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바자회 현장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만났다. 2019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이 시작된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 나서길 조심스러워했던 노소영 관장이 오랜만에 나선 외출이었다. 2021년 10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일상적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2022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크레스트 72에서 열린 제21회 ‘미래회 사랑의 바자’ 운영진으로 참석한 노 관장은 수수한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았다. 그는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입구에 길게 늘어선 줄을 수시로 확인했다. 그리고 행사장 내부와 외부 출입객들의 상황을 살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래회 사랑의 바자는 노 관장이 큰 애정을 갖고 있는 행사다. 최태원 회장이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복역 중일 때도 바자회만큼은 빠짐없이 참여했고, 2015년 최 회장과의 불화설에 휩싸인 이후에도 행사장에 얼굴을 비쳤다.
“지금부터 바자회 시작합니다. 많이 사주세요!” 마이크를 든 노 관장이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노 관장은 다른 운영진과 마찬가지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이 적힌 명패를 보고 난 뒤에야 노 관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도 그럴 것이 노 관장은 정갈한 정장 대신 편한 바지, 높은 구두 대신 낮은 운동화 차림이었다.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노 관장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발로 뛰었다. 기자가 지켜본 노 관장은 바자회에 참가한 업체 관계자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었다. 바자회를 찾은 구매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영업을 펼치기도 했다.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노 관장이었지만 기자의 모든 질문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바자회를 열지 못했다. 오랜만에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새벽까지 준비했고,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웃음)”고 말했다. 근황에 대해선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운동화를 신은 노 관장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발로 뛰었다.
구매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도 했다.
미래회 사랑의 바자는 각종 지원 사업에 쓰일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1999년부터 매년 진행됐다.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2022년 다시 문을 열었다. 2022년에는 100여 개 업체가 참가했고, 바자회 티켓 사전 판매량만 1,000매를 넘어섰다. 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협약을 맺은 저소득 지역 교육센터에 전달된다.
미래회 사랑의 바자 주체인 ‘미래회’는 1990년대 후반 노 관장을 비롯한 재벌가 안주인들의 봉사 모임으로 출발했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장녀 조옥형 씨,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딸 임주현 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아내이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딸 이수연 씨 등이 미래회 멤버로 알려졌다. 재벌가의 소규모 봉사 단체였던 미래회는 2015년 사단법인이 됐고, 저소득 지역 교육 후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