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일일이 보험설계사가 방문해서 판매했다. 최근 사람들이 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주요 루트는 무엇인가?
여전히 보험설계사들을 통한 대면방식 가입이 가장 주류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 보험설계사가 속한 조직이다. 보험설계사는 보험사 소속이냐 아니면 독립보험대리점(GA) 소속이냐로 갈라지는데 최근에는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소속 설계사보다 많아졌다. 그다음이 홈쇼핑, 은행에서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카드사에서 전화해 가입시키는 카드슈랑스 순이다. 온라인가입은 젊은 사람들 위주로 늘어나고 있지만 생각만큼 많지는 않다.
소비자로서는 GA 소속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이득인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는 소속 보험사 상품만 판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모든 보험사 상품을 판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은 자사에서 상품 교육을 철저히 받아 관련 상품에 대해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는 판매하는 보험상품이 너무 많기에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그래서 보험사마다 GA 소속 설계사를 도와주는 도우미들이 존재한다. 보험설계사가 사람을 일단 끌어오면 보험사 소속 도우미들이 상품 설계를 대신해주는 구조다. 이를 감안하면 GA 소속 설계사들이 보험 관련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GA 소속 설계사들의 수익 구조도 궁금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GA 소속 설계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보험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 상품을 팔면 판매상품과 규모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특정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과 달리 GA 소속 설계사들에게는 보험사들이 높은 수당을 제시하면서 경쟁 상품 대신 자사 특정 상품을 팔아달라고 주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불리한 상품에 가입하거나 불필요한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통상 보험 가입자가 13개월 차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게 되면 보험설계사는 판매수당을 모두 받을 수 있다. 어떤 설계사들 같은 경우는 종신보험처럼 보험료 금액이 커진 상품을 판매하게 되면 가입해준 사람한테 고맙다고 명품 핸드백을 사주는 경우도 있다.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온라인보험은 설계사한테 주는 수당이 없어서 소비자로서는 이득 아닌가?
젊은 층은 온라인에 익숙하니 온라인보험 이용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은 온라인보험 가입률이 50% 이상을 넘어섰을 정도로 대세가 됐다.
하지만 다른 보험상품들의 경우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일반인들이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대해 세부 내용을 일일이 알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보험설계사를 통한 대면가입은 향후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책임 소재를 설계사에게 따져 묻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인지사업의 특성이다. 보험사로서는 유리한 구조다. 결국 가입자나 보험사나 모두 온라인보다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다른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는 다른가?
선진국들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보험이 만들어진 태생이나 환경이 비슷하게 흘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품구조상 차이점이 적지 않다. 선진국들은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서 종합적인 컨설팅 개념으로 종합보험에 가입한다. 개별적으로 쪼개놓은 보험상품이 많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특정 분야별로 보험을 쪼개놓았다. 그래서 보험과 관련해 그만큼 분쟁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일본을 통해 보험이 유입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일본은 이렇게 잘게 쪼개는 보험상품이 발달한 나라다.
김창호 대표는
보험 소비자 권익 활동을 위한 단체 <인슈포럼> 대표, 아주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국제보험전공)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를 거쳐 한국소비자원에서 17년 동안 근무하며 국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험 관련 분쟁조정을 담당했다. 이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으로서 각종 보험 관련 정책입법 활동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