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이하 ‘이수만’)를 둘러싼 논란에서 시작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지분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SM이 어떤 곳인가. 1995년 설립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구자이자 글로벌 한류와 K팝 열풍을 선도하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다. 창립자 이수만의 이니셜인 SM이 회사 이름이다(‘Star Museum’의 약자이기도 하다).
이수만 ‘돈 혈안’에서 시작된 이수만 지우기
SM에서 이수만 지우기 시도가 이뤄졌다. 시작은 ‘주주’였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SM 지분 약 1%를 확보한 뒤 “SM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며 이수만을 중심으로 한 지배 구조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수만이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서 용역 계약을 했는데, 이 계약이 불공정하다는 것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라이크기획은 21년간 1,400억원이 넘는 돈을 로열티로 받아갔고, 자문료로 SM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받아가면서도 상장 이후 배당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얼라인파트너스가 SM의 지분을 9%가량 가진 국민연금공단을 포함, 소액투자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당연한 결과. 결국 SM과 이수만은 2022년 10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SM의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임원진은 지난 2월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 쉽게 말하면 새롭게 발행하는 주식을 ‘특정인’에게 돈을 받고 줘 ‘주요주주’가 되게끔 한 것이다. 최대주주인 이수만이 임원진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유상증자로 발행될 주식은 123만 주, 전환사채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최대 114만 주, 총 237만 주를 카카오가 확보해 단숨에 2대 주주로 뛰어오르게 됐다. 이와 동시에 SM이 지향할 모델인 SM 3.0 계획을 발표하며 이수만은 이제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수만 퇴진을 선언한 셈이다.
이수만+연예인들 비판
경영진의 반란으로 경영권이 흔들리게 된 대주주 이수만. 가만히 있지 않았다. SM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카카오에 지분 9.05%를 매각하면서 발행한 신주, 전환 사채를 문제로 지적하며 위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SM 소속 아티스트들도 나섰다. 가수 겸 배우 김민종은 지난 2월 5일 새벽 SM 전 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선생님(이수만)과의 모든 대화를 두절하고, 내부와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인 발표와 작별을 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SM 아티스트의 활동에는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과 감각적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SM을 대표하는 유명 프로듀서이자 작곡가인 유영진 SM 비등기 이사도 2월 10일 입장을 내고 이수만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그리고 등장한 하이브
이수만도 명예로운 퇴진을 추진했다. 방탄소년단(BTS)의 아버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도움을 요청, 하이브가 이수만의 ‘아군’으로 SM 경영권 분쟁에 참전했다.
하이브가 SM의 주인이 되는 방식이었다. SM 주식 595만 주를 주당 12만원에 장내에서 공개 매수해 SM 발행 주식의 25%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대주주 이수만의 지분(14.8%)을 인수해 지분 39.8%로 SM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하이브는 확보한 지분 39.8% 외에 이수만에게 남은 주식(약 86만 주)도 전량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기 때문에 지분율이 최대 43%에 달하게 된다.
하이브는 지난 2월 10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그려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면서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또 2월 16일에는 ‘새 경영진 구성’도 제안했다. 주주 제안 메일을 통해 7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 후보군을 SM 측에 전달한 것. 이를 바탕으로 3월 중으로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 하이브 편 들어줄까?
하이브가 계획대로 다 모은다면 확보할 수 있는 주식은 43%. 기권표를 고려할 때 충분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등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은 SM과 카카오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수만이 SM에 불리한 계약을 통해 거액을 챙긴 사실은 주주들에게 반발을 받아왔기 때문.
특히 카카오(9.05%)와 국민연금공단(8.96%), 컴투스(4.2%), KB자산운용(3.83%), 얼라인파트너스(1.1%) 등이 SM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게 되는데 여기에 소액주주들이 ‘현 경영진+카카오 연합’의 손을 들어줄 경우 주주총회에서 해볼 만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선 ‘카카오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과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부 직원들이 하이브에 인수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도 넘어서야 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라운지에서는 하이브의 SM 인수에 대한 SM 내부 직원들의 생각을 묻는 투표가 진행됐는데, 직원의 85%는 ‘SM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과 카카오’ 연합을 더 지지한다고 답했다. ‘하이브와 이수만’을 선택한 것은 15%에 불과했다.
계속되는 갈등 속에 주가가 오르는 것도 하이브에게는 부담스럽다. 하이브는 주당 12만원에 SM의 지분 25%를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혔는데, 2월 19일 현재 주당 13만원이 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조달하겠다고 밝힌 금액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할 수 있고, 자칫하면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이수만의 SM이 카카오의 SM이 될지, 하이브의 SM이 될지가 3월에 결정 나는 것”이라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엔터테인먼트업계에는 큰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