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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말하는 현실 학교 이야기(1)_드라마를 능가하는 학폭 현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학교폭력. 내 아이가 학폭의 가해자, 또는 피해자일 수 있는 현실 학교 이야기.

On April 02, 2023

<오늘의 대담자>

학폭 피해자 학부모 민 여사(44세, 고2 아들과 중2 아들 엄마)
사이버 폭력이 두려운 박 여사(38세, 초5 딸 엄마)
<더 글로리> 애청자 이 여사(42세, 중1 딸과 초3 아들 엄마)

학폭, 새 학기에 가장 많이 발생
현실은 늘 드라마 속 내용을 능가한다

민 여사(이하 ‘민’) 2023년 새 학기는 학교폭력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슈와 함께 시작하는 거 같아요. 아들 학폭 사건으로 낙마한 고위 공직자며 학폭 가해자 출신 오디션 참가자 등 언론 여기저기서 온통 학폭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보니 사실 마음이 많이 무겁고 안 좋네요.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박 여사(이하 ‘박’) 맞아요.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학교폭력이 대면 수업을 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특히 새 학기는 통계적으로도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죠. 차라리 집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던 코로나19 때가 더 안전했던 거 같아요. 그 누구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바라던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또 생각이 바뀌네요.

이 여사(이하 ‘이’) 올해 첫째가 중학생이 됐어요. 요즘 중학생 애들이 가장 무섭잖아요. 퇴근하고 돌아와서 딸아이의 얼굴 표정부터 확인해요. 표정이 밝으면 ‘오늘 하루도 무사하게 잘 지냈다 보구나’ 하고 속으로 안심하죠. 물론 애한테는 그런 티도 못 내요. 자기를 아직도 애 취급하는 유별난 엄마라고 짜증 낼까 봐요. 사실 중학생이 되고 보니 애가 아니라서 더 걱정인데 말이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보면서 저렇게까지 잔인한 애들이 진짜 있을까 생각했어요. 고데기로 화상을 입히는 장면을 비롯해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 많잖아요. 그런데 현실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이라는 걸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사실 제 아이는 몇 년 전에 직접 학교폭력을 겪은 피해자예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순해서 주변에서도 “이런 아이라면 10명도 키우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별문제 없이 학교생활을 잘하던 아이였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사건이 터졌어요. 아이 성격이 조용한 데다 몸집이 왜소하다 보니 힘자랑하고 싶어 하는 몇몇 아이들의 표적이 된 거예요. 처음에는 장난처럼 툭툭 건드리던 수준이었는데 아이가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시하니까 점점 폭력의 강도가 세졌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빈 교실이나 화장실, 운동장에서 여러 번 맞았다고 하더라고요. 몇 개월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아이가 참다 참다 사실을 털어놓은 거죠. 그동안 아이가 힘들어하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생각에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는지 몰라요. 아이한테 너무 미안했고요.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화가 나네요. 아이가 얼마나 힘들고 무서웠을까요. 사실 아이가 말하지 않으면 부모가 학교생활에 대해 알 수가 없어요. 특히 남자애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을 잘 안 하잖아요. 중학생이면 한창 예민한 사춘기라 부모랑 이야기도 잘 안 하려고 하죠. 또 자존심 때문에 말하기 힘들었을 거예요. 부모가 걱정할까 봐 이야기를 못 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가해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선생님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선생님이 자기를 지켜줄 수 있을 거 같지도 않았대요. 결국 학폭위(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고, 가해 학생들에게 서면 사과와 학교에서의 봉사 등 간단한 처벌이 내려지면서 끝났어요.

민 여사 아들이 몇 달 동안 당한 고통에 비하면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한 거 아니에요? 이래서 학폭 피해자를 위해 학교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러니 당연히 애들도 교사나 학교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는 거죠.

직접 겪어보니 학폭위가 시간은 오래 걸리고 학폭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더군요. 좀 더 현실적인 문제 해결법이 필요해요. 특히 피해 학생을 위한 해결책이 너무 빈약해요. 그런데 제가 더 화가 났던 건 가해 학생과 그 학부모들의 뻔뻔하고 당당한 태도였어요. 가해 학생이 2명이었는데, 처음에는 미안해하고 아이한테 사과도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다음에는 태도가 확 바뀌어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장난으로 그랬다, 짓궂은 장난을 크게 싫어하거나 화를 내지 않아서 같이 노는 거라고 생각했다, 폭행하는 과정에서 자기네도 맞았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더군요. 아마도 애들 부모가 교사 앞에서 어떻게 말하라고 코치를 좀 한 것 같아요. 가해자 부모 역시 아이들끼리 장난 좀 친 거로 학폭위까지 열린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고요. 나중에 동네 엄마한테 들었는데, 같은 반 엄마 몇 명을 모아놓고 제가 애를 과잉보호한다는 말까지 했더라고요.

제대로 사과해도 용서해줄까 말까인데 정말 너무하네요. 요즘은 학폭위에서 가해자에게 처분이 내려지면 다들 소송 먼저 한다잖아요. “학폭이 아니다. 징계가 너무 무겁다”는 내용으로요. 아들 학폭 때문에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그 양반처럼 말이에요. 피해자는 고통 속에서 지내는데 가해자들은 당당하다는 게 진짜 열받는 부분이죠.

최근 서초동에는 ‘학폭 전문’을 내세워 홍보하는 변호사 사무실이 많아졌다고 해요. 학교폭력 가해자를 위한 행정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거죠.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지만, 이런 현실을 보면 참 씁쓸해요. 돈 있는 가해자들이 소송하면서 시간을 버는 동안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학교에서 가해자와 한 공간에 있게 되는 거죠.

학폭위에서 학급 교체나 강제 전학, 퇴학 등 중징계가 내려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들었어요.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니까 특히 퇴학은 고등학교에서만 가능한 징계죠. 물론 가해자를 무조건 강제 전학시키거나 퇴학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즉각 분리시키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의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서 가해자들과 다른 반에 배정받아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아무래도 종종 학교에서 마주칠 일이 있었어요. 그 후에는 그 아이들의 괴롭힘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미 우리 애는 몸과 마음이 많이 위축돼 있어 힘든 시간을 보냈죠. 한동안 학교 급식을 못 먹었어요. 급식실에서 그 아이들을 보게 될까 봐 두려워서요.

낮아지는 학폭 연령
‘더 지능적 더 지속적’

요즘은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초등학교라고 해요. 점점 학폭 연령이 낮아진다는 거죠. 전 요즘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지난해 아이가 집에서 밥을 먹을 때나 화장실에 갈 때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같은 반 아이 하나가 소위 ‘카톡 감옥’이라는 단체방을 만들어 반 여자애들을 다 초대해놓고 1명을 왕따시킨 거예요. 그 아이가 톡을 했을 때 즉각 반응을 보이고 답장하지 않으면 다음 왕따 타깃이 될지도 몰라 불안한 마음에 항상 휴대폰을 봤다고 해요. 처음에는 재미로 놀이처럼 시작했다가 무시무시한 사이버 학폭으로 발전한 거죠. 결국 학부모들이 학교에 알려 문제가 일단락되긴 했어요.

요즘은 직접적인 신체 폭력보다 사이버 폭력이 더 많아요. 그냥 욱해서 투덕투덕 싸우는 게 아니라 더 지능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거죠. 모욕적인 사진을 합성해 올리기도 하고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많이 했잖아요. 그때 사이버 폭력이 정말 확 늘었다고 해요. 연락처를 몰라도 페이스북 메신저 같은 걸 보낼 수 있으니까 2차 가해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유치원생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니까 그냥 무방비로 당할 수 있는 게 사이버 학폭인 거 같아요. 그렇다고 휴대폰을 못 하게 할 수도 없고.

사실 학폭을 주도하는 애들은 한두 명이고 나머지 애들은 말없이 방관하는 동조자죠.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한테 용기 있게 말도 못 하고, 피해자를 돕지도 않죠. 그렇다고 어른들한테 도움을 청하지도 않아요. 물론 자기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가만히 있는다지만 저는 이렇게 방관하는 아이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우리 애도 그런 방관자라 더 화가 났고요.

또래 문화라는 게 무섭잖아요.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자기 힘도 적당히 과시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친구들 눈 밖에 나지 않게 눈치도 봐야 하고요. 아이가 친구랑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는데 하도 욕을 많이 사용하길래 도대체 그런 욕을 왜 쓰냐고 했더니, 요즘 친구들 사이에서는 욕 안 하면 왕따를 당한다는 거예요. 따돌리는 이유도 참 가지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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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진행 기간 3월 5일~3월 15일

자녀가 학교폭력의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된 적이 있다?
없다 42.1%
있다 52.6%
잘 모르겠다 5.3%

자녀가 당했던 학교폭력의 종류는?
신체폭력 20.7%
언어폭력 48.3%
따돌림 24.1%
금품갈취 3.4%
사이버폭력 3.4%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매우 미흡하다 68.4%
미흡하다 21.1%
그렇다 5.3%
매우 그렇다 5.3%

학폭 가해자 유명인이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안 된다 63.2%
한 번의 실수는 용서해줘야 한다 15.8%
충분히 반성했다면 가능하다 21.1%

학교폭력 발생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해 학생 학부모의 태도 57.9%
미흡한 법적 처벌 26.3%
가해 학생의 태도 10.5%
학교의 안일한 사후대책 5.3%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04월호
2023년 04월호
기획
하은정 기자
취재
박현구(프리랜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