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일터, 나이, 공간… 모든 것이 재정의된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2023년을 ‘Rabbit Jump’,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는 검은 토끼의 해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소비 트렌드도 예상했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 거래가 빈번하고,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 대형마트의 밀키트 판매가 늘어나는 중에도 한 끼에 몇십만원짜리 한우 오마카세와 고급 호텔의 망고빙수 열풍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각기 다른 소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의 승진 체계는 이제 과거의 유물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이다. 아예 승진을 거부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그냥 일만 하고 ‘책임’은 맡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차피 오래 다닐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전교 1등, 엄친아. 요즘 아이들인 알파세대가 가장 부러워하지 ‘않는’ 부류다.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게임이면 게임, 자기만의 ‘필살기’를 가진 아이들은 스스로를 ‘셀렙’이라 여기며 누구와 비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이들의 최애 놀이터는 무인 문구점과 다이소 그리고 셀프 사진관.
“어쩜, 너는 그대로니!” 동창회에서 가장 인기 높은 말이다. 청춘을 미화하고 젊음을 동경하며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팽배한 사회에서 “어른스럽지 못하다”, “나잇값을 못 한다”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게 됐다. 어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세대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친구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처럼 자주 소통하는 SNS 친구가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동창이나 가족보다 더 가까운 게 현실이다. 목적 지향성 관계 맺기가 일상이 된 오늘날, 어디까지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답을 내민다. 평균이 사라진 시대에 보통 사람들의 평균적인 사고, 대다수 소비자가 찾는 무난한 상품으로는 이제 어디에도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점점 지갑을 여는 데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시장은 양극화, N극화, 파편화되고 있다. 이제 어디에도 중간은 없다.
1 평균 실종(Redistribution of the Average) 평균, 기준, 통상적인 것들에 대한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 소득의 양극화는 정치·사회 분야로 확산되고 갈등과 분열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됐다. 소비 역시 극과 극을 넘나들고 시장은 ‘승자 독식’으로 굳혀지고 있다. 중간이 사라지는 시대, 평균을 뛰어넘는 당신만의 대체 불가한 전략이 필요하다.
2 오피스 빅뱅(Arrival of a New Office Culture : ‘Office Big Bang’) 팬데믹 이후 일터로 복귀를 거부하는 ‘대사직’, 최소한의 일만 하는 ‘조용한 사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출퇴근과 워라밸, 재택과 하이브리드 근무가 뒤섞이는 가운데 과거의 직장 문화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송두리째 달라지는 일터에서 조직과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3 체리슈머(Born Picky, Cherry-sumers) 구매는 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챙겨가는 소비자를 ‘체리피커’라고 한다면, ‘체리슈머’는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 소비자를 일컫는다. 무지출과 조각, 반반, 공동 구매 전략을 구사하는 이들은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고자 하는 진일보한 합리적 소비자들이다.
4 인덱스 관계(Buddies with a Purpose : ‘Index Relationships’) 관계의 ‘밀도’보다 ‘스펙트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로빈 던바가 말한 인간관계의 적정한 수 150명은 이 시대에도 맞는 걸까? SNS를 통한 목적 지향적 만남이 대세가 된 오늘날, 소통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관계는 여러 인덱스(색인)로 분류되고 정리된다. 이제 나의 친구는 어디까지인가?
5 뉴디맨드 전략(Irresistible! The ‘New Demand Strategy’) 아이폰을 내놓은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소비자가 아예 생각지도 못한 제품을 내놓았을 때 그들은 줄을 서고 지갑을 연다. 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대체 불가능한 상품, 지금껏 써왔지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상품, 결제 방식이 유연한 상품 등 다채로운 뉴디맨드 전략을 만나보자.
6 디깅모멘텀(Thorough Enjoyment : ‘Digging Momentum’) 파고, 파고, 또 파고, 끝까지 파고 들어가 행복한 ‘과몰입’을 즐기는 사람들, 디깅러의 세상이 오고 있다. 자신의 열정과 돈,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들은 과거 오타쿠와 달리 현실 도피적이지 않으며 덕후와 팬슈머보다 더 진일보한 사람들이다.
7 알파세대가 온다(Jumbly Alpha Generation) 2010년 이후에 태어난 진짜 신세대, 알파세대가 떠오르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말이 ‘엄마’가 아닌 ‘알렉사’였다는 이들은 단순히 Z세대의 다음 세대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족의 시작이다. 100% 디지털 원주민이자 벌써부터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알파세대, 그들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다.
10 선제적 대응 기술(Unveiling Proactive Technology) 지금 ‘기분에 맞는 노래 뭐가 있을까?’ ‘실내가 좀 어두운데 밝으면 좋겠어.’ ‘냉장고에 남은 우유가 있던가?’ 살면서 마주하는 이 모든 순간에, 요구하기 전에 미리 알아서 배려해주는 기술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선제적 대응 기술’이다. 삶의 각종 편의를 넘어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11 공간력(Magic of Real Spaces) 멋지다고 소문난 공간은 어디에 있든 늘 사람들로 붐빈다. 실제 공간은 단지 온라인의 상대 개념이 아니라 우리 삶의 근본적인 토대이자 터전이다. 아무리 정교한 가상공간이라도 실제를 이길 수는 없다. 소매업의 종말이 언급되는 시기지만, 매력적인 콘셉트와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은 리테일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12 네버랜드 신드롬(Peter Pan and the Neverland Syndrome) 요즘 어른 되기를 한껏 늦추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모두가 어린아이로 영원히 살아가는 곳, 이른바 ‘네버랜드’의 피터 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젊음을 미화하고 우상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짜 어른을 만나기 힘든 오늘날, 우리는 어떻게 청춘의 열정과 어른의 지혜를 조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2022 대한민국은 어떠했나?
김난도 교수팀은 소비 기준의 다양화, 공유와 소통을 통한 즐거움 추구, 특화 상품의 부상, 일상 속 비일상에 대한 기대라는 의미로 2022년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했다.
K-콘텐츠
전 세계인의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호감도 상승, OTT 서비스 확대
비대면 플랫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 유지, 비대면 서비스의 확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노력
캐릭터 기획 식품
캐릭터 마케팅의 확실한 효과 검증, 득템력 과시에 대한 니즈, 재테크 아이템으로 등장
상담 예능
출연자와 패널 간에 자연스러운 공감대 형성, 전문성 있는 고민 해결에 대한 신뢰 형성
친환경 포장
필환경 트렌드 확산, 절약보다 절제를 추구
제로 음료
행복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 증가, 회식 감소와 강압적 음주 문화의 변화
이색 주류
가성비에서 가심비로 변화된 주류 선택 기준, 혼술·홈술 문화의 확산
셀프 사진관
억눌렸던 대면 만남에 대한 니즈, 사진으로 추억을 기록하는 놀이 문화 형성
새치 샴푸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 미용 소비를 즐기는 4060세대 소비자 부상, 높은 제품력이 보장된 특화 제품의 등장
도심 근교 대형 카페
차별화된 콘셉트가 적용된 카페 공간의 매력, 코로나19 이후 가벼운 국내 여행 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