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웰러의 가구는 유연한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가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창업 전 건축설계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고, 별도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로 짓고 부수고 폐기하는 소모적인 사이클에 염증을 느꼈습니다. 과밀화된 도시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가구를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이사할 때 들고 갈 수 있는 공간 요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구조를 테스트해보며 만든 다양한 가구 요소를 먼저 출시하면서 가구 브랜드로 알려지게 됐는데, 빌드웰러는 가구 브랜드가 아니라 모듈러 시스템을 통해 공간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모듈 시스템 중에서도 볼트와 너트를 조립하는 방식의 가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접착이 아닌 볼트와 너트 체결 방식으로 모든 시스템을 결합하기 때문에 부분적인 손상이나 파손이 생겼을 때 부품 일부만 교체가 가능하며, 집을 옮기거나 가게를 이전할 때 해체해 작은 부피로 포장하면 이동이 용이합니다. 전체 시스템이 8mm 볼트 규격으로 구성돼 있어 1가지 종류의 공구로 전체를 조립 또는 해체할 수 있고, 한 부분의 조립 방법을 터득하면 전체를 어렵지 않게 수리할 수도 있습니다.
모듈 시스템으로 가구를 만드는 브랜드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요, 빌드웰러의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모듈 가구는 기본적으로 같은 결구 방식으로 전체가 구성되기 때문에 부품 하나의 형태가 전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빌드웰러의 주요 부품인 투명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조인트, 알루미늄 브레이싱 엔드, 스테인리스 스틸 저두 볼트 등은 수많은 구조 실험과 샘플 제작을 통해 최대한 존재감을 숨기는 방향으로 디자인됐으며, 부품과 구조 형태에 대한 디자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자인과 더불어 고객들이 실제로 모듈 가구를 사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어떤 식으로 시스템을 활용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빌드웰러는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B2C 제품도 출시하지만, 5년간 1,100개 이상의 브랜드 작업을 진행하면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간 솔루션을 제안하는 플래닝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공간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안합니다.
빌드웰러의 쇼룸은 어떤 콘셉트의 공간인가요?
쇼룸은 크게 3가지 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입구의 첫 번째 존에서는 브랜드의 스토리가 담긴 그래픽 작업과 현재의 모듈러 시스템을 이루는 부품들의 초기 모형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모노톤(투명, 반투명, 불투명) 컬러의 테이블, 스툴과 수납장으로 구성된 이 공간은 차분한 분위기의 카페를 연출했습니다. 빌드웰러에서는 구조적 안정성이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 모든 부재를 최소화하는 것을 디자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존의 주제는 ‘소호(SOHO)’입니다. 렌털 시스템을 통해 전체 벽과 보, 창문 같은 건축 요소를 표현했으며, 약 50㎡(15평) 크기의 홈 오피스 공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주거 공간이나 업무 공간에서 벽 선반, 행어 같은 시스템 가구와 독립형 가구 제품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스타일링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공간입니다. 채광이 좋은 세 번째 존에서는 더 다양한 컬러 조합으로 구성한 빌드웰러 아카이브 라인의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크릴은 빛을 투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색상의 레이어가 수채화처럼 겹쳐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채로운 컬러 조합과 옵션 선택이 가능한 DS1 모듈 수납장 제품의 실제 색상을 확인해보면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빌드웰러가 생각하는 가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가구를 바라볼 때는 심미성, 기능성, 내구성 등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빌드웰러는 공간을 활용하는 도구로 가구를 바라봅니다. 첫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최적화입니다. 스툴을 제작한다고 생각했을 때 구조적으로 최대 150kg 정도를 버티면서 400~430mm 높이 내에 사용자가 몸을 의탁할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최소의 구조로 이를 가능케 하면 가구는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태적인 이유로 더 두꺼운 판재를 사용하거나 장식적 요소를 추가하는 것은 지양합니다. 두 번째는 유연성입니다. 서울을 포함한 현대의 대도시는 환경이 빠르게 변화합니다. 이사 주기가 짧은 주거 공간이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진화해야 하는 상업 공간과 업무 공간에서 매번 인테리어 공사와 철거를 통해 이 변화에 대응한다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유연한 모듈러 가구와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빌드웰러의 앞으로 계획을 공개해주세요.
현재 새로운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보다는 1,100개 이상 쌓인 프로젝트에 대한 데이터와 개발된 구조 시스템 유형을 통합해 컨피규레이터(디자인 자동화 프로그램)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조합형 수납장, 매대, 가벽, 카운터, 테이블 같은 인테리어 요소를 고객이 원하는 사이즈, 재료, 옵션 등을 온라인에서 선택하면 3D 이미지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매와 렌털 견적까지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더 많은 사람이 모듈러 시스템의 참의미와 기능을 이해하고 원하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