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코에게
공교롭게도 내가 좋아했던 우리 엄마의 음식과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의 음식이 같아.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만들어주셨던 ‘니쿠지루(고깃국)’를 참 좋아했었는데, 내가 좋아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주 만들어주게 된 것 같아. 얇게 썬 소고기, 대파, 두부, 버섯, 실곤약, 쑥갓 등이 들어간 간장 맛의 국물 요리인데 설날에는 여기에 떡을 넣어 먹기도 했지. 우리 아이들은 유독 입이 짧은 편인데, 외가에만 가면 이거 하나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할 정도야. 입맛도 대물림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아니면 음식을 만들어주는 엄마의 영향이기도 하겠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만들어주게 될 테고, 그 음식을 자주 먹으니까 좋아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 기회에 이런 생각을 해보게 돼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 히데코, 너의 아이들은 너의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다.
오렌지 풍미의 소고기스튜
재료(2인분)
소고기(불고깃감) 150g, 오렌지·양파(작은 것) 1개씩, 버터 10g
고기 양념 오렌지즙 1개 분량, 요구르트 1/2컵, 마늘 1쪽,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소고기는 한 입 크기로 썬다. 오렌지 1개는 껍질을 벗긴 뒤 얇게 저민다. 양파는 채 썰고, 마늘은 다진다.
2 분량의 고기 양념을 잘 섞어 ①의 고기에 골고루 묻힌 다음 1시간 정도 재운다.
3 냄비에 버터를 녹인 뒤 채 썬 양파를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재운 고기를 국물까지 다 넣고 30분 정도 졸인다.
4 ③을 그릇에 담고 얇게 저민 오렌지를 돌려가며 올린다.
요시코에게
나는 어렸을 때 아빠가 만들어준 음식이 생각나. 대부분 서양 음식이었던 것 같아. 일본 가정식은 엄마가 주로 해주셨는데, 엄마한텐 미안하지만 그래서인지 아빠 음식이 더 많이 기억에 남지 뭐야. 그래도 나는 한국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정작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의 최애 음식은 소고기콩나물솥밥이래. 일본 엄마이면서 지중해 음식을 주로 하는 나에게서 아이들이 뽑은 최애 음식이 한식이라니 나도 조금 놀랐어.(웃음)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아는 학부모가 종종 한식을 알려주곤 했는데, 그때 배운 메뉴야. 양념장은 나만의 스타일로 변형하긴 했지만, 우리 아이들은 몇 개 안 되는 엄마의 한식 단골 메뉴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지. 둘째 녀석한테 물어보니, 늘 다채로운 음식을 만들어주는 엄마이다 보니 오히려 몇 개 안 되는 한식 메뉴가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 칭찬인지 흉인지 헷갈리지만, 어쨌든 맛있다고 하니까 기분은 좋지. 특히 가마도상 냄비에 밥을 해줄 때 제일 맛있다고 덧붙이더라고. 매번 우리 어릴 적 추억의 음식 이야기만 하다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의 음식을 생각하니까 재미있는 경험이었어.
소고기콩나물솥밥
재료(2인분)
쌀 2컵(300g), 물 380ml, 소고기(불고깃감) 100g, 콩나물 150g, 소금 약간
소고기 밑간 간장·청주 1큰술씩, 참기름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양념장 국간장 2큰술, 멸치 국물(혹은 물)·참기름 1큰술씩, 다진 청양고추 1개, 다진 홍고추 ½개, 다진 마늘·참깨 ½큰술씩
만들기
1 소고기는 분량의 소고기 밑간 재료를 넣고 10분 정도 재운다.
2 콩나물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3 쌀은 물에 씻은 다음 체에 밭쳐 30분 정도 물기를 뺀다.
4 가마도상 냄비에 쌀과 소금, 소고기와 콩나물을 넣는다.
5 ④에 물을 넣고 강불에 올린 뒤 김이 나오기 시작하면 2분 후 불에서 내려 10분 정도 뜸을 들인다.
6 분량의 양념장 재료는 잘 섞는다.
7 뜸을 들인 밥을 고루 섞은 다음 그릇에 담아 기호에 맞게 양념장을 넣어 섞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