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를 오래 키웠던 터라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이 많은 치타는 오래전부터 유기 동물 보호소를 찾아 봉사를 하고, 유기견을 위한 기부 행사, 챌린지 등을 통해 유기묘, 유기견과 인연을 맺어왔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인 부리, 달타냥, 까망, 베르는 파양된 고양이를 입양하는 등 다양한 사연으로 치타와 인연을 맺었다. 보더 콜리인 훈과 나나도 마찬가지.
“데뷔하고 나서 팬들과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안성 ‘행복한 보금자리’에서 봉사를 했어요. 견사와 묘사가 있고, 저는 주로 묘사를 돌봤는데 거기서 달타냥을 처음 만났죠. 첫눈에 반해 후원을 하다가 결국 저희 집으로 오게 됐어요. 저는 누가 봐도 예쁘고 누구든 데려갈 것 같은 동물보다는 무언가 좀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 같은(웃음) 동물들에게 마음이 가더라고요. 보더 콜리 나나도 어느 고등학교에 반려동물케어학과가 있는데 거기서 20마리 정도의 강아지들이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번 보러 갔거든요. 품종견이 더 인기가 많고, 무늬 같은 걸로 강아지의 시장 가치가 형성되는데, 이건 다 사람의 기준이고 욕심이잖아요. 제가 데려가서 팔 것도 아니고 그냥 제 맘이 끌려 데려온 것이 나나였어요.”
치타는 엄마와 함께 6마리의 반려동물을 돌보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워낙 대식구다 보니 기본적인 생활용품부터 반려동물의 침대와 화장실, 장난감 등으로 집 안은 늘 어수선한 상태.
“몇 년 전, 집 정리 프로그램을 통해 컨설팅을 받았는데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한순간이더라고요.(웃음) 정리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들이 정말 행복한 환경에서 지내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펫대로 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제의를 받고 우리 반려동물들에게 좋은 일일 것 같아 응했어요.” <펫대로 하우스>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 스타들의 집을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변신시켜주는 반려동물 인테리어 예능 프로그램이다. 과연 치타에게, 6마리의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반려동물이 행복한 집
같은 고양이끼리도 합사가 어려운 일인데 성격도 행동도 전혀 다른 고양이와 강아지가 함께 살기란 쉽지 않았다. 고양이들하고만 지낼 때는 고양이들이 거실에 놓인 캣타워를 사용하며 일광욕도 마음껏 즐겼지만, 훈과 나나가 집에 오고 나서 거실을 함께 사용하게 됐다. 활동량이 많은 강아지들과 상대적으로 적은 고양이들이 한공간에서 지내기란 너무 힘들었다.
“저의 최선은 고양이 방을 따로 마련하고, 훈과 나나는 거실을 이용하며 공간을 분리하는 정도였어요. 고양이들이 의도치 않게 거실을 뺏기고 1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게 된 거죠.”
치타 집의 메인 공간은 거실이기 때문에 모든 반려동물이 함께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소망이었다. 고양이 행동 교정 전문가인 나응식 수의사는 고양이를 위한 수직 공간과 자기 영역 마킹을 위한 스크래처, 강아지의 방해 없이 거실에서 놀 수 있는 동선 등을 솔루션으로 제안했다.
또한 1층에 마련된 고양이 방은 고양이와 보호자가 함께 머물며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이에 전문가로 함께 투입된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전문가의 솔루션에 자신만의 감성을 더해 치타와 어머니, 반려동물이 모두 행복한 집을 완성했다. 먼저 치타가 원했던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거실을 위해 3층짜리 반려동울 빌리지를 설치하고 각 동물에게 각각의 공간을 배정한 뒤 위트 있게 번호를 붙였다.
훈과 나나의 집은 1층에 큼지막한 문으로 개방감을 주었다. 고양이들의 집은 모두 2층 이상으로 배치하고 좁은 틈새도 잘 드나드는 특성을 이용해 출입구를 작게 만들었다. 강아지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실 3면으로 다닐 수 있도록 통로를 연결했다.
또한 반려동물들이 주방에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해 본래 설치돼 있던 문에 철제 펜스를 달았다. 치타와 어머니는 반려동물들과 함께 잠을 자는데,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는 슬로프를 설치하고 침대 밑에서 자는 동물들을 위해 가구와 숨숨집이 더해진 디자인의 제품들로 채워 넣었다. 태어날 때부터 배변에 문제가 있는 고양이 까망이로 인해 하루에도 몇 번씩 세탁해야 하고 엉망일 수밖에 없는 매트리스에는 방수 커버를 씌우는 등 박지현 인테리어 디자이너만의 세심한 배려를 더했다. 여기에 작가로 새로운 재능을 펼치고 있는 치타의 그림이 더해져 치타만의 개성이 담긴 인테리어가 완성됐다.
고양이들만의 방으로 사용했던 1층 공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공간. 평소 고양이 방에서 자기도 하고 그 공간을 좋아했던 치타를 위해 그녀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레드 컬러로 벽지를 마감하고, 편히 쉬며 고양이들과 놀 수 있도록 안마 의자를 놓았다. 고양이들을 위한 알록달록한 컬러의 캣타워까지 설치해 나만의 케렌시아(안식처) 같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저는 집에는 따뜻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딱 들어오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받고 싶었어요. 이전에도 그런 따뜻함은 있었지만 질서 없이 배치된 가구와 많은 짐으로 좀 좁아 보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뉴트럴 컬러의 집과 반려동물 가구로 눈이 편안하고, 무엇보다 반려동물들과 모두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게 정말 감동이에요. 1층의 고양이 방도 컬러부터 너무 제 취향인걸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음악도 듣고 영감도 받을 수 있는, 정말 저와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한 공간이 됐어요.”
180도 바뀐 집이 낯설 법도 한데 이런 변화를 기다렸다는 듯 반려동물들도 적응을 잘했다고. “달타냥은 새로 생긴 집이 정말 마음에 드나 봐요. 나오질 않던데요.(웃음) 까망이와 베르도 캣워커에서 너무 잘 놀아요. 무엇보다 어머니가 조금 더 편해진 것 같아 더욱 좋아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치타와 함께 매일 조금 더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반려동물들.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강아지는 강아지대로 또 이를 지켜보는 치타와 어머니까지 ‘모두가 행복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