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스 요가 강사 정혜빈(30세)은 제주살이 4년 차다. 2020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도에 정착했다. 20대 중반에 진로 고민을 이어가던 중 과감하게 제주행을 택한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섰고, 운명처럼 요가를 만나게 됐다. 많은 이들의 로망인 제주도 라이프를 직접 만끽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살이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주도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7살 때였어요. 줄곧 경기도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전학을 왔어요. 하지만 학창 시절을 마치고 성인이 되면 서울에 다시 갈 거라고 생각했죠.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제주도를 떠나게 됐고 보통의 20대처럼 치열하게 살았어요.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어요. 의류업계에 종사하게 됐는데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끝난 줄만 알았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면서 급격하게 지쳤고, 주거 문제가 더해져 본가가 있는 제주도에서 재정비하기로 했어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처음에는 제주도에 오래 머물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지내다 보니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주도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어요. 쫓기듯 살지 않고 무엇이든 제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면서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서울에 다시 가지 않은 걸 잘했다고 생각해요. 배우고 싶었던 요가를 시작해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할 수 있었으니까요.
살아보니 어떤가요?
서울보다 퇴근 시간이 이른 편이에요. 카페나 음식점만 해도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인지 저녁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요. 특히 여름엔 퇴근 후에 바다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요. 선셋 수영을 즐기는 거죠. 출근 시간이 빠르지 않은 경우에는 아침 수영도 해요. 높은 층의 건물이 많지 않아 어디에서나 탁 트인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어요. 또 시간을 따로 할애하지 않아도 오름과 같은 자연이 가까이에 있어 산책하기에 좋아요.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제주도 내 유명한 관광지를 제외하곤 아직 교통편이 불편하거든요.(웃음)
제주도에 내려와서 제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했어요.
그리고 해답을 얻었죠.
하루 루틴이 궁금해요.
요즘은 요가 수업과 카페 출근을 병행하고 있어요. 프리랜서이다 보니 수입이 고정되지 않아 겸직을 하고 있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선에서 경제활동을 하되 제 일상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강사로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전까진 두 가지 일을 소화해야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커요.
이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을 꼽으면요?
여유가 생겼어요. 제주도로 여행을 오는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처럼 특유의 느긋한 정서가 있어요. 덕분에 저도 제주도에서 천천히 제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만일 서울에서 거주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분명한 건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거예요.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배우지 않았을까요? 또 다른 일을 찾아서 관련 회사에 입사했을 거 같아요.
여유로운 삶을 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사회가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데, 슬로 라이프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요?
낭만적이지만은 않아요. 따라서 신중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어디에서나 먹고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매한가지니까요. 좋은 부분만 기대하고 제주도에 내려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경우를 종종 봤어요. 아무런 연고가 없다면 더 심하고요. 제주도로 이주를 계획하는 지인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1~2개월 먼저 살아보고 난 뒤에 결정하면 좋을 거 같아요.
끝으로 지금 삶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합니다.
100점 만점에 80점이요. 20점은 제 인생의 밸런스가 보다 안정적으로 맞춰지길 바라는 욕심에서 남겨둘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