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국 카카오 품으로’ SM엔터테인먼트
지난 3월 12일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카카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약 2년여를 끌어온 SM 매각설이 매듭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 않았다. 회사 내부의 문제점과 경영진 간의 갈등이 여실히 드러났다. 주가는 급등했다. 결국 3월 12일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영권 경쟁은 합의로 마무리됐다. 주당 10만원이 채 안 되던 주가가 하이브와 카카오 간 주식 공개매수 경쟁 속 주당 15만원이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지자 두 회사 모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SM 경영권을, 하이브는 플랫폼 협업이라는 방식에 합의했다. 이로써 H.O.T., S.E.S., 동방신기 등 1세대 K팝을 대표하는 SM은 카카오그룹의 계열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SM, YG, JYP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는 특정 연예인의 매출에 얽매여 있다 보니 시스템보다는 한두 명의 스타에 의존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 틀을 깨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SM, YG, JYP”라며 “하지만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프로듀싱과 경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번 SM 경영권 다툼 아니겠냐”고 진단했다.
2 ‘배우 박민영이 쏘아 올린 공’ 후크엔터테인먼트
SM보다 훨씬 작지만 존재감이 강했던 곳이 있다. 배우 윤여정과 가수 이승기가 속해 있었고 가수 이선희, 배우 이서진·박민영·서범준·최규리 등이 속해 있는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다. 후크는 이선희 매니저였던 권진영이 2002년에 창립한 회사다.
윤여정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하던 후크의 문제는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됐다. 박민영과 사업가 강종현 씨의 열애설이 터진 것. 강종현 씨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회장님이라고 하고 다녔다. 무자본 M&A로 상장사를 인수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후크 측은 곧바로 “박민영은 강종현 씨와 헤어진 상태”라며 상황을 수습하고자 했다.
그리고 한 달여 뒤, 가수 이승기가 음원 정산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고, 후크의 본격적인 위기가 시작됐다. 이승기는 법적 대응과 함께 후크 측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곧이어 윤여정이 전속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후크를 떠났다. 지난 2월 박민영은 강종현 논란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박민영, 이승기 논란이 터지기 1년 전인 2021년 10월경 자본시장 업계에서 투자 큰손으로 유명한 원영식 회장이 초록뱀미디어를 통해 후크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원영식 회장은 초창기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본인 소유의 초록뱀미디어를 통해 이미 방송업계에 적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던 인물이다.
초록뱀미디어에 소속된 연예인의 명단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2023년 3월 현재 가수 장윤정·이찬원, 개그맨 이영자·김숙·유세윤·장도연·홍현희, 방송인 붐·김나영·홍진경·이지혜, MC 도경완 등이 있을 정도다(박민영에게 강종현 씨를 소개해준 것도 원영식 회장으로 알려졌다). 초록뱀미디어는 제작으로도 일가견이 있는 곳이다. 드라마 <펜트하우스> <아는 와이프> <나의 아저씨> <오 나의 귀신님> <프로듀사> <결혼작사 이혼작곡> <추노> 등을 제작한 곳이다.
그런 초록뱀그룹의 원영식 회장이 강종현 씨를 향한 검찰 수사의 유탄에 맞게 됐다. 1,000억원이 넘는 돈을 강종현 씨에게 투자해 주가 급등 때 차익을 누렸던 원영식 회장이기에 검찰은 강 씨를 구속기소한 뒤 원 회장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원 회장이 강 씨의 범죄에 ‘공범’이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후크발 논란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원영식 회장. 당연히 후크를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고 한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후크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이승기와 윤여정이 없는 또 적지 않은 연예인들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후크를 누가 인수하려 하겠냐”며 “배우의 열애설 하나가 소속사와 오너를 엄청난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바로 후크”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높지만 소속 연예인에 기댄 구조 한계”
박민영·강종현 열애설 후폭풍… 대거 시장 매물로 나와
3 ‘오너 리스크’ iHQ
한때 한국 연예기획사 시장에서 ‘배우’ 쪽으로는 큰 존재감을 과시했던 곳이 있다. 바로 iHQ다. 배우 전지현, 정우성, 김혜수 등 톱스타를 배출했던 싸이더스HQ가 바로 iHQ의 전신이다. 2021년 7월 iHQ라는 케이블 채널도 개국했다. 하지만 문제는 오너에서 터졌다.
iHQ를 2020년에 인수한 것은 배상윤 KH필룩스 회장이었는데, 배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 배상윤 회장은 자본시장 업계에서 사실 ‘무자본 M&A’로 유명하다. 본인이 소유한 회사가 대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현금을 확보하면 이를 통해 타 상장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iHQ 역시 배 회장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가 발행한 증권을 토대로 인수했다. 당연히 잡음이 많다. CB 발행·유상증자와 주가 급등락 등 배 회장을 수사해달라는 청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런 배 회장을 향해 검찰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입찰 방해 사건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원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1조 6,000억원을 들여 만든 알펜시아 리조트를 2021년 KH강원개발에 7,000억원대에 매각했다. 하지만 리조트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된 데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기업 2곳이 모두 KH그룹 계열사라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예기획사 iHQ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KH강원개발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입찰 비리나 무자본 M&A가 있었던 것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물론 검찰은 일련의 과정을 배상윤 회장이 지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배 회장은 현재 해외에 체류하며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는 상황. 업계에서는 ‘오너 리스크’라는 평이 나온다.
4 아이오케이엔터테인먼트가 정치 뉴스에 거론되는 이유
아이오케이엔터테인먼트(이하 아이오케이)는 2000년 배우 고현정이 동생과 함께 만든 엔터 기업이다. 1인 기획사로는 이례적으로 코스닥에 상장된 바 있다. 그 후 아이오케이는 빌리프엔터, 포인트아이 등과 합병하며 회사를 확장했는데 자연스레 사세는 커졌다. 2023년 현재 소속 연예인은 배우 고현정·구혜선·김강우·문채원·신혜선·이성재·이소연·이익준·장서희·조인성, 가수 김태우·더원·전효성 등이 있다.
그리고 2020년 10월, 아이오케이는 쌍방울그룹 계열사로 인수된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쌍방울의 계열사인 포비스티앤씨를 통해 아이오케이의 지분을 인수한다.
그 뒤에는 ‘예측’되는 그대로다. 승승장구하던 김성태 전 회장은 검찰 수사가 예상되자 지난해 해외로 도피했다가 올해 초 태국에서 검거됐다(이 과정에서 김성태 회장의 생일을 맞아 소속사 가수 등이 도피 중이던 김성태 회장이 머무르던 태국을 찾아 축하를 해줬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현재는 구속된 상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 송금 대납 의혹,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오케이 역시 ‘자금 흐름’ 부분을 수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레 아이오케이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성태 전 회장은 현재 구속 상태에서 계열사 중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해두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이오케이도 옵션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몇 년 사이 자본시장에서 무자본 M&A 등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앞다퉈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는 하나의 트렌드였다. 박민영과 스캔들이 났던 강종현도 원영식 회장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추가로 인수하려 하지 않았냐”며 “문제는 그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돈을 투자받는 도구’가 됐다는 것이고, 연예인들 역시 이들의 사업에 ‘도구’가 됐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