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 년 역사를 지닌 식초
식초는 된장, 김치, 청국장, 고추장, 젓갈, 조청, 식혜 등과 같은 대표적인 발효 음식 중 하나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발효 음식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하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어온 발효 음식을 꼽으라면 식초가 아닐까?
식초의 유래를 살펴보면 술과 함께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에서 식초를 뜻하는 ‘초’는 한나라 이후의 문헌에 나오고 그 이전에는 식초가 많이 보급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지만, 술의 유래가 4,000~5,000년 또는 그 이전으로 추정되니 식초도 그처럼 상고시대에 사용됐을 것이며, 오히려 술보다 앞서 식초의 형태로 고대인들이 이용하며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는 어떨까? 포도주의 기원을 약 1만 년 이전으로 보며 포도식초 역시 같은 시기로 보고 있다. 영어로 식초는 ‘비니거(vinegar)’, 프랑스에서는 ‘뱅(vin)’과 ‘에그르(aigre)’를 합친 ‘비네그르(vinaigre)’라고 부르는데, 이는 포도주를 초산 발효시켜 식초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또 아라비아어로 ‘시에히게누스’는 식초를 뜻하는 말 중 문헌상으로 가장 오래됐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붙인 말로 기원전 1450년경에 이미 식초가 있었음을 증명한다.
중국에서는 공자 시대에 이미 식초가 있었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식초 만드는 법이 전해졌다. 조선시대의 여성 생활 백과라고 할 수 있는 <규합총서>를 보면 식초 만드는 법이 실려 있는데, “정화수 한 동이에 누르게 볶은 누룩 가루 4되를 섞어서 오지항아리에 넣어 단단히 봉해두었다가, 정일에 찹쌀 한 말을 백세하야 쪄서 더울 때 그 항아리에 붓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잘 젓고 두껍게 봉하여 볕이 잘 드는 곳에 두면 초가 되느니라”라고 기록돼 있다.
이처럼 문헌에 나오는 식초의 유래를 살펴보아도 그렇고, 예로부터 식초는 우리 식음료는 물론 가정상비약, 자연 치료제로 인증된 음식임이 분명하다.
노벨상 3관왕 식초
이뿐만이 아니다. 천연 발효 식초의 효능은 이미 노벨상 3관왕 수상으로 전 세계에 입증됐다. 1945년 핀란드의 바르타네 박사는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소화흡수돼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데 식초의 성분인 초산이 주동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953년 영국의 크레브스 박사와 미국의 리프먼 박사는 식초를 마시면 2시간 이내에 피로가 해소되고, 탁한 소변도 맑아진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으며, 1964년에는 미국의 브롯호 박사와 독일의 리넨 박사가 공동 연구로 식초가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부신피질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며, 피로 요소인 유산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는 식초의 과학적 효능을 밝혀내며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천연 발효 식초의 효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국의 의사 D.C. 자비스는 민간요법인 ‘버몬트 드링크 요법’을 이용해 많은 성인병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때 사용한 방법은 꿀물에 식초를 시큼할 정도로 타서 마시게 한 것이다. 이처럼 60여 종의 유기산이 함유된 항산화제로 불리는 천연 발효 식초는 스트레스 해소, 피로 해소, 소화 촉진, 혈당 관리, 체중 감소 등 우리 몸을 보다 젊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웰니스 식품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