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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하게, 용감하게! 스타일리스트 김윤미

패션 매거진에서 에디터로, 그리고 프리랜스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하루 24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서 바쁘게 살던 그녀가 어느 날 문득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가족이 함께 영국으로 이주를 감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국에서의 취미 중 하나가 도버스트릿마켓 맨 꼭대기 층 카페에 앉아 옷 잘 입은 런던 사람들을 구경하는 거라고. 런던에서 들려주는 스타일에 관한 이야기.

On March 17, 2023

코벤트 가든 근처에서 딸 시우와 함께.

코벤트 가든 근처에서 딸 시우와 함께.

코벤트 가든 근처에서 딸 시우와 함께.

딸과 공동 저자로 출간한 <유난하게 용감하게>.

딸과 공동 저자로 출간한 <유난하게 용감하게>.

딸과 공동 저자로 출간한 <유난하게 용감하게>.

패션계에서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패션지 에디터를 시작으로 프리랜스 패션 스타일리스트로 전향해 드라마 <패션왕>에서 배우 이제훈의 스타일링을 담당하고,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에서는 배우 유이의 스타일링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는 배우 이지아의 스타일링을 맡는 등 드라마, 패션 광고, TV CF 등 그녀가 스타일링을 담당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녀 자체가 패션, 패션, 또 패션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던 그녀가 런던으로 자신의 베이스를 옮겼고, 지난해 12월 딸과 함께 공동 저자로 <유난하게 용감하게>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며 또 한 번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각인시켰다. “여전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지금 런던에서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걸까? 그녀에게 듣는 패션에 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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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브리튼 뮤지엄에서 딸과 함께.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에서 패션 에디터, 스타일 디렉터로 일했고, 현재 프리랜스 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에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시우시우(SIUSIU)의 대표이기도 하고요. 한 번뿐인 인생,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가족이 함께 영국으로 무모하고 용감하게 3년이라는 시한부 이주를 감행해 런던에 거주 중입니다. 얼마 전에는 영국살이하면서 쌓이고 쌓인 에피소드를 글로 엮어 <유난하게 용감하게>라는 에세이집을 딸과 공동 저자로 출간했어요.

왜 영국이었나요?
패션 에디터 시절엔 패션 4대 도시인 파리, 밀라노, 뉴욕, 런던 출장이 잦았어요. 패션 위크 취재를 다닌 에디터 후배나 선배들은 주로 파리나 뉴욕이 좋다고들 했는데 저는 유독 런던에 꽂혔죠. 그래서 <하퍼스 바자>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전에 퇴직금을 들고 런던의 엔젤이라는 동네에서 한달살이를 했던 적도 있어요. 그냥 이유 없이 런던에 오면 마음이 좋았어요. 남들이 싫어하는 비가 자주 와도, 우울하고 스산하다는 겨울의 런던 모습도 저는 좋았거든요. 그래서였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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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녀.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녀.

  •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녀.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녀.
  • 그리니치에서 열렸던 알렉산더 맥퀸의 리씨(resee) 프리젠테이션. 그리니치에서 열렸던 알렉산더 맥퀸의 리씨(resee) 프리젠테이션.
  • 그녀의 패션 뮤즈, 비비안 웨스트우드. 그녀의 패션 뮤즈, 비비안 웨스트우드.
  • 매니시한 재킷은 그녀의 페이버릿 아이템. 매니시한 재킷은 그녀의 페이버릿 아이템.

스타일링 김윤미 in 런던
처음 서울을 떠나왔을 때는 여전히 소위 잘나가는 스타일리스트로 유럽 여러 나라를 오가며 촬영을 멋들어지게 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영국에 오자마자 3개월 뒤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닫히고, 격리라는 룰이 생기고 삶의 변화가 찾아왔죠. 영국은 코로나19 초반에 강력한 락다운을 장장 9개월 동안 했는데 그래서 스타일리스트로서 일은커녕 계획을 세웠던 수많은 일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서울에서 클라이언트들의 광고 촬영이 하나둘씩 의뢰가 들어와 진행 중인 일이 많아요.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거 같은 느낌이 좋네요.

평소 추구하는 패션 스타일이 궁금해요.
저는 편안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슈트를 입더라도 티셔츠와 스니커즈에 매치한다거나 심플한 롱 드레스에도 비니를 즐겨 착용하는 편이고, 라이더 재킷에 스웨트셔츠, 거기에 진주 목걸이를 매치하는 것을 좋아해요. 패션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완성하려고 애쓴 듯한 것은 멋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내추럴한 게 좋더라고요. 그게 제 진짜 모습이고요.

영국의 요즘 패션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영국은 섬나라라서 그런지 하루에도 사계절이 있다고 할 만큼 날씨가 변화무쌍해요. 3월의 봄 햇살을 만끽하려고 옷을 얇게 입었다간 그늘 안으로만 들어가도 초겨울 날씨처럼 너무 춥거든요. 영국을 대표하는 영원한 패션 아이템 트렌치코트를 추천해요. 이번 시즌에는 특히 버버리의 디자이너가 명품 브랜드의 흥행 보증수표라고 불리는 다니엘 리로 바뀌었는데 그가 만든 새로운 버버리는 어떤 모습으로 선보일지 기대가 되네요.

서울에서 영국에 갈 때 수많은 옷 중 챙겨간 아이템이 있다면?
평소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 편이라 다양한 브랜드의 트렌치코트를 챙겼어요. 라이더 재킷도 좋아해 슬림핏과 오버사이즈, 2개의 라이더 재킷을 챙겨왔고 그날그날의 스타일에 따라 골라 입어요.

15년 전 구입해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시우에게 물려주었다.

15년 전 구입해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시우에게 물려주었다.

15년 전 구입해 입었던 트렌치코트를 시우에게 물려주었다.

옷 잘 입는 노하우?
스타일은 나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인 것 같아요. 패션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죠. 슈퍼모델 케이트 모스와 똑같이 입는다고 그녀가 될 수는 없잖아요?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이 어울리는지 알아야 해요. 외출하기 전에 거울을 보고 꼭 밸런스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해요. 많다면 뭔가 덜어내도록 해보세요.

가장 애정하는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는 누구인가요?
비비안 웨스트우드. 펑크의 여왕이자 영국 패션의 대모! 개인적으로 펑크스타일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녀가 제안하고 만들어내는 독특한 작품 세계는 제겐 늘 영감의 원천이었어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만큼 그녀처럼 언제나 에너제틱하고 위트 있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불사조 같았던 그녀가 얼마 전 눈을 감았는데 벌써 그립네요.

요즘 가장 몰두하는 것이 있다면?
집 꾸미기를 무척 좋아하는 편인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해외살이를 하는 동안 내 마음대로 집을 고쳐 쓰지 못해 늘 인테리어에 목말라 있어요. 다시 서울 집으로 돌아간다면 여기서 보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인테리어를 바꿀 생각에 벌써부터 흥분이 되네요. 그래서 다양한 인테리어 책을 섭렵하는 중이에요.

앞으로 계획이 있나요?
해외살이 중에 예상치 못한 팬데믹을 겪고 나니 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잘 세우지 않게 됐어요. 구체적이진 않지만 수많은 계획을 세웠었는데 정말 그 시기에 하나도 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든 생각이 바로 ‘오늘은 즐겁게 살자’, ‘오늘 잘 놀자’,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자’로 바뀌었어요.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CREDIT INFO
에디터
송정은
사진
김윤미, 각 브랜드 제공
2023년 03월호
2023년 03월호
에디터
송정은
사진
김윤미, 각 브랜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