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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마약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1)

마약으로 무너진 아이돌

SNS를 통해 마약을 접하는 게 쉬워지자 10대 마약 사범이 늘어나고 있다. 2018년 143명이었던 우리나라 10대 마약 사범 수는 2022년 481명으로 급증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On September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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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독자의 고백, “마약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죽음뿐”

“마약 청정국의 위치를 잃은 지 오래이고, 이제 마약 공화국이 될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마약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의 하소연이다. 2030세대는 물론 10대들까지 마약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 수십만원만 주면 마약을 살 수 있다고. 하지만 구하기 쉬워진 것에 비해 여전히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마약중독 치료다. 입원 치료 시설이나 마약중독 치료 의사는 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현재 운영하는 치료 시설도 줄 서서 기다리는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마약 치료를 받고 싶은 이들은 일부러 경찰에 자수해 교도소에 들어가 마약을 끊으려는 시도를 할 정도라고 한다.

마약으로 무너진 아이돌 “돈도 사람도 모두 사라졌다”

인기 아이돌 그룹 위너 출신 가수 남태현. 그는 지난해 8월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남태현과 연인 관계였던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 시즌3> 출연자인 인플루언서 서민재가 SNS에 ‘마약을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했지만 결국 둘은 불구속 기소됐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 남태현이 최근 KBS1 시사 프로그램 <추적 60분>에 출연했다. 인터뷰에 응한 그는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인천다르크’에 입소해 생활 중인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남태현은 “연예계 생활을 하며 정신과 처방을 받아 신경안정제, 다이어트 약 등의 약물을 먹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약물에 무뎌진 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일이 없어지자 우울증이 심해졌고, 결국 마약에까지 손을 댔다고 고백했다. 마약 치료를 위해 치료센터에 입소한 것은 ‘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남태현은 “약물에 대한 갈망밖에 안 남아 가족과 멀어지고, 주변 사람도 전부 사라졌다”며 “그래서 재활 시설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격리해 재발을 막고 싶었다는 것이 남태현의 호소였다.

남태현은 이곳에서 오전 8시에 일어나고 오후 11시에 자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음주도 절대 안 되는 곳이다 보니 정신도 맑아지고 생활의 질도 올라갔다고. 마지막으로 남태현은 10대들에게 절절하게 호소했다. “정말 마약은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 자체가 처참히 무너지는 행동이다.” 그리고 “절대 손도 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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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7일 방송된 KBS Joy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는 마약중독남이 출연해 ‘악순환’을 토로했다. 180cm 키에 체격이 건장한 25살 사연남. 그는 현재 직업을 “마약 치료 시설에서 회복 중인 무직”이라고 설명했다.

사연남은 친구의 제안으로 처음 마약을 접했다고 털어놨다. 우울증을 앓았던 터라 ‘호기심’에 한 번 해봤다가 바로 중독됐다고. 그는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할 수 있더라”며 “필로폰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 불안하게 만들어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펜타닐은 온몸이 끊어지고 무너지는 듯한 금단현상이 있는데 마약에 손댄 것은 잘못이지만 한번 손대면 돌아갈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몸무게는 48kg까지 빠졌다고.

1년 가까이 마약을 하다가 끊고 싶어 자수를 선택했다는 사연남. 그는 끊고 싶어진 이유를 묻자 “우울증이 더 심해져 환청까지 생겼고 2차 범죄에 노출될 것 같아 자수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수를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자수한 덕분에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으며 병원에 다녔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마약에 손을 댔다. 교회에서 마약을 한 후 쓰러졌다가 누군가의 신고로 구속까지 됐던 그는 현재 출소 후 치료 시설에 다니며 회복 중이다.

그는 교도소가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사연남은 “(밖에 있을 때는) 끊고 싶다고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며 “교도소 안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돼 있다. 교도소에서 마약을 끊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방송에 나온 것도 “다시는 마약을 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얘기한 사연남. 그는 마지막으로 “많은 마약중독자에게 치료 시설을 통해 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며 “마약의 끝은 교도소, 정신병원, 죽음뿐이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마약 청정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젠 소비국이 되고 있다. 이는 통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 2022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 된 마약류 사범은 1만 8,395명에 달했다. 2021년(1만 6,153명)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젊은 층이었다. 30대 이하가 59.8%(1만 988명)를 차지했다. 특히 20대는 5,804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도 481명에 달했다. 올해 1~4월 단속된 마약 사범은 5,587명으로 전년 동기(4,307명)보다 29.7% 늘었다. 같은 기간 군 내에서 적발된 마약 사범은 18명으로 지난해 군 전체 마약 사범 32명의 절반을 이미 넘겼다. 통제되는 군대에서조차 마약 사범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마약을 사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마약 밀수도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마약 밀수 적발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325건, 329kg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됐다. 적발 건수는 하루 평균 2건에 가깝다. 적발량은 1년 전보다 39% 늘어난 것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적발된 329kg은 505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특징이라면 ‘한 방’을 노린 케이스가 늘었다는 점이다. 건수는 줄고, 중량은 늘어나면서 건당 적발량(1,015g)은 1kg을 넘어섰다. 2020년(213g)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여행자, 동남아시아 등을 통한 밀수 시도가 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처럼 젊은이들 사이에서 마약이 널리 퍼진 것은 마약 거래 방식이 기존 오프라인에서 다크 웹과 SNS 등 온라인 거래로 넘어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는 “과거에는 마약 거래 시 연락 방법 등이 오프라인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매하는 과정부터 불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을 통해 워낙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과거에 비해 많이 저렴해졌다”며 “마약은 절대 혼자 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보니 더 빠르게 퍼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09월호
2023년 09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서환한(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