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
“심각하지만 유머러스하고, 누추하지만 아름다우며, 허술하지만 치밀하다”
<JR: CHRONICLES>
‘예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사진작가 제이알(JR)은 세상을 향해 이렇게 묻는다. 그곳이 어디든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작업의 재료로 삼는 그를 ‘사진 매체를 이용한 거리 예술가’라 칭하기엔 한참 모자라다. 그가 현재까지 진행해온 예술 프로젝트의 대담성과 불법성, 진행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영상 기록은 그 어떤 경계 없이 인류가 당면한 문제 전반을 아우른다. 일례로 지상 최대 규모의 ‘불법’ 사진전 <페이스 투 페이스>가 있다. 그는 교사, 운전기사, 운동선수 등 동일한 직업을 가진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대형 초상 사진을 분쟁으로 얼룩진 국경 지역 곳곳에 나란히 전시한 뒤 사람들에게 ‘누가 어느 나라 사람인 것 같은지’ 묻는다. 그토록 서로 다름을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이들 모두 인간임을 부인할 수 없는 순간이다. 이렇듯 작가는 인종, 국적, 성별, 나이 등에 얽힌 혐오와 편견, 반목과 증오를 다루지만 예술을 통해 ‘다름’보다 ‘같음’에 주목하며 경쾌한 방식으로 생각의 변화를 촉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작업부터 근래의 대형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의식 흐름과 그 결과물을 촘촘히 보여줘 ‘대규모 개인전’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특히 제이알이 디렉팅한 영상물인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단편영화 <엘리스>와 다큐멘터리 <레 부스케>는 다른 차원의 감동을 선사하니 영상 작품도 빼놓지 말자.
기간 8월 5일까지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에비뉴엘 6층 연결 롯데뮤지엄
한줄평
“생성 AI로 나만의 디지털 달항아리를 만들어볼 수 있는데, 기대보다 아름답다!”
<A Journey to Return Home>
도예부터 디지털 아트까지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헌정 작가 개인전을 소개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달항아리’에 대중적 관심이 높아진 요즘, DIVE 앱을 넘겨보다 여러 개의 불완전한 달항아리가 새하얀 둔덕 위에 설치된 한 컷의 이미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스토리지 개관 이래 최초의 한국 작가 개인전’이라는 표현이 한편으론 씁쓸했지만, 스토리지가 추구하는 ‘다양한 장르의 문화’로 선정된 우리나라 작가의 개인전 소식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특히 이번 전시의 경우 전시 제목보다 오히려 부제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작품 <귀환>은 달항아리, 둔덕, 바다 영상, 세라믹 의자가 서로 연결성을 지니며 조응한다. 휴대폰 화면 속 흰색 둔덕은 실제로 마주하니 소금으로 만든 둔덕이었는데, 그 간결함과 단정함이 비닐이나 유리병 속에서 보아왔던 그간의 전형성을 잊게 할 정도다. 완벽한 미를 갖춰야 할 것 같은 달항아리들은 어딘가 조금씩 부족한 모습으로 함께 원형의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메인 이미지로 쓰인 달항아리로 인해 일반적인 ‘도예’ 전시를 기대하고 왔다면 예술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기회가 될 것. 작가 스스로도 이분법적 경계를 지양하며, 서로 다른 장르의 작업을 꾸준히 병행한다는 전시설명문처럼 전시장에서 우리는 오랜 사유의 결과물을 도예, 영상, 설치미술, NFT 등 다양한 형태로 마주할 수 있다.
기간 8월 20일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48 현대카드 스토리지
이혜민(@comme_haemin)
큐레이터이자 독립 전시 기획자. 크고 작은 어떠한 전시라도 이를 준비하기 위해 쏟는 무수한 노력과 어려움을 잘 안다. 규모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콘텐츠가 풍부하고 유익한 다양한 전시를 소개하기 위해 오늘도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