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소이는 2004년 MBC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로 데뷔한 후 드라마 <굿바이 솔로> <유리의 성> <무사 백동수> <황후의 품격> <복수해라> <마녀는 살아있다> 등 다양한 작품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이미지를 굳혔다. 착하고 가녀린 역보다 차갑고 강한 배역을 많이 맡아 윤소이 하면 시크한 ‘차도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멋진 골드 미스 라이프를 즐기며 아파트에 살 것 같은데 뜻밖에 그녀가 사는 집은 마당이 있는 이층집이다. 무려 뮤지컬 배우 조성윤의 아내이자 딸 이현이 엄마로 말이다.
가족주의자 부부
윤소이·조성윤 부부는 가족주의자다. 서로 아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어 결혼하며 굳게 약속했다고 한다. 모든 일을 결정할 때 가족을 먼저 생각하기로. 결혼 7년 차인 부부는 여전히 이 약속이 삶의 중심이다. 사진 찍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아내의 허락(?) 없이 불쑥 출사를 떠나는 일은 없다. 진짜 쉼은 자연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아내와 함께 캠핑 떠나기를 좋아하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대신 아내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산책하며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다. 동갑내기와 결혼했지만 왠지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는 건 이런 이유일 것. 달앤스타일 박지현 실장이 스타일링하며 염두에 둔 것도 이런 부분이다. 가족이 최대한 아늑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요청 사항이라 공간마다 군더더기 없이 공간의 목적과 딱 맞아떨어지도록 구성했다. 침실은 자는 곳, 주방은 대화하며 요리하고 식사하는 곳, 거실은 평화롭게 쉴 수 있는 곳 등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갤러리 같은 감성 하우스
감성 충만한 남편 조성윤이 직접 찍은 사진이 액자에 담겨 집 안 곳곳에 걸려 있다. 사실 주택은 감성을 타고난 예술가 조성윤의 선택이었다. 지금은 부부는 물론 아이도 사랑하는 곳이 됐다.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 좋았던 것은 생각나지 않고 주택에 사니 좋은 건 여럿이다. 분리배출 날짜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이틀에 한 번씩 대문 앞에 쓰레기를 내놓으면 다음 날 말끔히 사라지는 소소한 일상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곳이 됐다. 넓은 마당은 반려견 연탄이와 석탄이를 위해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주택살이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이 큰 즐거움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저 깨끗한 마당에서 연탄이와 석탄이 그리고 이현이가 뛰어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상상치 못한 감정, 육아의 신비함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의 끝을 연일 경험하는 것 같다. 아이가 웃는 걸 보면 ‘아! 이게 행복이란 거구나’ 하며 기쁨의 극치를 느끼다가도 밤새 열이라도 나면 슬픔과 아픔의 극치를 경험하게 되는 신비한 세상. 이전에는 상상으로 해낼 수밖에 없었던 엄마 배역을 다시 맡게 된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한다. 둘에서 셋이 되면서 더욱 똘똘 뭉쳐가고 있음을 느끼는 요즘, 온전한 누군가의 편이 될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란 생각을 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조금 까탈을 부릴 상황에서도 내 아이가 잘못될까 걱정돼 화를 누그러뜨리고, 이현이가 보고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마음이 유해지고 둥글어질 수밖에.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외에는 모두 이현이를 위한 공간이 됐다. 공부방과 플레이 존을 구분해주었는데 한자리에 앉아 꼼짝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그림책을 보는 이현이를 보면 아이에게 양보한 공간이 아깝지 않다. 공부에 연연하지 않으려 마음먹었지만 어려서부터 책상에 앉는 습관을 갖는 건 필요할 것 같아 연령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가구를 들였다.
평생 마주 보며 대화하기
아이의 끼니를 좀 더 건강하고, 맛있게 만들어주고 싶어 요리 학원에 다니게 됐다는 윤소이는 이제 제법 그럴듯한 음식들을 상에 낸다. 요리에 관심이 생기자 주방 욕심이 났다. 일자형 주방에 아일랜드 식탁을 놓아 대면형 주방을 완성했다. 신혼 때 샀던 대형 식탁 대신 아담한 원목 식탁을 들이고 조명을 바꿔 달아 조도를 낮췄더니 아이 재우고 남편과 식탁에 마주 앉는 시간이 돌아왔다. 남편과 맥주 한잔하며 도란도란 아이 얘기, 연기 얘기를 나누게 된 걸 보니 이제 육아 숙련자가 돼가나 보다. 오래됐지만 온기 가득한 이층집에서 윤소이는 날마다 더 행복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