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게 죄일까?
신 중의 신 제우스는 여신, 님프, 인간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바람피운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바람피운 이유에 대해 신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자신의 권력을 확장하고 확고하게 다지려는 계획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제우스 본인에게는 이런 거창한 계획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유일한 아내로 인정받는 여신 헤라 입장에서는 그저 복장 터질 노릇이다.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무려 73살의 나이로 국왕 자리에 오른 찰스 왕세자. 그가 왕이 되면서 수십 년간 불륜 관계를 맺어온 연인 카밀라는 자연스럽게 세기의 불륜 밉상녀에서 왕비가 됐다. 그러나 지금도 고 다이애나 비를 아끼는 이들은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7년째 불륜을 이어가고 있는 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는 해외에선 당당한 행보를 보였지만, 국내에선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해 공개 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불륜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 축구 선수 라이언 긱스는 친동생의 아내, 친동생의 장모와도 바람피운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언의 아버지 역시 라이언이 14살 때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이혼했다. 불륜으로 결국 이혼당한 유명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아버지도 바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되면 바람기가 유전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모의 바람기가 자식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코 과학자들이 커플 86쌍을 대상으로 바람기에 관한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아버지가 배우자 외에 애인을 둔 경우 아들 역시 그럴 확률이 높다고 나온 것이다. 반면 여성의 경우 어머니가 불륜 관계인 애인을 뒀어도 이런 성향을 닮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는 “매력적인 외모의 아버지에게서 매력적인 아들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다고 해도 배우자를 두고 바람피우는 성향이 덜하다고 했다. “남성은 매력적인 외모를 다양한 이성을 만나는 데 이용하지만, 여성은 자신의 매력적인 용모를 가장 훌륭하고 자식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 남성을 찾는 데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연구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대사처럼 정말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닌 걸까? 기혼자들의 바람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바람도 ‘자만추’ 선호
이 여사(이하 ‘이’) 벌써 한 해가 지나고 있네요. 그동안 다들 코로나19 때문에 모임을 갖지 못하다가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올해는 특히 송년회 등 연말 모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동네 마당발’로 통하는 저 역시 요즘 모임이 많은 편인데요, 초등학교부터 대학 동창 모임, 직장 모임, 애들 학부모 모임 등 정말 다양한 사람과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가 많죠. 술자리에서 몸도 마음도 좀 느슨해지고 풀어지다 보면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실제로 연말 동창회 모임에서 만나 바람피우다가 남편한테 들켜 이혼한 친구도 있거든요.
황 여사(이하 ‘황’) 전 가을에 찬 바람 불기 시작할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요. 바람기 많은 남편을 어떻게 단속해야 할까 하고요. 술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여자는 더더욱 좋아하는 남편이거든요. 그동안 코로나19로 힘들어하다가도 회식이나 술자리가 그만큼 줄어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권 여사(이하 ‘권’) 사실 바람의 많은 역사가 특별한 모임과 술자리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저도 자전거 동호회에서 라이딩 후 가볍게 맥주 한잔하는 모임에서 상대를 만나 가까워진 적도 있고, 동창 모임에서 만난 동창과 마음이 통해 몇 번 따로 만난 적도 있어요. 요즘은 등산 모임이나 골프 모임, 테니스 모임 등 주로 운동 동호회 같은 곳에서 이성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일단 같은 취미를 갖고 있으니까 어느 정도 대화도 되고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운동 후 식사나 술자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죠.
이 친구 말이 바람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군요. 바람피우는 상대를 데이팅 앱이나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나기도 하지만, 대부분 주변에서 알던 사람이나 직장 동료 등 업무를 통해 만나는 경우, 동호회에서 함께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얼마 전에 언론에서 화제가 됐던 사건도 지방의 한 초등학교 남교사와 같은 학교의 미혼 동료 여교사의 불륜이 발각된 거였잖아요. 다른 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들켜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는데도 또다시 두 사람이 불륜을 이어갔다고 해요. 결국 아내가 이혼소송은 물론 내연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같은 직장 동료끼리 바람피우는 경우도 참 많죠.
황 맞아요. ‘오피스 와이프’, ‘오피스 허즈번드’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다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여럿 봤어요. 예전 직장에서도 일을 핑계로 아침마다 일찍 만나 아침 식사를 함께 하는 유부남과 유부녀가 있었어요. 휴식 시간에는 여자가 항상 커피 두 잔을 가져와서 둘이서만 마시고, 주말에도 일을 핑계로 자주 만나는 것 같더라고요. 주변에서 뭐라고 하면 자기네는 그런 이상한 관계 아니라고 딱 잡아떼곤 했죠. 아니나 다를까 유부녀가 남편한테 들켜 결국 회사를 그만뒀죠. 그 후 바람피웠던 유부남도 회사를 옮겼어요.
권 같은 일을 하다가 관계가 발전하는 경우도 정말 많죠. 저는 10년 넘게 방송 일을 하고 있는데 방송가에서도 흔해요. 특히 PD와 작가는 같이 있는 시간이 정말 많아요. 아이디어 회의도 같이 하고, 촬영장에서도 같이 있고, 편집할 때도 그렇고요. 사전 답사나 촬영 때문에 출장을 같이 가는 경우도 많죠. 유부남 PD와 미혼 작가, 유부녀 작가와 미혼 PD 등 사귀다 각자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새 출발하는 경우도 봤어요. 방송계뿐만 아니라 언론 미디어 쪽에도 워낙 동료들끼리 주말도 없이 일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바람나는 경우가 많죠. 사람들끼리 가장 빨리 친해지는 게 밥을 같이 먹는 거잖아요. 직장 동료들끼리 밥을 먹는 일이 많아 바람이 잘 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걸 보면 각자 혼밥을 해야 하나 싶다니까요.
이 학부모들끼리 눈이 맞는 경우도 꽤 있어요. 같은 아파트에 살다 보면 같은 학교, 같은 반 학부모들끼리 가끔 술자리도 갖게 되고 친해지잖아요. 엄마들이 먼저 친해져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술 마시다 잠깐 밖에 나왔더니 남녀가 건물 구석에서 스킨십을 하더라고요. 호기심에 살짝 다가가서 봤더니 아는 얼굴인 거예요. A와 B가 부부이고, C와 D가 부부인데 A와 D가 진한 스킨십을 하고 있었던 거죠. 이 두 부부가 평소에 호형호제하는 친한 사이예요. 내가 다 민망하더라고요. 다음에 만났는데 아무렇지 않게 여전히 친해요. 상대 배우자가 몰라서 그런가? 이걸 알려줄 수도 없고, 괜히 나만 중간에서 그 두 부부를 볼 때마다 불편해요. 아직 동네에 소문이 돌지 않는 걸 보면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요.
권 주변에 미혼인 친구가 꽤 있어요. 이 친구들과 만나 술집에 가면 가끔 옆 테이블의 남자 손님들이 다가오는 경우가 있어요. 좀 괜찮아 보이면 합석하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다 미혼인 것처럼 말하지만 알고 보면 유부남인 경우가 많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