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약잼에 빠져라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 요즘이다. 10년 넘게 지속된 전 세계적 초저금리,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행한 재정 확대로 일어난 인플레이션이 원인이다. 고물가 시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KBS Joy 예능 <국민 영수증>으로 친숙한 재테크 칼럼니스트 김경필은 오늘의 플렉스를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관념을 바로 세운 뒤 필요한 것에 돈을 쓸 줄 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재테크 칼럼니스트 김경필에게 절약과 저축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국민 영수증>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절약과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에 돈을 쓴다는 게 무엇인가요?
없으면 안 되는 것이면서 예산상 지출이 계획돼 있고, 당장 대체재가 없는 것이요. 필요 없는 것에 돈을 쓰는 사람도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영수증을 살펴보면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싸다는 이유로 사는 사람이 많아요. 쿠폰이 있어서, 할인 혜택이나 사은품에 혹해서 소비하는 것이지요. 또 5만원짜리 셔츠를 사도 되는데 50만원짜리 셔츠를 사는 등 불필요한 지출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매달 신용카드 내역서를 보고 놀랄 때가 많아요.
몇 년 전부터 중고 마켓이 열풍이죠? 이는 곧 쓸데없는 물건을 많이 산다는 의미입니다. 필요 없는 물건을 사니까 내다 파는 것이죠. 혹시 어느 치킨이 가장 맛있는지 아십니까? 오랜만에 먹는 치킨입니다. 지금 당장 치킨을 먹고 싶다고 바로 배달 앱을 켜는 것이 아니라 치킨을 먹은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 때 주문하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절약하는 것이지요.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소득에 맞게끔 필요할 때 쓰면 되는 것입니다.
월급이 250만원인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대충 살아요.
그렇게 어려움에 적응할수록 더 가난해져요
그런데 요즘엔 매일 배달 음식을 먹는 사람도 적지 않죠.
그런 행동이야말로 경제 무개념입니다. 우리가 버는 월급은 모두 자기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자산이 감가되기 때문에 내가 30년간 경제활동을 했다면 그만큼 보상할 무언가가 자산으로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소득의 절반은 내 것이 아닌 셈이죠. 이런 경제 개념이 없으면 돈을 모으지 못합니다.
내 월급의 절반은 내 것이 아니라니,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한 의뢰인은 3곳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해 200만원을 벌었습니다. 그러다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직접 카페를 차려 한 달에 500만원을 얻었어요. 그런데 그 수입이 모두 의뢰인의 것일까요? 아닙니다. 부모에게 받은 투자금을 갚아야 하죠. 기계와 인테리어가 감가되는 것을 생각하면 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3년 안에 1억원을 갚으려면 한 달에 280만원씩 상환해야 하니까 한 달 수익은 220만원입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보다 20만원을 더 버는 것이죠. 경제활동을 하면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이득이 얼마일지 생각하고 비교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재테크도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을 예로 들어볼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퇴실하라고 할 때까지 앉아 공부를 해요.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먼저 집에 갔죠. 저축이나 재테크도 마찬가지예요.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재테크에 관심을 갖거든요. 주위를 살펴보면 어려움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월급이 250만원인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대충 살아요. 그렇게 어려움에 적응할수록 더 가난해져요. 소득을 활용해 재테크를 열심히 할 생각을 해야죠. 저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쓸데없는 소비를 줄여 돈을 저축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주식, 부동산 투자와 다르게 저축은 일반화할 수 있어요. 제가 말하는 대로 하면 절약이 되고 돈을 모을 수 있죠.
그럼에도 요즘엔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요.
우량 기업은 있을 수 있지만 우량주는 없다고 생각해요. 10년 전에 증권회사에서 10개의 우량주를 추천하며 10년 정도 장기 투자하면 무조건 성공이라고 말했던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중 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마이너스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면 액면가보다 더 손해죠. 또 내가 아는 것은 다른 사람들도 아는 정보입니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할 때 길이 막히면 멀리 쳐다보고 조금이라도 차가 없는 차선으로 옮기잖아요. 그런데 가다 보면 결국 그 차선이 가장 느려져요. 주식도 이와 비슷해요. 한 종목이 좋다고 하면 사람들이 쏠리면서 과도하게 비싸지죠.
장기 투자를 해답으로 꼽기도 하는데요.
반드시 망합니다. 장기 투자를 해서 돈을 버는 사람은 대주주밖에 없어요. 그 사람은 어차피 주식을 팔지 못하고, 회사가 성장해 성공한 것이죠. 자신이 하는 일을 잘해 성공해야지 타인의 회사에 투자해 부자가 된다는 것은 판타지입니다.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배가 아픈가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그 친구가 조용해질 날이 옵니다.
‘영끌’해 집을 사는 이들도 많습니다.
집을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누군가에게 물어볼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야 해요. 예를 들어 집이 10억원이고, 전세가 5억원이에요. 집을 사려면 5억원이 더 들어가는데 은행에 5억원을 저축해 받는 이자보다 집을 사서 얻는 이득이 더 크다면 집을 사면 돼요. 만약 5억원이 없어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10년간 낼 대출 이자에 자본금 5억 저축으로 얻는 은행 이자를 더한 만큼의 수익이 집을 사는 것으로 발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사면 안 되는 거죠.
요즘 사람들은 왜 투기적 성향이 강해졌을까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돈을 모으고 미래를 설계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돈을 모은 사람들은 투기성 자산에 목을 매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경제 무개념에 미친 플렉스의 세상에서 오늘도 슬기로운 소비생활을 하려는 청년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돈을 모으는 재미는 미래에 무언가 희망을 쌓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보상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저축 원금으로 목돈을 만들고 이자는 보상에 사용하는 식으로 저축에 재미를 더할 수 있죠.
머니 트레이너의 소비 습관 TIP
계절 지출 예산을 만들어라
여행, 명절, 이벤트(생일·기념일 등)로 나눠 지출 예산을 매달 일정 금액 모을 것. 총예산은 연봉의 8~10%가 적당하다. 필요한 항목에 따라 계절 지출 예산을 정하면 매달 고정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
월급 통장의 잔고를 0으로 만들어라
월급 통장에 모을 돈, 쓸 돈 외에 다른 것이 존재하면 안 된다. 모을 돈은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하고 쓸 돈은 이번 달에 쓸 돈과 계절 지출 예산으로 나눠 각각의 통장으로 송금하자. 월급 통장이 기댈 언덕이나 누울 자리가 돼선 안 된다.
쇼핑하기 전, 3가지 질문을 기억하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예산은 있는가? 대체재는 없는가?를 물어야 한다.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인지, 이번 달 예산에 여유가 있는지, 이 물건을 대체할 것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반값 세일에 현혹되지 말자
‘초특가 마지막 세일’, ‘마감 임박’, ‘역대급 구성’이란 멘트에는 대부분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손해라는 암시가 담겨 있다. 핵심은 싼 물건이 아닌 나에게 정말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있다. 6개월간의 쇼핑 영수증을 펼쳐놓고 천천히 살펴보면 불필요한 지출이 눈에 띈다. 이런 지출을 한 달에 2~3개만 막아도 1년간 벌어들이는 수익이 늘어난다.
중고 거래도 중독이다
되팔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고민 없이 하는 구매가 늘어난다. 또 자신보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해 쇼핑해 자신이 사용하는 기간은 점점 더 짧아진다. 그런데 새 제품을 산 가격보다 30% 싸게 또는 거의 반값에 내다 파는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받는 돈에 비해 새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