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50개 디지털모기측정기(DMS)에서 7월 1~8일 채집된 모기 수는 1만 7,533마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채집된 모기 수는 1만 1,923마리, 2020년에는 2만 4,529마리, DMS로 처음 모기 개체 수를 파악하기 시작한 2015년에는 같은 기간 6만 8,347마리가 채집된 것을 고려했을 때 한여름 밤의 모기는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 DMS 채집 모기 수 현황에 따르면 7월 채집 모기 수는 5만 8,971마리, 8월 채집 모기 수는 5만 5,677마리, 그리고 9월 채집 모기 수는 무려 7만 403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모기의 활동이 한여름이 아닌, 점차 가을에 집중되는 것을 나타내는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더욱 광범위해지는 모기 활동 시즌
한여름에 모기의 활동이 줄어드는 이유는 밤낮으로 이어지는 폭염과 잦은 폭우의 영향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기 전문가인 고신대학교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석좌교수는 “모기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온도는 27℃ 내외로, 30℃가 넘는 고온에서는 여름잠에 들었다가 기온이 내려가는 가을로 접어들면 다시 활동을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여름철 폭염과 폭우 그리고 기온 상승의 연장인 가을 늦더위로 인해 9월 이후 모기가 더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지구온난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줄어들어야 할 모기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날씨가 따뜻해짐에 따라 9월과 10월은 물론이고, 길게는 입동까지 활동을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지난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1℃로 평년보다 0.5℃나 높았고, 지난해 10월 전국 평균기온 또한 14℃로 여전히 모기가 활동하기 좋은 기후가 이어졌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 모기 경보는 11월이 시작된 후에도 모기로부터 안전한 상태인 ‘쾌적’을 자랑하던 과거와는 달리 ‘관심’과 ‘주의’ 단계를 오가는 등 예년과는 다른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로 자연재해와 이상기후 현상이 빗발치는 요즘,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이제 완전히 옛말이 될지 모르겠다.
지나칠 수 없는 모기 바이러스
최근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모기 서식지가 확장되고 있고, 특히 지구온난화 최전선에 있는 지역의 경우 모기가 1년 내내 활동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모기의 서식 면적이 늘어나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모기 바이러스다. 통계에 따르면 연간 모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7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모기는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이는 해충이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으로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등이 있는데, 특히 여름뿐 아니라 가을철에도 많이 발생하는 ‘작은빨간집모기’에서 최근 일본뇌염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모기 감염병은 말라리아로 사망률은 낮지만 감염될 경우 오한, 발열, 발한과 함께 두통, 구역, 설사 등 심한 고통을 동반해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일본뇌염은 가벼운 발열, 두통, 구토 등이 나타나며 드물게 고열, 경련, 의식장애, 목 경직 등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이 중 30%는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국가에서는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가을 모기 피하는 방법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가을 모기로부터 안전해질 방법은 무엇일까? 모기는 체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20m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산화탄소는 물론 땀의 주성분인 젖산과 아미노산 등을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고 싶지 않다면 자기 전 깨끗하게 샤워해 모기가 좋아하는 땀과 향수, 암모니아 냄새 등을 말끔히 제거한다. 실내에 들어온 모기의 경우 활동하지 않는 낮 시간에는 책상이나 식탁 아래 등 어둡고 안전한 장소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정용 살충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것도 모기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또한 모기는 고온 다습한 곳을 좋아하므로 실내 환기를 자주 한다. 특히 욕실은 건조하게 관리할 것.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유난히 모기가 많이 보인다면 관리 사무소에 연락해 배수관 등을 점검해봐야 한다.
모기에 물렸을 때는 손톱의 세균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물린 부위를 얼음찜질하거나 약을 사서 바르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 수칙 6
1 야간 외출 자제하기
2 가정 내 모기장 사용하기
3 외출 시에는 밝은 색상의 긴바지와 긴팔 옷 입기
4 모기 기피제 사용하기
5 모기 감염병 백신 예방접종하기
6 집 주변의 물웅덩이, 막힌 배수관 등 모기 서식지 없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