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겐 너무나 흔한 질염
한번 걸리면 자주 재발하는 질염. 그러다 보니 ‘여성들의 감기’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다. 질 내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며 질의 환경을 산성으로 유지하는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가 감소하고, 다양한 혐기성세균이 증식하면서 발생하는 질 내 감염증을 질염이라고 한다. 세균성 질염을 일으키는 혐기성세균은 건강한 여성의 질 내에 존재하는 전체 세균의 약 1% 미만을 차지하는데 세균성 질염에 걸리면 이 농도가 약 100~1,000배 증가하며 정상 유산균의 수가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질 분비물이 누런색이나 회색을 띠고 생선 비린내 같은 악취가 나며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이런 증상은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생리 전후에 더 심해지기도 한다. 이미 질염 치료를 받았다 하더라도 재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평소 면역력을 강화하고 건강관리에 유의해 질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질 내에 살고 있는 락토바실루스가 감소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유산균이 주를 이루는 질 내의 산성 환경이 사라지는 상황, 즉 잦은 성관계나 질 깊숙한 곳까지 물로 씻어내는 뒷물(Hip Bath), 자궁경부가 헐어서 생기는 과다한 점액 분비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어떤 변화로 인해 질 내의 생태계가 균형을 잃어 세균성 질염에 걸리면 반복적으로 재발할 수 있다. 만약 질염이 의심된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방치할 경우 질염의 증상이 더 심해지거나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골반염의 위험도가 증가하거나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상 이상 징후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질염에도 종류가 있다
부인과 질환 1위를 차지할 만큼 여성들이 흔히 겪는 질염은 가려움증, 통증, 분비물 상태에 따라 4가지로 나뉜다. 칸디다라는 곰팡이균에 의해 발생하는 칸디다 질염은 여성의 75%가 겪는 흔한 질염이다. 두부 찌꺼기나 치즈 덩어리 같은 하얀 분비물이 생기고 심한 경우 녹색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가려움증과 함께 환부가 쓰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긁으면 부어오르고 상처가 나서 세균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 유익균인 락토바실루스가 줄어들고 혐기성세균이 증식해 생긴다. 가려움증과 생식기 통증은 미미하나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나고, 흰색이나 회색의 냉이 분비되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세균성 질염은 말 그대로 세균 감염으로 인해 악취가 나는 것이므로 냄새와 질 분비물의 변화로 쉽게 알 수 있다.
트리코모나스 질염은 오염된 변기나 수영장, 대중목욕탕의 젖은 수건 등을 통해 감염될 수도 있지만 주로 성관계에 의해 감염되므로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는 것을 권한다. 물처럼 흐르는 다량의 냉으로 팬티가 젖거나 악취가 나며, 질 입구가 따끔거리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성이 좋은 트리코모나스는 요도를 타고 방광까지 진입해 방광염이나 오줌소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자궁내막을 타고 올라가 골반염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클라미디아 질염은 클라미디아 트라코마티스라는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성 매개 질환이므로 파트너도 함께 치료받아야 한다. 증상은 질 분비물, 배뇨통, 하복부 통증, 비정상 질 출혈, 성교통 등이며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오래 방치하기 쉬운 위험성이 있다. 합병증으로 골반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골반염은 나팔관에 염증을 일으켜 추후 임신을 계획할 때 자궁외임신을 유발하거나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질염, 어떻게 치료할까?
병원에서는 질 분비물에서 채취한 균 검사를 통해 감염된 질염의 종류를 진단한다. 세균성 질염은 질 분비물에서 생선 비린내가 나고, 솜 같은 흰색 분비물 대신 회색의 분비물이 질벽(Vaginal Wall)을 전체적으로 덮고 있는 것이 관찰된다. 또한 세균성 질염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단서 세포(Clue Cell)가 현미경으로 관찰되는데, 이는 질 상피세포 표면에 많은 세균이 부착돼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임상적 증상을 확인해 질염을 진단한다. 세균성 질염은 항생제를 이용한 약물요법으로 치료한다.
이때 사용하는 항생제는 질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균인 락토바실루스는 죽이지 않으면서 세균성 질염의 원인균인 혐기성세균만 타깃으로 한다. 우선적으로 메트로니다졸이라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1일 500mg을 7일간 복용한다. 복용하는 동안과 복용이 끝난 뒤 적어도 하루는 금주를 해야 한다. 메트로니다졸 젤을 약 5일간 하루 1~2회 질 내에 삽입하는 방법도 있다. 2가지 모두 효과는 비슷하고 75~84%의 치료율을 보이는데, 약을 복용할 경우 위장관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질 내 삽입하는 젤 형태를 선호하는 의사도 많다. 클린다마이신이라는 항생제 역시 세균성 질염에 효과가 있다.
✔CHECK-UP
나도 혹시 질염? 초기 증상 알아보기
□ 물 같은 분비물이 흐른다.
일반적으로 조금씩 나오는 경우는 정상이지만 분비물의 색깔이 비정상적으로 노랗거나 초록색을 띠면 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 Y존이 가렵다.
음부는 물론 질 안쪽이 가려워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이고, 심할 경우 피가 나도록 긁기도 한다.
□ 치즈처럼 하얀 덩어리가 나오거나 소변을 볼 때 아프다.
질염은 종류가 다양하고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든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생선 비린내나 오징어 냄새가 난다.
원래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아야 정상인데 생선 비린내나 오징어 냄새 같은 역한 냄새가 난다면 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