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006년경 자녀 교육을 위해 자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아내 사례입니다. 남편은 국내에서 일하며 생활비와 교육비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남편은 형편이 어려워지자 아내에게 이메일로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 문제와 외로움을 토로하며 한국으로 돌아올 것을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고 남편에게 돈을 더 보내달라는 요구만 했습니다. 남편은 2011년경부터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됐습니다. 법원은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며 정서적 유대감을 완전히 상실한 점, 아내는 남편과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계속 자신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 남편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점 등에 따라 혼인 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혼인 파탄의 원인이 혼인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못한 남편에게도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과 외로움을 느끼는 남편을 배려하지 않는 아내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아내의 지독한 무관심으로 남편이 외도한 경우 누가 더 파탄의 책임이 있을까요?
10년 넘게 기러기 생활을 하는 40대 후반의 남성 사례입니다. 아내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떠났고 남편은 홀로 살다가 5년 전 새로운 여성을 만나게 됐습니다. 남편은 매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냈지만, 아내는 전화 통화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한 번도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부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멀어졌지만, 아내는 이혼은 싫다고 합니다. 실제로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면 이혼이 가능할까요? 우리나라 법원은 여전히 유책주의를 취하고 있으므로 외도를 한 당사자이기에 이혼 청구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자녀를 둔 부부는 아이들이 취학연령이 되자 외국으로 나갔습니다. 남편은 그곳에서 10년 동안 일하며 가족을 부양하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에 남겨두고 홀로 귀국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혼자 지내던 남편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다른 여성을 만나 연인 관계를 갖게 됐습니다. 아내는 이를 알게 됐고, 결국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부부가 각방을 쓰면서 식사도 따로 했고 그러다 남편은 집을 나가 5년여 동안 별거하고 결국 이혼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원은 “남편의 부정행위로 부부 사이 신뢰가 훼손됐고 이후에도 신뢰를 회복하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주된 잘못은 남편에게 있으므로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아내가 남편에 대한 보복적 감정 내지 경제적 이유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볼 증거도 없는 이상, 유책 배우자인 남편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책 배우자가 낸 이혼소송도 혼인 생활이 파탄돼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혼이 인정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부부는 서로 동거하고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무리 자녀 교육이 중요하지만 혼인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면서까지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자녀가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파탄된 가정이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글쓴이 이인철 변호사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과정 수료
법무부장관 표창
법무법인 리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