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에서 공들이는 남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이 드디어 막을 올린다. <불타는 트롯맨>은 트로트 쾌남들의 인생을 건 도전을 다루는 초대형 트로트 오디션이다.
TV조선이 사활을 건 <미스터트롯2-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도 방송된다. 임영웅이라는 대형 스타를 배출해낸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약간의 구성만 다를 뿐 결국 본질은 ‘새 얼굴을 내세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첫 방송 날짜까지 비슷하다. MBN은 2022년 12월 20일, TV조선은 12월 22일이다. ‘대놓고’ 경쟁을 하겠다는 의미다. 시청률·화제성 지표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불가피한 이유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힘’ 보여주나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일으킨 것은 단연 TV조선이다. 모두가 고개를 내저을 때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연달아 히트시켰다. 소위 대박을 쳤다. 특히 2020년 방송된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를 기록하며 지상파·비지상파 전체 프로그램 통합 시청률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장민호 등 여러 스타를 배출했고, 이들을 활용한 후속 프로그램들도 사랑을 받았다. 이들 역시 인생 역전, 돈방석에 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TV조선이 <미스터트롯2>에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라는 부제를 붙인 것도 앞선 <미스터트롯>을 뛰어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존 1억원이었던 상금도 5억원으로 늘렸다. MC와 심사위원 라인업은 막강하다. <미스터트롯2>는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의 대가이자 해당 시리즈를 이끌어온 MBC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가 그대로 MC를 맡는다. 심사위원에는 장윤정, 장민호, 김연자, 진성, 홍지윤, 이현우, 강다니엘, 이홍기, 츄 등 가수들이 합류한다. 기존 시리즈를 함께해온 방송인 붐을 비롯해 개그맨 이은지와 김해준도 이름을 올렸다.
미리보기 영상을 시청한 MC 김성주는 “다른 느낌의 임영웅이 있습니다”라는 말로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예고했다. 시청자들의 우려 지점을 먼저 짚어내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시즌2도 잘될까 걱정하시는 분들 많으신데”라는 김성주의 말에 이어 심사위원 진성은 “정말 저희가 깜짝 놀랄 정도”라거나 장윤정은 “너무 잘하니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 시즌 톱7에 들지 못했던 참가자 중 노지훈, 이찬성 등 15명이 재도전에 나섰다. TV조선 이외의 방송사 트로트 오디션 우승자들도 지원했는데, KBS2 <트롯 전국체전> 우승자 진해성도 참가했다. MBC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 안성준, SBS <트롯신이 떴다> 준우승자 나상도 등도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트로트 오디션 명가’ TV조선의 입지를 보여줬다는 평이 나온다. 결국 출연자들의 수준과 스타성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TV조선과 불화설’ 서혜진 PD 결국 떠나고…
우려도 나온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흥행시킨 서혜진 PD(전 TV조선 제작본부장)가 TV조선을 떠났기 때문. 서혜진 PD는 2022년 초부터 TV조선 측과 불화설이 돌았다. 2022년 5월 서혜진 본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TV조선 측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리고 한 달 뒤 TV조선은 서혜진 본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후임으로 SBS 예능국장 출신 김상배 PD를 발령했다.
서혜진 PD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7년 SBS에 입사해 <놀라운 대회 스타킹> <동상이몽 시즌1>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 등 각종 인기 예능을 기획한 스타 PD다. 2018년 2월 TV조선으로 이직한 뒤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비롯해 <아내의 맛> <연애의 맛> <우리 이혼했어요> 등 기존 TV조선에 없던 다양한 색깔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흥행에 성공했다.
문제는 서 PD의 퇴사 과정이다. 매끄럽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제작비 등 금전적인 이슈부터 제작 환경 개선 등에 대한 서 PD의 요구를 윗선에서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악화된 관계 속에 TV조선을 떠났다고 한다. 한 종합편성채널 PD는 “서혜진 PD의 퇴사 과정을 놓고 여러 얘기가 돌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름다운 이별은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서 PD가 없는 TV조선은 그동안 간판 프로그램 역할을 해온 여러 프로그램이 구심점을 잃게 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 PD가 워낙 강하게 일을 밀어붙이다 보니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나왔다”며 “TV조선도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회사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서혜진 PD를 놓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혜진 PD가 작심하고 MBN과 손을 잡았다
그동안 트로트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제작했지만 제대로 흥행한 적이 없던 MBN. 결국 서혜진 PD와 손잡고 ‘예비 트롯맨 100명이 불타는 트롯맨’에 도전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TV조선과 결별한 서혜진 PD는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스튜디오 ‘크레아스튜디오’를 설립하고 MBN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다. MBN만큼이나 서혜진 PD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TV조선에서 <미스·미스터트롯> 시리즈를 함께 제작했던 노윤 작가도 서혜진 PD와 함께 MBN <불타는 트롯맨>으로 옮겼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 있고 매력적인 참가자들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TV조선에서 성공을 이끌었던 PD와 작가가 모두 사라진 셈이다. 두 사람의 이른바 ‘섭외빨’이 만만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MC와 심사위원 라인업도 빵빵하다. 도경완이 MC를 맡는다. 도경완은 아내 장윤정과 동 시기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경쟁하게 됐다. 장윤정은 앞선 <미스·미스터트롯>에서도 심사위원 역할을 했었기에 도경완을 MC로 선정한 것은 일부러 ‘경쟁’을 선택했다는 말도 나온다. 아나운서 출신 전문 MC인 데다 스타성도 겸비했다.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도 꽤나 진행해온 터다. 김성주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 내부 의견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더 넓은 지원자를 확보하기 위해 나이 제한도 없앴다. 실제로 마스터 오디션에 진출하는 참가자 100명 중 50살 이상이 3명 존재한다. 심사위원 라인업도 <미스터트롯2>에 뒤처지지 않는다. 남진, 심수봉, 설운도, 주현미, 조항조, 김용임, 윤일상, 윤명선, 이석훈, 김준수, 신유, 박현빈, 이지혜, 홍진영 등 트로트의 레전드를 대거 심사위원으로 초빙했다.
서혜진 PD를 보고 지원한 이들도 많다. <미스터트롯> 참가자 중 김태수, 한강, 홍예성 등 18명이 <불타는 트롯맨>으로 지원 프로그램을 갈아탔다. 제작진은 “<불타는 트롯맨>에는 트로트 가수 지망생 등 풋풋한 뉴페이스가 대거 등판한다”며 “세상을 놀라게 할 새로운 트로트 쇼를 탄생시키겠다는 일념하에 트로트 장르에 정평 있는 전문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대한민국에 새롭고 업그레이드된 트로트 흥을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시청자 참여형 오디션’도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예심전부터 국민 관객들을 참여시키는 ‘국민 투표제’를 도입했다. 동시에 두 방송사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 만큼 시청자들의 참여도를 극대화해 프로그램의 인기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스터트롯> 톱7 섭외했으나…”
사실 TV조선과 MBN 사이는 더 이상 악화될 수 없을 만큼 나쁜 상황이었다. TV조선은 2021년 MBN이 자사 프로그램 <미스터트롯>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의 포맷을 그대로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바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놓고 이미 한차례 갈등을 벌였던 상황에서 원조를 만든 서혜진 PD가 MBN으로 가게 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제작되는 두 프로그램을 놓고 트로트 업계는 난감했다고 한다. 특히 <미스·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의 입장이 난처했다는 후문이다. 서 PD가 만들어낸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됐는데, 그런 서 PD가 다른 프로그램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함께하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
그럼에도 장윤정, 붐, 김성주 등은 TV조선에 그대로 남았고 장민호 역시 TV조선을 선택했다. 특히 장민호는 서 PD와 돈독한 관계를 쌓아왔고, 최근 MBN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 <우리들의 트로트> MC도 맡았던 터라 <불타는 트롯맨> 합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었다.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스타인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톱7 모두 <불타는 트롯맨>에 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혜진 PD는 최근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섭외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고 얘기한 바 있다. <미스터트롯> 톱7을 섭외하기 위해 당연히 노력했을 텐데 이들이 출연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은 없냐는 질문에 서혜진 PD의 대답은 이랬다. “당연히 섭외하려 했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분들이 굳이 <불타는 트롯맨>에 나와야 할 이유가 없더라. ‘나는 <미스터트롯>인데 내가 왜 <불타는 트롯맨>에 나와야 돼?’라고 했다. 결국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모였는데, 왜 기존 우리의 결과물과 연결을 지으려고 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첫 녹화를 뜨고 느꼈다. 미션이든 전체 포맷이든 그림이든 다 다르게 가야 했다. 피가 되고 살이 됐다고 표현하고 싶다.”
결과적으로 <미스터트롯> 톱7은 TV조선과의 의리를 지킨 셈이다. 이미 스타가 된 그들이 MBN의 경쟁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 출연한다고 해도 안팎으로 뒷말이 무성할 게 뻔하다.
업계에서는 MC나 심사위원들보다 더 ‘섭외 전쟁’이 치열했던 것은 오디션 참가자들이었다고 말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특성상 ‘매력적인 참가자’가 얼마나 많은지에 프로그램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2년 단위로 만들어지는 것 역시 그사이 새로운 얼굴을 기다리기 위함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비슷한 시기에 두 프로그램이 한꺼번에 제작되는 것은 ‘새 얼굴’ 확보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서혜진 PD 역시 “(출연진) 풀이 좁다”며 섭외가 쉽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제2의 임영웅을 꿈꾸는 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인데 한 곳은 임영웅이 만들어진 방송이고, 한 곳은 임영웅을 만든 제작진 아니냐”며 “트로트 오디션을 준비하는 예비 가수들을 놓고 두 프로그램에서 번갈아가면서 ‘우리 방송에 나와달라’고 요청하는 통에 많은 소속사가 난처했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은 참가 라인업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미스터트롯2>는 과거 타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트로트 스타들도 참여한다면, <불타는 트롯맨>은 방송에 노출된 적이 없는 뉴페이스 발굴에 주력했다.
2022년 말부터 트로트 열풍이 다시 방송가를 덮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 하지만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우려도 쏟아내고 있다. 각 방송사가 타사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경우 보복을 위해 출연 거부를 하는 등 알력 다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선 종합편성채널의 한 PD는 “지금 지상파방송, 케이블방송, 종편 중 트로트에 관심을 가지고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는 곳은 TV조선과 MBN만 남았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승리한 곳’이 시리즈제로 가는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 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시 TV조선에 돌아온 송가인·김호중, 왜?
한편 서혜진 PD가 떠나자 공교롭게도 다시 TV조선으로 복귀한 이들도 있다.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절정의 스타 송가인과 김호중이다.
이들은 TV조선을 통해 무명에서 스타가 됐지만 그동안 TV조선과는 거리를 두었다. 김호중은 <미스터트롯> 톱7 가운데 유일하게 ‘뉴에라프로젝트’와 한시적 전속 계약을 맺지 않았다. 김호중이 이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TV조선은 김호중을 제외한 6명에게 톱6라는 새로운 이름을 명명하고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송가인 역시 <미스트롯> 우승 직후 잠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곧 모습을 감췄다. 2021년 연말 TV조선이 론칭한 트로트 시상식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히 불화설이 돌았다. 송가인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와 TV조선이 불편한 관계였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 우승 직후 송가인을 찾는 곳이 많았을 때 TV조선은 송가인을 자사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시키기를 원했는데 소속사가 행사를 우선시하면서 갈등이 있었다.
자연히 관계는 멀어졌다. TV조선이 <내일은 미스트롯2>를 방영하던 당시 송가인은 아예 경쟁 프로그램인 KBS2 <트롯 전국체전>에 출연했다. 송가인의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에서 제작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때문에 TV조선과 송가인의 화해는 요원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서혜진 PD가 떠나자마자 송가인과 김호중이 복귀한 것을 놓고 “TV조선이 아니라 서혜진 PD와 불편했던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 김호중은 <미스터트롯2> 예고 영상에 등장했다. TV조선은 2022년 11월 초부터 김호중과 송가인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복덩이들고(GO)>도 방송 중이다. 국민 트로트 남매 송가인과 김호중이 국내 오지 마을부터 해외까지 노래가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간다. 두 톱스타가 발로 뛰는 포맷인 만큼 방송사도 출연자도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송가인은 2019년 <미스트롯>과 <뽕 따러 가세> 이후 3년 만에, 김호중은 2020년 <미스터트롯>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이후 2년여 만에 TV조선과 재회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