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산책’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최종욱(대표) 40대 여성들의 삶을 좀 더 즐겁고 유익하게 해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하는 곳입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무슨 자원봉사 프로그램 같네요.(웃음) 좋은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그걸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반 기업입니다. 오해 없으시길요.
왜 40대 이상 여성들을 타깃으로 삼았나요?
김선미(대표) 결혼 유무, 직업 유무, 자녀 유무 등을 떠나 40대 여성들이 인생을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고 있더라고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정작 건강이나 놀이, 힐링, 소통, 일자리 정보 등 40대 맞춤 커뮤니티가 가장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30대를 위한 플랫폼은 참 많아요. 실버 프로그램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딱 40대에서 멈춘 느낌이랄까요? 가장 활발하지만 가장 위로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 그들을 만나면서 설문조사도 해봤어요. 경제적 능력은 갖췄지만, 막상 편하게 즐기거나 배우거나 소통하거나 케어받을 곳에 대한 니즈가 절실하다는 점을 파악했죠. 연희동 산책은 그렇게 탄생했어요.
이현민(디자이너) 맞아요. 단순히 나이를 나눠 40대만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자 하는 단편적인 목적은 아니에요. 앞으로 인간의 기대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데,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노년기에 대한 대비라고도 할 수 있어요. 다들 노후에 대해 경제적인 부분만 생각해 금융 상품에는 관심이 많죠? 다시 생각해보면 경제력이 있어도 이용할 무엇이 없거나 방법을 모르는 등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더라고요. 연희동 산책은 미리미리 인생을 즐기고, 자신을 돌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잘’ 사는 연습을 제공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연희씨’라는 호칭을 사용하던데, 어떤 의미인가요?
이현민 (웃음)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주소는 연남동이면서 연희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다 보니 오해도 많고, 혼란도 많더라고요. 조금 억지를 부리자면 길만 건너면 연희동이기도 하고요. 연남동, 연희동을 아우르는 이름이면 좋겠다 싶은 단순함에서 시작했지만, 연희동 산책과 함께하는 40대 이상 여성들을 부르는 애칭을 만들고 싶었어요. 영희와 철수처럼요. 그런 관점에서 연남씨보다는 연희씨가 훨씬 친근감 있잖아요.
현재 연희동 산책에는 어떤 커뮤니티가 있나요?
김선미 연희동 산책은 크게 3가지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있어요. 40대 이상 여성들의 건강, 적응, 직업인데요, 소위 말하는 ‘쭉쭉 빵빵 몸매 자랑 대회’ 같은 센터에서 하는 운동이 슬슬 부담스럽기 시작하잖아요. 좀 더 편안하고 집중된 공간에서 하는 운동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더라고요. 건강을 위한 커뮤니티로 운영하는 요가는 다양한 직업과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새벽반부터 저녁반까지 세분화돼 있어요. 단순히 운동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차담 시간을 통해 소통의 시간도 함께 운영하죠. 또한 ‘혈당 방위대’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같은 고민을 가진 연희씨들이 일정 시간 함께 식단과 운동 등을 공유하며 실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또한 적응을 위한 커뮤니티로 ‘마시고, 말하고, 쓰다’라는 뜻의 ‘마말쓰’가 있어요. 차를 마시면서 그날의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쓰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꽤 의미있는 시간이라 많은 연희씨의 애정을 받고 있답니다. 그 밖에도 독서 모임이나 요가 프로필 촬영, 쿠킹 클래스 등 재미와 힐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운영해요. 직업을 위한 커뮤니티는 현재 준비 중에 있어요. 연희동 산책을 통해 각자의 전문성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연희씨들끼리 협업을 도모하는 등의 커뮤니티가 여기에 해당하겠죠. 전반적으로 연희동 산책은 연희씨들이 자신을 좀 더 돌보는 습관을 기르고,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기획해나가고 있어요. 조금은 느리지만, 찬찬히 서로를 살펴보며 함께 즐기는 삶을 나누고자합니다.
연희동 산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최종욱 처음 연희동 산책을 오픈하면서 내놓은 프로그램이 요가였어요. 단순히 다이어트 목적의 운동보다는 운동하는 습관과 그 시간을 통한 각자 나름대로의 힐링을 제공하고 싶어 야심 차게 준비했습니다. 40대 여성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과 등록 전에 3주간(현재는 2주간)의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죠. 이 부분이 바로 화근이 됐어요. 지나친 배려가 낳은 결과였죠.(웃음) 요즘 시대에 이런 배려가 이상해 보였던 모양입니다. 소위 말해 발을 담그고 나면 대가를 치를 것이다, 물건을 판매할 것이다, 더 심하게는 종교 단체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난무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저희는 조금은 이런 상황을 즐기기도 했어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는 맞지만 좋은 일을 통해 돈을 벌고 싶은 게 저희가 함께하는 뜻이거든요.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이런 배려를 연희씨들이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죠. 연희동 산책 1주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희씨들이 누구보다 연희동 산책의 가치를 이해하고 함께해 매일매일이 뿌듯합니다.
이현민 연희동 산책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지만 정작 저는 연희씨 자격에 속하지 않아요. 바로 나이 제한 때문이죠. 그래도 운영자로서 연희동 산책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때로는 진행자로, 때로는 참여자로 함께하다 보면 빨리 40대가 되고 싶다는 철없는 소리를 하게 돼요. 저희 채널을 통해 간접경험한 분들의 문의가 많은데 하나같이 볼멘소리로 왜 40대 이상만 되냐는 거예요. 이런 문의가 올 때마다 난감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해요. 제 친구들도 저를 보면서 부러워하니까 저는 직업 만족도가 상승하게 된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