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 미스터리 <악귀>, 맥주 한잔 마시며 보면 더 즐거울 것”
SBS 드라마 <악귀>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극이다. 김은희 작가가 치밀하게 쌓아 올린 서사의 묘미가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를 넘어 글로벌 팬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악귀>는 오컬트 장르의 외피를 입고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로 김은희 작가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한국의 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민속학이란 소재의 신선함과 촘촘하고 치밀한 서사와 단서, 장르물의 재미 속에서도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메시지를 놓치지 않은 김은희 작가의 강점은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일본, 인도 등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악귀>를 접한 글로벌 시청자들은 “내 두려움도 이 드라마를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어”(유튜브, ans***), “김은희 작가는 천재다”(유튜브, dre***) 등 다채로운 반응을 보이며 앞으로 펼쳐질 서사와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김은희 작가는 드라마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하며 ‘장르물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싸인>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5.5%를 기록한 화제작. <시그널>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 극본상까지 휩쓴 것은 물론 일본, 태국, 중국에서 리메이크까지 되는 등 K-드라마의 글로벌화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통해 서양의 정서와는 다른 조선판 좀비를 탄생시키며, 전 세계에 한국형 좀비물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런 만큼 <악귀>의 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김태리는 악귀에 씐 주인공 ‘구산영’ 역을 맡아 김은희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춘다. 오컬트 장르 도전도 처음이다. 악귀를 보는 민속학 교수 ‘염해상’ 역은 오정세가 열연한다. 귀(鬼)와 신(神)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물을 오정세 특유의 세밀한 감정 연기로 담아낸다. 여기에 미스터리를 가미한 멜로드라마 <VIP>로 스타일리시한 연출을 선보였던 이정림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답사만 수십 차례, 심혈을 기울인 공간 구현, 배우들과 치열한 논의까지 지난 1년여 동안 <악귀>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악귀>는 2023년 여름을 책임질 웰메이드 장르물 탄생을 예감케 하는 ‘작감배(작가·감독·배우)’ 3박자를 완벽히 갖추고 출발한 셈이다.
민속학을 접목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가지고 돌아온 김은희 작가가 지난 2년간 작품에 쏟았던 열정을 <악귀>에 대한 일문일답을 통해 직접 전했다.
전작 <지리산> 혹평, 만회했다
<악귀>는 어떤 드라마인가?
악귀에 씐 가난한 청춘 산영이 악귀를 볼 줄 아는 민속학자 해상과 함께 악귀가 누군지 찾아나가는 얘기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 장르를 선택한 이유는?
어렸을 때 홀리듯 봤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영향 때문일까. 엄청 무서워하면서도 공포물을 좋아해왔던 터라 막연하게 한 번쯤 오컬트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킹덤> 기획안을 쓸 때 <악귀>도 함께 기획했다. <킹덤> 대본을 쓰면서 <악귀>에도 자연스럽게 한국적인 느낌이 녹아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작가와 연출의 호흡이 중요하다. 드라마 <VIP>로 단번에 SBS의 촉망받는 라이징 감독이 된 이정림 감독이 그 주인공. 이 감독은 <악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김은희 작가의 존재’를 꼽기도 했다. 그는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제일 컸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내가 잘해낼 수 없는 장르일 것 같아 망설였는데 작가님과 미팅한 후 흔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청춘, 취업 준비, 어른이 돼가는 과정 등 우리 세대의 이야기를 녹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이 섰다. 작가님의 도전에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악귀>는 김은희 작가와 배우 김태리의 만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소감이 어땠나?
김태리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마치 악귀의 증조할머니도 때려잡을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씩씩하고 에너지가 커 보였다. 산영이와 싱크로율은 ‘1000%’ 정도다. 이미지와 영상을 봤는데, “김태리는 진짜다”란 생각이 들었다.
배우 오정세와 홍경의 캐스팅이 결정됐을 때 소감도 궁금하다.
오정세 배우가 캐스팅되고 난 뒤 대본을 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대본 얘기를 하는데 진지한 얼굴로 계속 탐구하는 모습이 딱 ‘염해상 교수’ 같았다. 그래서 말투나 표정을 따온 부분도 있다. 산영과는 또 다른 청춘으로 ‘홍새’를 생각했었는데, 홍경 배우의 소년같이 맑은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이 이해가 갈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더라. 그런 성격이 홍새처럼 경찰대 수석이 될 만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런 부분이 매우 좋았다.
평범한 공시생이었던 산영이 악귀에 잠식되면서 그녀의 일상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산영에게 악귀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산영과 비슷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악귀가 씐다면, 그 사람은 산영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더 간절한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산영에게 어떤 삶이 가장 중요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악귀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산영이 악귀로 인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그녀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김은희 작가에게 ‘악귀’는 어떤 존재인가?
내 마음을 흔들고 유혹하는 ‘나쁜 생각’이다. 드라마 속에서는 악귀보다 더 악한 사람을 악귀로 표현하고 싶었다.
<악귀>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달라.
제목부터 무서운 드라마라고 생각하실 거다. 무서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산영, 해상, 홍새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얘기가 더 주가 되는 드라마다. 무서울 때는 잠시 눈을 감으면 된다. 가족 혹은 친구들과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함께 보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편 김은희 작가는 최근 남편 장항준 감독이 소속된 미디어랩시소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미디어랩시소에는 코미디언 송은이·신봉선·안영미·김수용·전 프로파일러 권일용 등이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