘 보존하면 12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고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기도 했다. 잔 루이즈 칼망이라는 프랑스 여성이 122세까지 최고 장수한 것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고, 2022년 4월 119세로 사망한 일본인 여성 다나카 가네, 2005년 115세로 사망한 네덜란드 여성 헨드리케 반 안델 시퍼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사망한 뒤 그녀들의 뇌를 관찰한 결과 노인에게서 발견되는 병리학적 변화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하니 장수와 뇌 건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뇌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뇌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이나 뇌의 신경을 공격하는 요소가 적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뇌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고, 평소 뇌가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뇌는 개성이 몹시 뚜렷한 기관이다. 만약 뇌가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억지로 하게 되면 스트레스받아 뇌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반면, 잘하는 것을 끊임없이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수 있어 장수하는 뇌를 만들 수 있다.
행복한 뇌는 아프지 않다
뇌는 행복을 좌우하는 기관이다. 뇌가 받는 스트레스 유무에 따라 뇌는 건강해질 수도, 병들 수도 있다. 뇌는 취향과 욕구, 학습을 관장하며 행복해지려면 이 모든 요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만 관심을 가질 뿐 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이유는 뇌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 주름이나 뱃살은 눈에 보이니 외모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곧바로 대책을 세울 수 있지만 자기 뇌는 육안으로 볼 수 없으니 문제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의 뇌가 울퉁불퉁하고 좌우대칭이 맞지 않는 쪼그라든 상태라면 어떤 기분이들까? 꽉 차고 고르며 대칭적인 건강하고 젊은 뇌를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감을 느낀다면 병들었던 뇌는 건강해질 수 있다.
뇌의 구조를 알자
성인의 뇌 무게는 평균적으로 1.4~1.6kg 정도이며 약 80억 개의 뇌세포, 즉 뉴런으로 구성돼 있다. 80억의 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세어도 2,500년쯤 걸릴 정도로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놀라운 사실은 뇌의 무게는 태어나서 어른이 될 때까지 약 4배 이상 증가하지만 뇌세포의 개수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가지고 있는 뇌세포의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있던 것이며, 이것이 평생 유지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뇌 무게는 세포 사이의 연결을 통해 증가한다. 우리의 생각, 감정, 기억, 움직이는 방식, 본질적으로 내가 누구인지 결정하는 부분 등은 세포의 상호 작용에 따라 이뤄지며 800억~1,000억 개의 뉴런이 축삭돌기(세포의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부분)와 수상돌기(전기 신호를 받는 부분)에 있는 100조 개의 연결부를 통해 서로 전기적·화학적 신호를 보내면서 의사소통을 한다. 또 뇌가 발달하면서 뉴런을 제자리에 고정시키는 성상세포와 희소돌기아교세포 같은 지지세포가 추가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동안 뇌세포 주위를 코팅해 전기 신호를 더 빠르게 전달하는 수초화가 진행된다. 이런 수초화는 우리가 작업을 더 수월하게 처리하도록 도와주며 뇌에 무게를 더한다.
어린 시절의 뇌는 빠르게 자란다
뇌가 자라는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면 ‘리모델링’이라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는 어린 시절과 10대에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이후에도 평생에 걸쳐 진행되지만 그 정도는 약하다. 리모델링은 대부분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할 때 뇌세포 간의 연결이 강해지면서 발생한다. 이 과정을 거쳐 뇌는 우리가 생각하고 기억하며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뇌세포는 서로 연결된다. 이러한 연결을 시냅스라고 하며, 이를 통해 뇌에 전기 신호가 전달된다. 각각의 뇌세포가 약 1만 개의 다른 세포와 상호 연결되므로 우리 뇌에는 약 100조 개의 연결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태어나서 3살이 될 때까지 뇌세포는 초당 1만~2만 개의 연결이 생긴다.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시냅스 활성화’라고 하는데, 8살 무렵 절정에 이르며 이후부터는 이런 폭발적인 연결 현상이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는 ‘가지치기’라고 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뇌가 어떤 세포 연결을 유지하고, 어떤 것을 버릴지 우선순위를 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뇌가 발달하면서 생긴 수많은 연결을 우선순위에 맞춰 잘라내어 성격과 관심사, 호불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을 구체화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불필요한 연결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현재의 나다. 그렇다고 이것이 끝은 아니다. 우리는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결을 늘려간다. 비록 나이 들면 뇌는 어릴 때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쉬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뇌는 유연하기 때문에 나이에 상관없이 더 강하고 적응력 있는 뇌를 만들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뇌가 나이 드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전두엽
뇌의 앞쪽에 있으며 사고, 의사 결정, 움직임 제어에 관여한다. 최신 댄스나 체스 두는 법을 배울 때는 전두엽을 사용한다.
두정엽
전두엽 뒤에 있으며 감각 정보 처리를 돕는다. 주변 온도와 소리, 냄새, 놀이 기구를 타면 느끼는 스릴 등 감각과 관련된 정보는 모두 두정엽에서 처리한다.
측두엽
뇌 아래쪽에 있으며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기억을 감각과 통합시키기도 한다.
후두엽
뇌의 뒤쪽에 있으며 시각과 관련이 있다.
소뇌
측두엽과 후두엽 아래에 있으며 몸의 운동 기능을 관리한다. 다시 말해, 움직이고 자세를 잡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뇌간
뇌 아래쪽 척수와 연결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호흡이나 심장박동처럼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