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매달 규칙적으로 찾아오던 월경이 4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한두 달은 기본으로 건너뛰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저 ‘스트레스 때문이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몇 번을 그냥 넘겼는데 세 달이 넘도록 소식이 없자 혹시 큰 병에 걸린 건 아닌지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얼굴이 자꾸만 달아오르면서 열감이 느껴지고 땀이 쉴 새 없이 흐르는 증상은 무더운 날씨 탓으로만 여겼다. 그러던 중 정기검진을 위해 찾았던 병원에서 ‘폐경’이란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게 됐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결과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 폐경 나이가 49.7세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조기 폐경인 걸까? 그러나 40대 중반이라면 남들보다 폐경이 조금 빨리 찾아온 것이긴 해도 조기 폐경은 아니라는 의사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됐다. 요즘은 30세 이전에 조기 폐경을 겪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말을 듣고 ‘그래도 난 정상 범주에 있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도 뭔가 시원섭섭했다. 30년이 넘도록 월경할 때마다 겪은 고통스러운 생리통도 지겨운 생리대도 이제 안녕이라니.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 시점이라 혹시나 여성성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걱정이 한가득이다. 폐경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폐경과 갱년기, 어떻게 다를까
여성이 나이 들면 난소가 노화된다. 배란과 여성호르몬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폐경이다. 보통 만 45세 이상의 여성이 12개월 이상 생리가 없으면 자연 폐경으로 진단한다. 폐경기에는 갱년기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급성 여성호르몬 결핍 증상으로 안면 홍조를 가장 많이 호소한다. 건망증과 근육통, 우울감, 피부 가려움증, 배뇨 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은 보통 폐경 1~2년 전부터 시작돼 폐경 후 3~5년간 지속될 수 있다. 갱년기는 폐경 전후 5년씩을 더한 10년간을 말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있는 상태에서 없는 상태로 적응하기 위한 10년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약 50세에 폐경이 됐다면 갱년기는 45세부터 55세가 되고, 45세에 폐경이 됐다면 갱년기는 40세부터 50세가 된다.
따라서 폐경이 되지 않는 한 갱년기는 언제 시작됐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폐경이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40세가 지나면 ‘이미 갱년기에 접어들었을까?’, ‘갱년기의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며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갱년기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내는 가장 알기 쉬운 징후는 불규칙한 월경 주기다. 그 외 어깨 결림이나 요통, 불면증, 짜증, 우울, 안면 홍조, 열감, 냉증 등 증상이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방면에서 나타나 개인차가 큰 것이 특징이다.
✔ CHECK LIST
폐경기 자가 진단법
정확한 진단은 병원에 방문해 여성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지만 대략 현재 내 상태가 어떤지는 자가 진단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 얼굴이 확 달아오른 적이 있다.
□ 가슴이 두근거린 적이 있다.
□ 땀을 많이 흘린다.
□ 머리가 아프다.
□ 잠을 잘 못 이룬다.
□ 가슴에 불편감이나 통증을 느낀 적이 있다.
□ 호흡을 길게 하지 못하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 손발이 저리거나 쑤신다.
□ 쉽게 피로하고 전신에 힘이 없다.
□ 관절 마디에 통증이 있다.
□ 건망증이 심해졌다.
□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든다.
□ 우울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 여러 사람 속에서 혼자 있는 게 두렵다.
□ 소변을 자주 본다.
□ 질 분비물이 줄었다.
□ 성욕이 거의 없다.
□ 부부 관계 시 통증을 느낀다.
□ 웃거나 뛸 때 소변이 저절로 나온 적이 있다.
□ 피부나 모발이 건조하다.
없다: 0 / 가끔: 1 / 자주: 2
*10~15점 경미한 폐경기 증상
*16~30점 중등도의 폐경기 증상
*31점 이상 심한 폐경기 증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