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MZ세대의 결혼과 이혼
서민정·홍정환(2021년 이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와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아들 홍정환 씨의 결혼은 아주 빠르게 마무리됐다. 2020년 3월 교제를 시작했고, 3개월 만인 6월 27일 약혼식을 올렸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0월 19일 세간의 화제 속에 결혼했다. 그리고 약 7개월 만에 결혼 생활을 끝냈다. MZ세대답게 “참지 않고 끝냈다”는 얘기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결혼 당시 두 사람은 ‘재계 인맥의 총집합’ 같은 결혼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홍정환 씨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조카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고종사촌 간이다. 서경배 회장의 아내 신윤경 씨는 고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딸이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조카다. 두 사람의 혼사에는 보광그룹과 아모레퍼시픽그룹 외에도 농심과 롯데에 이어 삼성가까지 혼맥을 더하는 구조였다. 실제로 약혼식에는 코로나19인 상황에서도 홍라희 전 관장 등 삼성가와 홍석조 BGF그룹 회장,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등 8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다.
이혼 소식이 알려진 과정도 사뭇 달랐다. 법원에 이혼 절차를 제기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방식이 아닌 증권시장을 통해 알려졌다. 서경배 회장은 결혼 직후 큰사위인 홍정환 씨에게 자사 10만 주, 당시 가치로 63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증여했는데 갑자기 홍 씨의 지분이 0%로 줄어든 공시가 나온 것. 홍 씨가 증여받은 주식을 반납한 것인데, 자연스레 그 ‘이유’를 언론이 주목하게 됐다.
그러자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두 사람의 이혼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합의이혼한 사실이 맞다”며 “이혼 사유라든가 자세한 내용은 사생활이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원외고와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서민정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는 상황. 동생 서호정 씨보다 많은 주식을 물려받았다. 주식 가치만 해도 1,000억원이 훌쩍 넘는데, 2022년 1월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소속으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분할 13억 3,000만원
조현아·성형외과 전문의(2018년 이혼)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최근 이혼한 재벌가 중 하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0년 10월 초등학교 동창인 성형외과 전문의 박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쌍둥이 자녀를 뒀지만, 남편인 박 씨가 2018년 4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박 씨는 결혼 생활 동안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자녀들을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양육권도 청구했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폭언 영상이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씨는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폭행 빈도가 높아져 더는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법원에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도 “박 씨의 알코올중독으로 결혼 생활이 힘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녀 학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맞서면서 2019년 6월 이혼과 위자료를 요구하는 반소(맞소송)를 냈다. 재판부는 양측의 청구 일부를 받아들였다. 조 전 부사장이 박 씨에게 재산분할로 13억 3,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다만 양육자로는 조 전 부사장을 지정하고 박 씨가 매달 자녀 1명당 120만원의 양육비를 내도록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박 씨는 2019년 2월 조 전 부사장을 특수상해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는데, 경찰은 2019년 6월 조 전 부사장을 상해 및 일부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법원은 2020년 4월 조 전 부사장의 상해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남자 신데렐라’ 결혼 10년 만에 파경
이부진·임우재(2014년 이혼)
최태원·노소영 부부 이전, 재벌가 이혼 사례 중 가장 재산분할 규모가 컸던 것은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의 이혼이다. 두 사람은 1999년 8월 삼성그룹 오너 3세와 평사원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임우재 전 고문이 평사원이었기에 ‘남자 신데렐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 15년 만인 2014년 10월, 이부진 사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폭음을 하면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 이미 부부 관계가 파탄 났다”며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임 전 고문은 처음에는 이혼을 원치 않았지만, 이후 태도를 바꿔 소송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송 과정에서 이 사장의 전체 재산이 2조 5,000억원 규모라고 주장하며 “절반가량인 1조 2,000억원을 재산분할로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임 전 고문의 주장은 극히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인정된 재산분할 액수는 141억원 정도였다.
톱스타와 27살 연상의 남자
장은영·최원석(2010년 이혼)
1999년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장은영 씨와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의 결혼은 나이 차이만큼 충격이었다. 당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던 무려 27살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기 때문.
하지만 결혼 11년 만인 2010년 파경에 이르렀다. 이혼 사유가 최 회장 자녀들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오히려 자녀들과의 관계는 매우 원만했다고 한다. 다만 장은영 씨가 가정에서 중심에 있지 못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스트레스받은 게 주된 이유로 알려졌다. 우울증이 생겨 약을 복용할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하는데, 최 회장은 “이혼은 내 미안함의 표현”이라며 장은영 씨가 편안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은영 씨 역시 자신이 평범하고 부족한 탓이라며 위자료 청구 소송도 하지 않았다.
삼성가가 ‘고르고 골랐던 며느리’
이재용·임세령(2009년 이혼)
임세령 씨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맏딸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와 1998년 결혼했다. 결혼 후 1남 1녀를 낳았다. 보수적인 삼성가가 고르고 고른 며느리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하지만 결혼 10여 년 만인 2009년, 당시 32살이던 임세령 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공개됐다. 5,000억원가량의 재산분할과 1남 1녀의 양육권을 요구한 것.
그리고 일주일 만에 이혼 조정은 합의로 끝이 났다. 구체적인 재산분할 및 위자료 등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녀 양육권은 이재용 회장이 가지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이후 임세령 씨는 대상그룹 부회장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동시에 배우 이정재 씨와 공개 연애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딸과 함께 프랑스를 찾아 패션쇼를 관람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재벌과 톱스타의 로맨틱한 만남
정용진·고현정(2003년 이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0년대 인기 여배우 고현정 씨와 결혼할 때만 해도 세기의 결혼으로 회자됐다. 재벌가 3세와 인기 절정인 여배우의 만남이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 1995년 당시 최고의 시청률 64.5%를 기록한 드라마 <모래시계> 종방 후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 탓에 더더욱 화제를 끌었다.
만남도 영화 같았다. 1993년 미국 뉴욕. 어머니와 함께 뮤지컬을 보기 위해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에 들어선 고현정 씨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좌석을 찾지 못해 고생했는데, 이때 주변에 앉아 있던 정용진 부회장이 도움을 줬다. 이튿날 뉴욕 거리에서 고현정 씨는 소매치기를 당했는데 마침 절묘하게 정 부회장의 도움을 또 받게 돼 데이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생활. 이들은 일본에서 신접을 차리고 1년 넘게 살았다. 1남 1녀를 낳았지만 두 사람은 결혼 8년 만인 2003년 11월 파경을 맞았다.
이혼은 고 씨가 이혼 조정을 신청한 지 두 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두 사람은 정 부회장이 고 씨에게 위자료 15억원을 지급하되 자녀 양육권은 정 부회장이 갖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재산분할 규모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교적 짧은 결혼 기간 등을 이유로 고 씨에게 돌아간 재산분할 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 씨는 이혼 후 MBC 예능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정용진을) 정말 좋아했다. 세련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고, 착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다”라고 말하며 “능력이 있다고 해서 허세를 부리는 것 전혀 없이 유머가 있고 나와 잘 맞고 그런 연애가 참 좋았다. 사람만 보고 아기도 많이 낳기를 원했으니까. 많이 좋아했다. 아주아주 많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만 고 씨는 이혼한 이후 두 자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늘 안타까운 시선이 고 씨를 따라다니는 이유다. 고 씨는 방송에서 “내 안에서 아이들은 자라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슬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0개월 만의 이혼
한성주·채승석(2000년 이혼)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한성주 씨도 연예인·재벌가 이혼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한성주 씨는 1999년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채승석 씨와 결혼했지만, 10개월 만에 이혼했다. 한성주 씨의 아버지가 국회의원 출신인 탓에 두 가문의 정략결혼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한 씨는 방송 등에서 “정략결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 씨는 이혼 후 “한 남자가 나만 사랑해주고 아껴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을 알았다”며 복잡한 이혼 사유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혼 후 두문불출하던 한 씨는 3년 후부터 방송을 재개했지만 또 다른 스캔들과 루머로 2011년 방송 생활을 접어야 했다. 자취를 감췄던 한 씨는 2019년에 원예치료 전문가로 서울대학교병원에 근무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 씨는 신경과에서 개인 연구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후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