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을’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마케터란 매력적인 콘텐츠와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스토리텔러라 자부하기 때문이다.
인맥은 감히 숫자로 셀 수 없는 거라고 말한다. 많이 아는 것보다, 가장 정확한 마케팅 타깃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매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배보다는 후배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래야 틀에 박히지 않은, 더 새롭고 신선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지아가 현재 가장 독보적인 VIP 마케팅 전문가라는 평을 받는 이유는, 분명 그녀가 사람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가진 마케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지아라는 이름이 생소할 독자들에게 스스로 자기소개를 한다면?
아셰트 아인스 코리아, 노블레스미디어인터내셔날, 디자인하우스, JTBC 플러스 등 매거진사에서 20여 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잡지 <노블레스> <스타일H> <헤렌> 등 럭셔리 멤버십지의 VIP 대상 마케팅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그 분야에 전문성이 생겼고, 이후 JTBC 플러스에서 <에스콰이어> <코스모폴리탄> 등 패션 매거진 마케팅을 맡으며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보다 큰 규모의 마케팅까지 하게 됐다. 이러한 경험들을 자산으로 하여 4년 전 VIP 마케팅뿐 아니라 컨설팅,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등을 제공하는 회사, 조지아컴퍼니를 시작했다.
패션&뷰티업계 사람들에게는 독보적인 VIP 마케터로 통한다.
같은 럭셔리 잡지라 해도 매체별 특성이 다른데, 운 좋게도 각기 다른 성격의 멤버십지들에서 차례차례 경험을 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명품 등 잡지 광고 브랜드들의 담당자 케어를 주로 맡아했다. 당시에는 잡지에 광고하는 브랜드 담당자들과의 릴레이션십이 중요했는데, 그때 브랜드 담당자들의 직급별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비슷한 또래끼리 모여야 서로 더 편하고, 그 자체로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으니까. 단순히 밥 먹고 술 마시는 자리가 아닌, 모임 자체에서 얻어갈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급과 성향에 맞춰 플라워 클래스, 인문학이나 아트 클래스 등을 다양하게 기획했는데 트렌드에 민감하고 세련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뷰티, 패션뿐 아니라 아트부터 와인, 음식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것 같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마케터로서 스스로를 콘텐츠를 파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절대 ‘을’처럼 행동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까다로운 사람들이 나한테만은 친절했는데,
그건 아마도 내가 그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때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여실히 깨달았던 것 같다.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최대한 경험을 많이 하려 노력했다. 새로 시작하는 전시부터 신규 오픈한 카페나 레스토랑까지 매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고, 새로운 소식을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면 뭘 먹어야 하는지, 외국에서 귀빈이 오면 어디에 모시고 가야 하는지 누가 물어도 줄줄 나올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정보들이 나만의 전문성이 된 것 같다. 당시엔 인스타그램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 에디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브랜드와의 관계에도 더 공을 들였다. 당시 한 달 스케줄러가 브랜드 담당자들과의 점심 약속으로 빽빽하게 찼다. 덕분에 업계 소식통이 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VIP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
디자인하우스의 백화점 멤버십지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백화점의 VIP 고객 및 하이엔드 고객 등의 커뮤니티를 주로 운영했다. 연간 플랜으로 1년에 30번 이상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VIP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특화되기 시작한 거다.
VIP들과 신뢰를 쌓았던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었다면?
끊임없이 매력적인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 것, 그리고 공적인 관계가 절대 사적인 관계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것. 최소한의 오해도 만들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연락을 되도록 피했고, 사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믿음을 준 것 같다.
이후 JTBC 플러스로 이직했다.
단일 매체가 아닌, 여러 잡지 매체의 마케팅을 고루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백화점의 VIP와는 또 다른 멤버십지뿐 아니라 패션 매거진, e-매거진까지 보다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가진 회사였다. 기존에 주로 기획해왔던 소그룹의 VIP를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행사와 달리,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보다 넓은 레인지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행사 기획의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VIP 등 정말 다양한 마케팅 경험을 쌓은 것 같다.
소위 VIP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그 안에 너무도 다양한 세그먼트가 존재하고 각각에 접근하는 마케팅이 다르다는 것을 20여 년간 경험으로 여실히 깨달았다. 이런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금도 어떤 기획을 하든 이 기획에 가장 적합한 마케팅 타깃은 누구인지 매번 치열하게 고민한다.
현재는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명품 브랜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VIP 마케팅을 기획하고, 관련하여 컨설팅도 제공한다. 일종의 VIP 고객 맞춤 마케팅이다. 기억에 남는 일 중에는 신영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브라이튼 한남-Urbanloft, Gentle Living의 오픈하우스 이벤트 기획 및 지난해부터 볼보와 함께 운영해오고 있는 ‘볼보 레이디스 살롱’이 있다. 볼보 레이디스 살롱은 볼보라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여성 소비자들에게 전파하는 마케팅 행사로, 2030 여성들이 자기 계발을 위해 공통 주제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 ‘살롱 문화’를 표방한다. 한옥에서 작가들이 만든 작품으로 티타임을 즐기는 이벤트나 근교에서 명상 클래스를 갖는 등 다양한 기획을 해오고 있다. 기획부터 진행, 사후 바이럴까지 직원 모두가 AE가 돼 일한다. 포인트는 이 시간이 그저 먹고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성들이 이 모임을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행사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뿌듯하다. 무슨 일을 하든, “조지아가 하는 건 달라”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게 내 목표다.
주거 문화에 따른 이벤트 기획과 브랜드 컬래버레이션은 기존의 업무와는 결이 다른 것 같다.
주거 공간이야말로 정말 가장 비싼 쇼핑 품목이 아닌가. 라이프스타일의 총 집합체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에 대한 마케팅이나 PR은 다른 분야에 비해 진화하지 못한 것 같았다. 우연한 기회에 일을 제안받았는데, 명품 브랜드와 주거를 접목해볼 수 있는 기회라서 매력적이었다. 모델하우스 오프닝에 맞춰 타깃층을 선정, 초대하는 업무뿐 아니라 방문 고객들의 경험 확대를 위해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하여 현재 앤데믹 시대, MZ시대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거 라이프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고 전파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문화, 예술, 패션, 뷰티 등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 방문한, 모델하우스에서는 처음 있는 오프닝 이벤트였고 인스타그램 등 자발적인 입소문이 퍼지면서 성공적인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공간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경험하면서 골프장, VIP 라운지, 프라이빗 주거 등 라이프스타일 VIP 마케팅 컨설팅으로 업무 영역이 확대됐다.
지인들 사이에 조지아를 통해 이뤄진 비즈니스는 성공할 것이라는
‘조지아 성공회’라는 말이 있다.
결이 맞는 브랜드끼리 연결해주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함께 재미난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수많은 VIP부터 인플루언서들까지 그 리스트가 궁금하다. 관리하는 인맥이 몇 명이나 되나?
물론 꽤나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걸 어떻게 감히 숫자로 정의할 수 있겠나. 나의 강점은 숫자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드나 행사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타깃이 어떤 사람들일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에 따라 맞춤 제안하는 것이 나만의 차별화 전략이라 생각한다.
하이 소사이어티의 사람일수록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이엔드의 경험뿐 아니라 보다 다채로운 경험,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재미있게 봐주는 것 같다. 친분 관계를 과시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노하우가 있다면?
유쾌함? 그리고 콘텐츠. 언제나 만나면 즐겁고 웃기며, 늘 새로운 얘깃거리가 기대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인들은 내가 사람에 대해 따스한 시선을 가졌고 특별한 친화력을 지닌 사람이라 말하더라. 보기보다 훨씬 다정한 사람이고,(웃음) 어렵고 부담스러운 주제도 부드럽고 유쾌하게 풀어나간다고. 나이나 연차가 적어도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조언을 청하는 것도 내가 가진 장점 같다.
후배에게 조언을 구한다는 의미인가?
나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선배보다 후배들과 더 많이 의논한다. 틀에 박힌 뻔한 충고가 아니라, 자유롭고 새로운 시각의 더 다양한 솔루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알기 때문에 그에 맞춰 해주는 안정 지향적인 충고가 아니라, 오히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시각과 조언을 얻을 때가 많다.
늘 즐기면서 일하는 것 같다. 일을 대하는 자신만의 철학 같은 것이 있나?
단순하다. 첫 번째는 어떤 기획이나 행사든 일하는 사람도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하루 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녀야 하지만, 직원들에게 행사날 더 예쁘게 옷 입고 화장하라고 권한다. 행사 전 무조건 단체 사진부터 찍는다. 일하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아름답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또 비슷한 기획을 반복하지 않는다. 기획하고 진행하는 우리가 재미있고 즐거워야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파트너사와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클라이언트보다 더! 함께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주요한 자산이다.
요즘 계획하고 있는 재미난 일이 있나?
나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웃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더라. 학구적인 공부 말고 새로운 업계, 새로운 업무를 경험하고 알아가는 재미.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원동력 같다. 최근에는 AI, 챗(Chat)GPT 등 뉴테크, 뉴 제너레이션과 함께할 수 있는 분야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동시에 친구나 후배들과 만나면 사업, 행사, 전시 등 영역의 경계 없이 작아도 재미나거나 의미 있는 일들을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해 늘 궁리 중이다.
사업상 계획도 궁금하다.
현재는 고객 경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브랜드와 VIP를 연결시켜주는 등의 VIP 마케팅이 주 업무다. 일을 하다 보니, VIP 마케팅을 표방하는 브랜드는 많은데 정작 자기 브랜드가 VIP 중에서도 정확히 어떤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하고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브랜드가 많더라. 20여 년간 다양하게 쌓아온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의 소통과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이나 브랜드들에 도움을 주는 컨설턴트가 되고 싶고 앞으로 VIP 마케팅에 대한 컨설팅, 브랜드 간의 경계 없는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하는 컬래버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현재 업무들을 더 공고히 하고 더 전문화시키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