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고민이 꽤 다양하다. “많은 돈을 들여가며 상담을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요.” “교내 활동 외에 특별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에요.” “명문대가 원하는 맞춤 이력서 만들기가 어렵네요.” “입시 지원 절차가 까다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렇듯 미국 대학의 입시 과정은 국내 대학의 입시 과정보다 훨씬 까다롭고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아이비리그의 입시 경쟁률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Admission AG의 지니 안 원장은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퍼드, MIT, 유펜(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등 수많은 미국 명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Admission AG는 어바인에 위치한 아이비리그 입시 리서치 전문 컨설팅 회사다. 지니 안 원장은 현재 뉴욕주립대학교(SUNY Korea)의 연락 사무관 및 대학 카운슬러로도 일하고 있으며, 학생들을 위해 최고의 대학 입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요즘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인기 있는 미국 대학에서는 주로 어떤 학생을 뽑나요?
한국과 미국에서 뽑는 학생들의 차이가 요즘 많이 좁혀지고 있어서 반가운 측면이 있어요. 예전에 한국에서는 열린 생각보다는 전문가적 자질이나 성적 위주로 평가했거든요. 미국은 물론 성적을 기본적으로 보지만 개인적인 소양, 학생이 가지고 있는 관점, 얼마나 생각이 열려 있는지, 얼마나 학교를 발전시키고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재목인지를 봅니다. 그래서 미국 대학들은 문과 이과 구별을 떠나 대체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학생들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미국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보통 일반적인 미국 대학 입시 학원의 경우 SAT 점수나 스쿨 GPA만을 강조해 학생들이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시험 성적을 올리는 데만 노력합니다. 결국 미국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다 공부를 잘한다고 보면 되는데, 캘리포니아만 해도 고등학교가 3,000개가 넘으니 1등만 3,000명이 넘습니다. 미국의 50개 주와 국제적인 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지원하는데 성적으로만 그 학생의 인격이나 소양을 판가름하기는 힘듭니다. 선생님의 추천서나 자기소개 에세이도 중요하고요.
인생을 살아가면서 극복해낸 게 있는지, 다른 사람을 얼마나 배려하며 살아왔는지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봅니다. 공부를 혼자 잘하거나 자기 재능을 계발하는 것은 남을 위한 배려와는 상관없잖아요. 오히려 대학에서는 그룹 과제에서 남을 배려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거든요. B와 C 점수를 받아도 예일대에 가고, 올 A 점수를 받아도 하버드와 스탠퍼드를 못 가는 경우가 이래서 발생하는 거예요. 성적이 그 사람 전체를 대변한다고 보지 않는 것이죠.
미국은 개인주의가 심한 나라인데 남을 위한 배려를 먼저 본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미국의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남과 협조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미국은 자유와 책임을 중시하는 나라이므로 대학에 가려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 있어야 해요. 또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융통성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은 대부분 개인의 발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런 쪽으로 강한 학생들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장님이 아는 미국 입시 사례 중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면요?
중국 학생 한 명이 기억나요. 어바인 공립학교 회장단 중에 회장을 했고, 배구를 4년 동안 했는데 네바다, 유타, 워싱턴, 애리조나, 캘리포니아로 통칭되는 미국 서부를 통틀어 랭킹 34위를 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습니다. SAT가 2,400점 만점일 때 만점을 받고 전교생 2,300명 중에 1등을 했죠. 공부도 잘하고 팔방미인이었어요. MIT에서 그 학생을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저는 “모든 대학에서는 러브콜을 많이 하지만 100% 진심이 아닐 수 있다”고 조언했어요. 실제로 결국 안 데려가는 케이스가 많고, 그러다 보면 다른 좋은 학교도 놓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그 학생은 끝까지 MIT에 갈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불합격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예일, 프린스턴, 하버드, 스탠퍼드 대학교도 모두 떨어져 USC(유니버시티 오브 서든 캘리포니아)에 가게 됐죠. 4년간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성공한 입시라고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이 사례가 일깨우는 점은 ‘모두 다 잘하는데 왜 여기에 떨어져?’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에요. 모든 게 완벽해도 미국 대학은 자기네와 안 맞으면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자기 계발에만 집중하고 남을 위한 무언가는 안 한 학생들이 대체적으로 그런 결과를 맞는다는 것이 우리 카운슬러들의 통계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미국은 평등을 중시하는 나라예요. 시험 점수가 좀 떨어져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리더로서 클럽을 만들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자기의 연구 실적이 사회에 이바지했다면 아이비리그 대학에 붙을 수 있어요.
미국 대학 입시 전문 카운슬러로서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너무 문과 이과 구별이 분명합니다. “나는 역사를 전공할 건데 왜 어려운 수학을 해야 해요?” “나는 의사가 될 건데 왜 역사를 잘해야 하죠?”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미국에서는 인문학과 의학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고, 오히려 철학과 음악을 잘하는 학생이 의대에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단 얘깁니다.
교육 철학은 무엇입니까?
학생들에게는 칭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이것밖에 못 해?”라며 다그친다는데,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넌 이것밖에 못 해?”보다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하는데 이것만 더 잘하면 되겠다”라고 하면 결과가 더 좋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부모와 학생이 컨설팅업체를 3곳이나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저에게 온 적이 있어요. 미국 고등학교에서 추천서도 못 써준다며 2년제 대학에 가서 편입하라고 할 정도였죠. 제가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학생을 독려해 수시 전형으로 대학 6곳에 지원했는데, 4곳에 합격해 정말 좋아했습니다.
학부모들이 좋은 컨설팅업체를 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아요.
정직한 업체를 찾아야 해요. 100% 합격시켜주겠다는 곳은 걸러야 해요. 100%는 없습니다. 성적이 SAT가 1,600점 만점에 1,480점이고, GPA가 4.0 만점에 3.75로 B 점수인 학생이 있었어요. 특기로 바이올린을 열심히 했죠. 이 B 점수 학생이 스탠퍼드 대학교에 붙어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만약 한국에서 이런 학생이 뽑혔다면 앞으로 대략 7년간 한국에서는 비슷한 스펙의 학생이 뽑히진 않을 겁니다. 미국 대학은 여러 나라와 미국의 여러 곳에서 학생을 뽑기 때문에 똑같은 스펙을 가진 아시아인을 또 뽑기는 힘들거든요. 지역적 형평성 때문이죠. 저는 그 통계를 파악하고 다른 대학을 권유합니다. 갑자기 바이올린 레슨을 강화하는 등 어떤 사례를 해바라기처럼 따라 하기보다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카운슬러가 필요해요.
몸담고 있는 미국 입시 컨설팅 회사인 Admission AG만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학생들에게 정말 정확한 정보만을 줄 수 있어요.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까 대학 입학 관계자들과 커넥션이 쌓였고, 그런 통계는 정확할 수밖에 없습니다. 컨설턴트나 리서처들이 아이비리그 대학교수들인데 그들이 학생들의 입시를 지도해주고, 대학 에세이를 도와주고, 리서치를 도와줍니다. 학생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자기 계발에 시간을 투자할 때, 전문가 집단인 멘토들이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을 도와줄 수 있어요. 최근 많은 업체가 미국 대학 입시 관련 리서치를 하지만 비전문가나 대학 졸업자들이 리서치를 도와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리서치는 컴퓨터로 다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로 하버드 사람만이 하버드 것을 쓸 수 있어요. 그런 점이 Admission AG만의 색깔이자 강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