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별다방에 간다. 별다방에서 일을 하고, 별다방에서 미팅을 한다.
나의 힐링 스폿은 별다를 게 없이 별다방이다. 전국, 아니 전 세계 체인망을 가지고 있는 별다방은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커피 체인 브랜드다. 별다방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음악, 비슷한 인테리어, 비슷한 맛으로 안정감을 준다. 물론 별다방이 노린 ‘큰 그림’이겠지만, 나는 그 큰 그림에 걸려든 평범한 고객일 뿐이다.
나는 예쁜 카페나 아기자기한 공간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디저트가 나오면 사진부터 찍는 ‘소녀 취향’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이것저것 흉내 낸 카페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새로운 맛보다는 익숙하고 보증된 커피 맛이 좋다. 마치 수많은 캔 음료가 출시돼도 결국은 코카콜라인 것처럼, 수많은 ‘신상’ 과자 속에서도 결국 새우깡과 맛동산에 손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별다방 커피 맛이야말로 긴 세월 내로라하는 고액 연봉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물 아니겠는가. 아, 자본주의의 노예 같으니라고. 덧붙이자면, 별다방의 역사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명의 동업자가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원두 로스팅을 하면서 티와 기타 향신료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했다. 그러니까 어느 카페가 50년이 넘게 커피 하나만을 연구해왔겠는가. 나는 그 세월을 믿는다. 5,000원으로 그 세월을 사는 것과 같은 기분이다.
해외여행을 가면 약간의 긴장감이 있기 마련이다. 낯선 도시, 낯선 환경에서 최대한의 것을 누려야 한다. 직장인의 여행은 늘 시간이 촉박하기에 뭐든 아쉽고 뭐든 모자란다.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친다. 왠지 익숙한 곳이 그리워지는 타이밍이 온다. 그럴 때 나는 별다방을 찾는다. 이국적이고 낯선 거리에서 초록색의 심벌마크가 보이는 순간, 마음이 녹는다. 별다방의 모든 시스템과 메뉴에 친숙한 나는, 그곳에서 편안함만 누리면 된다. 한국에서 먹던 그 맛, 흡사 엄마의 밥상과 비슷하다면 조금 오버겠지만 그 언저리쯤이다. 실제로 별다방의 모토는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고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언젠가부터 원고가 써지지 않을 때면 의식적으로 별다방으로 갔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노트북족’은 별다방의 어느 지점에 가도 바글거린다. 역시 별다방의 마케팅 방법이기도 하겠지만, 별다방 특유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편안함과 집중력을 동시에 준다. 촬영과 촬영 사이에 틈이 있으면 스튜디오 근처 별다방에서 인터뷰를 준비하거나 원고를 쓴 적이 부지기수였다. 최근 코시국으로 온라인 인터뷰를 자주 하는데, 인터넷 ‘빵빵’한 별다방을 종종 찾게 된다. 도저히 원고가 써지지 않는 마감 어느 날에도 노트북을 얼싸안고 회사 앞 별다방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이건 마치 극강의 홍보인가 하겠지만 나는 그저 별다방에 익숙해졌고, 간혹 별다방에서 별을 볼 뿐이다. 그런 생각도 든다. 언제까지 글을 쓰면서 살지는 모르겠지만 별다방에서 노트북을 펴놓고 공장 돌리듯, 원고를 써내려 가던 그날이 그리울 날이 올 것이라고. 그 모든 것이 청춘의 기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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