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지원하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가지게 됐나요?
중학교 때는 의대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생명공학자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가 김초엽 작가의 <감정의 본성>이라는 단편소설을 읽고 인간의 감정도 하나의 대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데 충격받아서 의대를 생각하게 됐어요. 동기는 그랬지만 눈이 안 좋아서 안과를 지원할 생각입니다.
지방 일반고에서 의대 합격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학교 내 의대 합격자 수와 내신은 어느 정도 되나요?
저희 학교에서 재학생 중 의대 합격생은 저 혼자고요, 재수생 선배님이 한 분 합격했다고 들었습니다. 내신은 지원한 의대마다 조금 다른데 1.28~1.3등급이었어요. 서울 지역 3곳, 지방 의대 3곳에 지원했는데 결국 1곳만 합격했어요.
교과 지역인재 전형 합격인데, 수능 최저 기준이 굉장히 높아요. 수능 준비까지 힘들지 않았나요?
수시를 노린다고 수능을 포기할 수는 없었죠. 특히 계명대 의대는 수능 최저 기준이 3개 과목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해서 긴장됐어요. 수학이 가장 자신 없었고 국어는 항상 소홀할 수 없었죠. 영어와 과학은 자신 있어서 국어·영어·과학에서 1등급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결국 국영수 1등급으로 최저 기준을 맞췄습니다. 모의고사 점수가 한번 잘 못 나왔다고 좌절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마음을 편히 먹어야 점수도 잘 나오더라고요. 저도 멘탈이 무너지면서 평소 1등급 나오던 화학을 망쳤어요.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나오더라도 ‘나만 어려운 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멘탈을 잡아야 했는데, 당황하니까 과학 시험 전체가 흔들리더라고요.
수학이 자신 없었다면서 어떻게 성적을 올릴 수 있었죠?
중학교 때는 수학 선행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중3 겨울방학에 수학 상·하를 인강으로 개념만 익힌 수준이었죠.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을 생각하지 않은 것도 수학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특목고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수학 선행이 정말 빠르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와서도 내신 수학이 2등급이 자주 나와 힘들었어요. 본격적으로 수학에 집중한 건 고3부터였고요. 아침 자습 시간에는 국어, 저녁 자습 시간에는 과학, 나머지 시간은 모두 수학에 집중했습니다.
영어는 따로 수능 준비를 안 했나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학원을 다녀서 영어 공부 스트레스는 없었어요. 그냥 내신 영어 공부하면서 단어 외우는 정도로 준비한 것 같아요.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지만 내신영어는 상대평가라서 방심할 수 없는데, 영어라도 부담을 덜어서 좋았어요.
요즘은 수능에서 국어를 가장 어려워들 하는데요, 국어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처음에는 지문을 다 읽고 이해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래서 저에게 맞는 읽기 요령을 만들어나갔죠. 중심 내용에 줄을 쳐가면서 시간을 줄이는 연습에 집중하고 매일 지문 독해를 꾸준히 했는데, 그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대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을 받았나요?
3개의 면접방에서 질문받는 MMI 면접이었어요. MMI 면접은 다양한 면접방에서 여러 종류의 면접 문제를 푸는 다중 면접인데요, 1번 방은 의료봉사 활동 사진을 보여주며 생각을 말해보라는 인성 면접, 2번 방은 그래프와 실험 자료로 정보를 해석하라는 문제, 3번 방은 실험을 통한 가설 증명에 관한 질문을 받았어요. 2·3번 방은 학업 관련이라 어렵지 않았지만 1번 방은 예상치 못해 당황스러웠어요. 의료 행위는 단순한 기술적 서비스가 아니라 인간의 고통 해결에 공감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했죠.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제 강점은 노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는 거예요. 수험생은 쉬는 것도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공부하면 결국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놀 때는 놀고 공부할 때는 공부하자는 생각으로 슬럼프를 피했어요. 그리고 내신을 공부할 땐 너무 좁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교 수업에 관련된 내용을 내신 공부할 때 끝내놓으면 수능 준비할 때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